[한국에너지] 삼성SDI 제조 현장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이 가장 영예롭게 여기는 상 중 하나는 바로 ‘제안왕’ 상.
세계적인 배터리 업체로 자리매김한 비결 중 하나는 생산 현장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데 부단한 노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제조 공정 전 부문에서 개선 제안을 가장 많이 한 직원이 받을 수 있는 이 상은 이런 의미에서 현장 직원들에겐 자부심과 마찬가지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들은 매년 11월에 열리는 제안왕 시상식에 참석해 ‘제안왕’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듣고 격려한다. 지난달 27일 삼성SDI 기흥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혁신은 어제 내린 눈”이라는 비유를 들며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강조했다.
박 사장이 지켜 보는 앞에서 이 날 발표를 한 주인공은 2005년 입사한 장현석 사원이다. 장현석 사원은 매년 평균 100여건, 총 1000여건의 개선 사항을 제안했다. 올해에도 총 110건을 제안해 17억 여원의 개선효과를 거뒀다.
장현석 사원의 개선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배터리의 불량을 잡아내는 ‘용량 선별기 부품'의 각도를 조정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켰고, ’배터리 자동 검사기‘의 정렬 시스템을 정비해서 불량 제품 유출을 막았다. 그가 끊임없이 제안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불편하게 일하는 것이 싫습니다. 공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업무량이 늘어나죠. 잔업이 많아지니 직원들이 스트레스 받고, 회사에도 손해죠.”
동료들 사이에서 장현석 사원은 ‘장가이버’로 통한다. 무엇이든지 뚝딱 잘 만든다고 해서 ‘맥가이버’와 장현석의 성을 따서 만든 별명이다. 그는 지난 해부터 ‘제품생산’에서 ‘정도관리’로 업무를 갈아탔다.
‘정도관리’는 가동률 향상과 설비성 불량 예방 활동이 주업무다. 그의 혁신의지를 회사가 높이 평가해 직무 변경을 지원했다. 그는 “문제의식이 제안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며 “정도관리 업무를 하면서 실력이 많이 쌓이게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장 씨의 또 다른 직함은 CP(Culture Planner)다. 팀의 조직문화를 새롭게 하는 리더라는 뜻이다.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다. 생산라인의 병목현상을 잡아내서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앞장서는 데 이어 직원들의 닫힌 마음까지 여는데도 기여하고 있는 것.
한편, 삼성SDI는 개선 제안을 독창성과 파급효과 등에 따라 1에서 7등급으로 나눠 평가하고 등급에 따른 점수를 부여한다. 이렇게 모인 제안들은 직원 개개인의 마일리지가 되어 포상을 받게되므로 개선 제안이 1회성 행사가 아닌 사내 문화 중 하나로 정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