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REC 현물거래시장 사실상 ‘실패’
[국감현장] REC 현물거래시장 사실상 ‘실패’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4.10.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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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발전사업자 고통 가중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의 온갖 허점이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REC 가격과 소규모 발전사업 위축, 발전공기업의 낮은 의무이행률, 발전소 온배수 논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행 3년째인 RPS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참여자인 공급의무자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소규모 사업자도 불만인 이상한 상태로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산업부가 대규모 발전회사의 어려움만 해소해주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어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어려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오영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강북구갑)은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전력거래소 등 RPS제도 유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부가 시행 예정인 제도의 개선방향이 균형을 상실한 채 의무공급자인 대규모 발전회사들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RPS 취지인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산업육성도 어렵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장점인 중소기업의 사업참여를 통한 고용창출과 산업 육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자들을 위한 제도개선은 2016년부터 태양광과 비태양광 시장의 통합운영, 시장여건에 맞도록 REC 가중치 재조정, 태양광 의무물량 확대 등인데 이와 같은 개선 정도로는 현재 경영난으로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큰 효과를 거두기가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오영식 의원은 전했다. 

오영식 의원은 “정부가 RPS제도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REC 현물거래시장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해 사실상 실패한 시장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태양광 시장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고, 비태양광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 의원에 따르면 시장 실패의 원인은 2013년 말 현물시장에서의 REC 가격 폭등 이후 대규모 정부배분 REC의 가격이 시장평균가격의 1/5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급속도로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초 정부배분 REC의 분배기준에서 현물시장 참여도가 제외되거나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발표가 더해지면서 폭락을 거듭해 1REC 당 약 8만 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REC 당 8만 5000원은 올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RPS 미이행 과징금을 1REC당 가격으로 환산한 것과 거의 유사한 값으로 결국 비태양광 REC 현물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분배 REC의 가격과 RPS 과징금 규모가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오 의원은 “올해 초부터는 태양광·비태양광 REC현물시장의 계약체결률이 급락하고 있다”며 “특히 소규모 사업자들의 거래실패가 지속되고 있어 소규모 신재생에너지사업자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촉구했다.

오 의원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산업부는 REC 현물시장의 가격결정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만 펴고 있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라는 목적 달성에 RPS제도가 가장 적절한 제도냐의 여부를 떠나 공급의무량보다 REC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과 의무공급자의 RPS 과징금 총액이 6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공급의무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성은 존재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올해 초 산업부의 RPS제도 개선책이 발표된 이후 REC 현물시장은 가격, 거래량, 거래체결율이 모두 실패한 죽은 시장으로 전락했고, 극단적인 공급부족 시장인 비태양광시장에서조차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의원은 이어 “REC현물시장의 실패는 곧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경영을 어렵게해 시장 참여 유인을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제도의 목적달성에 큰 걸림돌이 되므로, REC 현물시장이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한 시장으로 정상화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RPS 의무이행 2년 연기, 발전공기업 ‘특혜’

RPS 제도가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부좌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안산단원을)은 “산업부가 올해 6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RPS의무비율을 완화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의 포기에 가깝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올해 6월 RPS 의무비율 10% 달성 시점을 현 2022년에서 2024년으로 2년 연장하는 것을 뼈대로하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부 의원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꼴찌”라며, “화석연료,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급정책 핵심인 RPS를 시행 2년 만에 후퇴시키는 것은 산업부가 보급정책을 포기한 것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부 의원은 “시행 2년동안 RPS 이행이 저조한 발전 공기업 5사를 배려한 조치라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발전공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면 이행비율 후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PS 의무이행에 모범을 보여야 할 발전공기업들이 더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과징금으로 때우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부좌현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RPS 의무 불이행량의 93.5%가 발전공기업 5개사였고, 2013년에는 91%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 온배수, ‘재활용 가능한 에너지’로 규정해야

정부가 RPS 이행수단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추진 중인 ‘발전소 온배수’의 신재생에너지원 포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영식 의원은 이와 관련 산업부가 올 7월에 입법예고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이용·보급·촉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법률에서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입법권 침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오영식 의원은 “발전소 온배수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에너지’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법 제2조의2호 아목인 ‘그 밖에 석유·석탄·원자력 또는 천연가스가 아닌 에너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에너지’조항에 근거해 석탁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를 ‘재생에너지’로 규정하는 것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일탈했다는 지적이다.

발전소 온배수에 대한 유일한 법적 정의는 환경부 소관인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물재이용법’)에 근거하는데, 동법 제2조제6호의2는 발전소 온배수 “취수한 해수를 발전소(원자력발전소는 제외한다)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한 폐열을 흡수하는 냉각수로 사용하여 수온이 상승한 상태로 방출되는 배출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발전소 온배수는 화석연료의 발전과정이 있어야만 발생하는 에너지로서 신재생에너지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전제규정인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또한 동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발전소 온배수를 재생에너지의 종류로 포함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폐열의 이용에 대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포함시켜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 또한 다르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오영식 의원이 보낸 회답요구 답변서에서 “발전소 온배수의 에너지원은‘온도차’이므로‘온도차에너지’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온도차 에너지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볼 필요가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산업부의 말바꾸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오 의원은 “2012년 11월에 개최된 지식경제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에서 당시 2차관은 법적 정의나 철학에 맞지 않고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발전소 온배수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이를 재생에너지로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은 문제이며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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