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산개발 현장의 안전, 정말 안전한가?
국내 광산개발 현장의 안전, 정말 안전한가?
  • 이창우 동아대학교 교수
  • 승인 2014.11.0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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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우 동아대학교 교수

2013년 대학교수들이 선정했던 올해의 사자성어가 도행역시(倒行亦是),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도리가 아닌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어긋난 일을 한다’라는 뜻이다. 올해 들어 발생한 대형 재해들을 상당부분 인재라고 부를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다.

재해는 자연재해와 인위적 재해로 구분되며 인위적 재해, 즉 인재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의도, 인간이 만든 시스템 자체의 오류 또는 손상된 시스템에 의하여 발생한 재해이다. 

1만2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불러온 석탄 연소로 인한 1952년 영국 런던의 스모그 현상. 이라크의 알 미슈라크 지역의 유황광산 부근에서 2003년 발생한 화재로 비축 유황 30만 톤이 한달간 연소하면서 엄청난 양의 아황산(SO2)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 사고. 지금까지 공식적 수치로 약 2만5000명 정도가 사망한 1986년의 우크라이나 북부지방 소재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1년의 걸프 전쟁 당시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내 유전 600개 이상에 방화를 저질러 6개월 동안 지속된 유전 화재.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사이의 염해인 아랄해는 60년대 구소련이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호수로 유입되던 하천을 우회시킴으로써 지금은 호수 바닥의 90% 정도가 드러나 염분과 모래바람이 주변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사고.

1989년 미국의 유조선 엑슨 발데스호가 좌초해 원유 1100만 톤을 유출해 500마일 떨어진 알래스카 프린스 윌리엄사운드 해안을 오염시키고 25만 마리의 조류와 많은 종의 생물이 폐사한 사고. 1976년 이태리 메다의 ICMEA화학공장의 폭발사고로 인간에게 알려진 물질 중 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 중의 하나인 다이옥신이 대기 중으로 다량 유출한 사고.

1940년대 나이아가라 폭포 러브 커널 주위에 악취가 심하게 나기 시작하였고 주거지에 독성 화학물질이 스며나오고 주민들이 앓기 시작했다. 동시에 임신부의 유산율이 높아지고 기형아 출산이 급증했다. 조사결과 한 화학회사가 2만1000톤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을 매립한 사실이 밝혀진 사고.

1984년 인도 보팔 소재 유니온 카바이드사 살충제 공장에서 2시간 동안 약 36톤의 메틸이소시안산염과 수소 시안화물, 그리고 다른 유독가스들이 새어나왔다. 누출 당일 1만5000명이 사망했으며 이후 2만명 이상이 추가 사망한 사고.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 소재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의 노심이 부분 용융되었으나 자제 안전시스템 덕택으로 소량의 방사능 물질만이 유출되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인근지역의 가축 및 조류가 폐사한 사고.

이들은 ‘디재스터리움닷컴(www.disasterium.com)’이 역사상 최악의 10대 인재로 선정한 재해들이다. 이들 10대 인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해의 발생 원인이 장기적으로 존재해 왔음에도 관리 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중국의 광산, 특히 탄광에서의 대형 재해발생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탄광 생산량 기준 재해발생율은 세계 평균의 100배를 상회하며 빈번히 발생하는 메탄가스 폭발로 인한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약 2700명 정도에 달하는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이보다 2배 이상인 재해는 진폐증으로 사망수가 무려 연간 60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진폐증은 잘 알려진 직업병으로 10마이크론 이하의 아주 미세한 분진을 흡입하였을 때 일부 미세 입자들이 폐포까지 침착하여 폐 조직을 딱딱하게 섬유화하여 폐기능의 저하시키는 병으로 일단 조직의 섬유화가 진행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심각한 직업병이다.

국내의 경우 1988년 349개의 탄광으로 부터 2400만톤을 채탄하였으나 최근에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00만톤 정도를 5개 탄광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2013년도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진폐증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500명 안팎으로 국내 최대 직업병이다. 진폐증이 대부분 탄광근로자들에게서 발병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망자의 대부분이 과거 탄광에서 종사한 근로자였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폐광산이 많은 강원도의 경우에는 지금도 산업재해 사망자의 반 이상이 진폐증일 정도이다. 이는 작업공간의 유해인자에 노출된 근로자에게 닥친 재해의 장기적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현재 가행 광산수가 120개가 넘는 석회석 광산은 지표 가까이 부존하던 고품위 광체의 고갈과 노천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로 빠른 속도로 지하화하고 있으며 일부 광산은 대형화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광산에서는 생산성 제고를 위하여 거의 모든 천공, 화약장전, 적재, 운반 등의 장비가 거의 모두 디젤로 작동한다.

이들 장비에서 다량의 디젤 매연이 배출된다. 디젤매연은 검댕이에 여러 종류의 에어로졸이 결합된 모양으로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EU,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지하광산 갱내 공기 중 디젤매연 농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나 현재 국내 광산안전 관련법에서는 규제대상 물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석회석 광산 갱도는 대단면 갱도이며 기류이동 속도가 극히 낮아 디젤매연이 갱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특징이 있어 작업원의 노출가능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교적 흰색의 석회석 광산 갱도의 색이 검게 변하고 갱구를 빠져 나온 배기에 의해 주변 환경이 까맣게 변하는 원인이 바로 매연 때문이다.

디젤매연 문제는 채굴방법 개선, 운반경로 변경, 광산 환기시설의 확장, 디젤장비의 효율적 운전·관리를 통하여 개선이 가능하나, 비교적 영세한 대다수 국내광산에서는 소요 비용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므로 갱내 근로자들은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동안 디젤 매연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행역시(倒行亦是),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도리가 아닌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어긋난 일을 한다’라는 사자성어를 다시 한 번 떠올릴 필요가 있는 국내 자원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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