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광산개발 현장만이 젊은 엔지니어를 부를 수 있다
안전한 광산개발 현장만이 젊은 엔지니어를 부를 수 있다
  • 이창우 동아대학교 교수
  • 승인 2014.09.15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창우 동아대학교 교수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유가 및 주요 광물자원의 가격이 치솟을 때마다 “해외자원개발이 곧 국가경쟁력”이라고 주장하며 해외자원부국을 쫓아다닌지도 30년이 지났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시간동안 같은 외침을 해왔음에도 어쩐 일인지 곧 발표될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에서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기본방안 중의 하나가 ‘국가 자원개발 역량강화’라고 한다.

국내 대학의 자원개발 관련 학과의 인프라가 붕괴 조짐을 보이기 직전인 2009년부터 지금까지 약 500억원에 가까운 정부예산을 투입하여 현재 매년 300명 이상의 학부생과 100명 이상의 석?박사 학위자를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광업 전문기술교육 및 훈련을 통하여 연간 50명 정도의 기능인력을 배출하고 있으나 2014년 8월 현재 403개 이르는 국내 광산에서는 한결같이 젊고 유능한 엔지니어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국내 광산수는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동시에 영세화하여 근로자 수가 10인 이하 규모의 광산이 85%이며, 50인 이상인 광산은 5%에 불과한 20개 정도이다. 그러나 일반광의 경우 대형 광산의 규모도 더욱 대형화함과 동시에 지표부근의 매장량 소진과 환경문제로 지하채굴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급변한 환경변화와 최근 우리사회의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광산현장의 안전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광산 재해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영세성과 안전 관련 법령 및 관리체계의 효율성 문제에 있다고 한다. 영세 광산의 경우, 법적으로 요구되는 안전의무 기준을 준수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관련 법령 또한 과거 국내 석탄광산을 대상으로 제정된 것이 대부분이며, 안전관리체계는 너무 복잡하여 실효성이 퇴색된 실정이다.

최근의 국내 재해 통계를 살펴보자. 최근 10년간 광산사고는 35%, 재해자 수로는 42%가 감소했다. 여기에는 시설 현대화와 안전기준의 강화 등도 큰 기여를 하였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광산수가 32%가 감소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럼 다른 각도에서 최근의 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첫째, 연 인원 1백만인당 재해율은 1982년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연평균 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나 부상 및 사망재해는 최근 10년간 거의 변동이 없다. 이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형광산의 갱내화 및 심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1백만 근로시간 기준 재해율은 최근 10년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이 또한 대형광산의 갱내화 및 심부화가 원인으로 보인다.

셋째, 재해로 인한 근로손실시간을 살펴보자. 2006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가 다시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1천 근로시간당 약 3~5일 정도의 생산손실시간을 보인다. 특히 강도율로 불리우는 이 재해지수는 재해강도를 의미하므로 광산의 대형화, 심부화, 기계화에 따라 재해의 심각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근로자 1백명당 재해자수를 들여다보자. 앞의 강도율의 경우와 같은 경향을 보여 2006년까지 감소하던 지수가 2배 정도까지 증가한 후 감소하고 있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재해통계는 국내 광산이 개발 용이한 지표 가까이 부존한 광체가 소진되었거나 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로 인하여 지하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고품위 광체를 추적하여 심부화하는 상황, 그리고 기계화를 통한 대형화와 고속 개발의 상황 등 급속히 달라져가고 있는 최근의 국내 광업계의 현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들 재해통계 및 그 원인들은 국내 광산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첫째, 국내 광업계는 주요 광물자원의 자급율 제고라는 목표달성을 위하여 글로벌 수준의 현대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연간 1백만톤의 광석을 생산하려면 대형갱도 5km 이상을 채굴해야하며 이를 위해 5000kW이상의 장비가 동시에 투입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형화 및 심부화는 기계화를 전제 조건으로 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비가 운반트럭으로 1백만톤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25톤 트럭 기준으로 총 5000회 이상의 왕복운행이 필요하다.

둘째, 지하광산개발은 고도로 전문화된 인력이 요구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경제성 있는 광체를 탐사하고 매장량 계산과 광체의 3D 모델링, 개발계획 및 이에 따른 단계별 공정설계, 생산 등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각 단계별로 많은 고도화된 전문인력이 요구되며 생산단계에서는 숙련된 기능인력의 공급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대형광산은 세계적 수준의 광산 개발의 전주기에 걸친 고도의 교육이 가능한 학습현장인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기본방안 중의 하나가 ‘국가 자원개발역량 강화’이다.  국내 기업의 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이 보유한 광산에 유능한 젊은 인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하며 국내 광산은 이들 젊은 인력이 고도의 자원개발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test mine’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엔지니어들이 큰 포부를 가슴에 품고 국내 광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게 우선 과제이다. 연봉, 복지후생도 주요하지만 동시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 즉 무재해 광산 개발의 실현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test mine’에서 배출한 전문인력이 해외자원개발의 선봉에 서서 전 세계를 누비게 되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