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고강도 개혁 … 신발끈 조여 맨다
현대중공업, 고강도 개혁 … 신발끈 조여 맨다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4.10.20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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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영업 중심으로 조직개편·우수인력 전진 배치
그룹 임원 대폭 물갈이 … 첫 생산직 출신 임원 탄생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경영위기에 대한 책임과 위기극복을 위해 전 임원 사직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고강도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12일 오전 본부장 회의를 긴급 소집한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이같은 뜻을 본부장들에게 전하고,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직개편을 주문했다. 새로운 조직에 필요한 임원들은 재신임을 통해 중용하고, 임원인사를 조기 실시해 능력있는 부장급을 조직의 리더로 발탁, 젊고 역동적으로 변모시켜나갈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이번 조치는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포함된다.

권오갑 사장은 “지금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우리 회사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국민들과 국내외 고객, 주주들을 생각해 분명한 개혁 청사진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중공업측은 권오갑 사장 취임 이후 임단협 마무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노조가 사전에 정해 놓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무기한 연장하는 등 교섭에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회사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라 이같은 개혁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원조직은 대폭 축소하고 생산과 영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우수인력을 생산과 영업으로 전진 배치시켜 회사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수익창출이 어려운 한계사업과 해외법인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조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모두 줄이고, 꼭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삭감,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진정성 있는 소통도 시작했다. 사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건의사항을 있는 그대로 받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사장 직속으로 제도개선팀을 신설, 운영에 들어갔다. 사장이 직접 사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매달 말일에는 전 임원이 회사 각 출입문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한달동안 회사를 위해 수고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하는 등 직원들에게 직접 다가감으로써 솔선수범하여 회사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생산현장에도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는다. 공정개선혁신팀을 신설해 전 사업본부의 공정 효율을 재점검하고, 공정자동화를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펼치기로 했다. 대부분 조합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근무하는 생산현장의 환경개선 작업을 우선 실시해 안전하고 쾌적한 사업장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6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262명중 31%인 81명을 감축하는 고강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12일 오전 본부장 회의에서 전 임원 사직서 제출과 조기 임원인사를 결정한지 4일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회사에 변화를 주고,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기 인사를 단행했으며, 조직을 슬림화하여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여기에 맞는 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 승진도 단행했다. 현대삼호중공업 하경진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대오일뱅크 문종박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또 현대중공업 이성조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31명을 승진발령하고, 박희규 부장 등 28명을 상무보로 신규 선임했다.

지난 해에는 58명 승진에 45명의 신규 선임이 이루어진 바 있다. 13일에는 현대미포조선 신임 사장에 강환구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승진 발령했다.

이와 함께 윤문균 안전환경실장을 조선사업본부장으로, 김환구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장을 안전경영지원본부장으로, 주영걸 전무를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일부 본부장 인사도 함께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 최초로 생산직 출신 임원이 탄생해 눈길을 모은다.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생산현장에서 드릴십(원유시추선) 품질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열 기정이 그 주인공이다. 노 기정은 1974년 7급기사로 입사해 조선소 현장에서 선박품질 분야에서만 40년을 근무한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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