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에 선 '스마트 그리드 확산사업' 달릴 준비 끝!
출발선에 선 '스마트 그리드 확산사업' 달릴 준비 끝!
  • 최종희 기자
  • 승인 2014.11.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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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더딘 스마트 그리드 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진단'

제주 실증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와 문제점을 교훈삼아 한 단계 더 성숙해진 형태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낸다.

실증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스마트그리드가 시장에서 냉정한 심판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공과 실패 여부에 따라 스마트그리드가 날개를 달고 뻗어 나갈지, 반대로 고꾸라질지 결정 날 수 있다. ‘확산사업’이라는 새 명찰을 단 스마트그리드가 지금 출발선에 서서 총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 초기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민간 주도로 전국단위 사업이 펼쳐진다.

큰 그림에서 보면 확산사업은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진행됐던 제주 실증사업에서 나타난 여러 결과물을 바탕으로, 즉시 사업화가 가능한 모델을 발굴해 주택가와 공단, 상업지구 등에 스마트그리드를 적용하는 것이다.

제주 실증사업이 관련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확산사업은 검증에 합격한 기술들을 상업·상용화해 실제 생활환경에 배치, 보급하는 작업이다.   

확산사업을 구심점으로 정부는 스마트그리드를 전국으로 퍼트려나갈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322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산사업에 투하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익성이 강한 시설 등에 대해선 구축비를 절반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확산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민간의 반응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모두 98개 민간사업자들이 8개의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에 참가할 계획이다. 여기에 전국 14개 지자체 역시 이들 기업과 한배를 타고 확산사업에 동참키로 했다.

막대한 예산지원을 등에 업은 확산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사용 6% 절감 ▲전력피크 18% 축소 ▲ 이산화탄소 배출 6% 감소 등을 목표로 세워놓고 달리게 된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능형 계량인프라(AMI) ▲수요반응(DR) ▲에너지 저장장치(ESS) ▲에너지 관리시스템(EMS) 등과 같은 첨단 기술력들이 지원 사격에 나선다. 기존 전력망에 다양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도 접목된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사업내용을 교통정리해 줄 ‘확산사업 운영센터(NOC)’도 구축·운영된다. 큰 틀에서는 ‘한국스마트그리드 사업단’이 컨트롤타워로서 지휘자 역할을 맡는다.

▲ *출처=(재)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 헛도는 민·관 수레바퀴… 힘 있는 ‘구심점’ 필요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실증사업을 거쳐 확산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색깔만 입히면 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서히 파열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구심점이 없다보니 사업 속도가 갈수록 느려진다”는 우려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라는 개념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이후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시간 동안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제법 덩치를 키웠다. 9000억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만큼 에너지 분야에서 위상과 중요도가 커졌다.

그럼에도 전체 사업을 아우를 선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의 걱정이 몰리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그나마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법정기관이 아니면서도 한계를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하며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 반응이 들끓고 있다. 날마다 성장하고 있는, 발전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법정기관이 아닌 곳에서 맡는다는 자체가 격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둘러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을 법정기관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을 ‘진흥원’으로 격상하는 게 옳다”면서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어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스마트그리드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스마트그리드는 확산사업에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발전을 거듭하며 국가 전체의 인프라를 바꿀 것”이라고 진단한 뒤 “사업단을 하루 빨리 법정화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화 후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모습에 대해선 “우선 인터넷진흥원처럼 사업단 명패를 떼고 스마트그리드진흥원이라는 새 이름을 달아주는 게 중요하다”며 “인터넷진흥원이 인터넷세상을 여는 데 큰 그림을 그렸듯이 스마트그리드진흥원 역시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법정기관화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진행돼왔다. 지난 2012년 정기국회 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위원장이던 강창일 의원이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을 법정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의원발의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줄곧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화를 망설이면서 사업단의 존재감은 지금까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2012년 초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관련 법에 따라 ‘지능형 전력망 산업 진흥 지원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스마트그리드사업을 이끌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조만간 9000억 규모의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이 첫 삽을 뜬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제 명분을 잃었다. 민간기업과 정부를 이어줄, 양쪽 수레바퀴를 신명나게 돌려줄 제대로 된 구심점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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