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돼야
배출권거래제,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돼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10.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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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을 석 달 남짓 남겨둔 ‘배출권 거래제’를 놓고 ‘신중론’이 거세다.

산업계에서는 생산 목표물량 달성에 차질이 빚어진다거나 생산기반의 해외이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의 신규 투자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 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 생산뿐만 아니라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선점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가동률을 높이면 배출권 비용이 같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유럽의 친환경차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전기차 등 신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라 걱정은 깊어만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단 산업계 부담만이 아닌 배출권 거래제 자체가 가진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국제 공조체제의 구축 없이 도입되는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온실가스의 실질적 감축을 위해 독자 도입보다는 미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국제적 협력체제의 구축방안에 대한 고민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을 위한 기술지원책도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종환 일신회계법인 부회장도 “현재 상용화된 온실가스 후처리 기술옵션이 아직 없고, 사전 감축기술 옵션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배출권 할당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사용권한 할당과 같아져 사실상 ‘에너지 배급제’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규제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정책인 배출권거래제를 ‘거래’라는 용어로 희석시켜선 안된다”고도 했다.

황진택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EU-ETS제도에서 정책은 일부고 핵심은 탄소시장과 비즈니스 솔루션”이라며 “석탄가격 하락으로 유럽의 석탄화력 발전이 급격이 증가한 사례에서 ETS가 사실상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EU 배출권 가격이 폭락하자, 배출권 할당계획이 실패했다는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배출권거래제 시행과 관련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EU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국익을 고려해 더욱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같은 배출권거래제를 둘러싼 ‘신중론’에 귀를 기울여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껏 제도 시행 여부와 시기에 관련 논의가 집중된 나머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터라 이런 노력은 더욱 중요하다.

지난주 열린 ‘기후WEEK 2014'에서 유종민 홍익대 교수는 “좋은 규제가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규제라면 배출권거래제는 신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규제”라고 표현했다. 과거 미국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에너지 절약법으로 인해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낸 사례를 들었다.

배출권거래제를 또 다른 의미의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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