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이제는 소매경쟁이 필요하다
전력시장, 이제는 소매경쟁이 필요하다
  • 윤원철 한양대학교 교수
  • 승인 2014.08.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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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원철 한양대 교수.

지난 해까지만 해도 여름철 전기가 부족하여 모두 다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 여름에는 전력수급에 아무런 문제없이 지나가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앞으로 특별히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의 불시 정지가 재현되지 않는다면 향후 수년 간 전력수급에는 이상이 없다고 우리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대규모 정전사태를 걱정하며 급박하게 비상조치를 강구하였다면, 이제는 차분히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궁리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논의되어 2001년 발전자회사 분할이 단행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구조개편 기본안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표류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2003년 발전자회사 매각이 무산되고 2004년 배전분할이 노사정위원회의 권고로 중단되었다. 2010년 KDI 주관의 구조개편 용역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으나, 구조개편과 민영화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한 마디로 어정쩡한 상태다. 구조개편 계획대로라면 발전경쟁을 거쳐 도매경쟁,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매경쟁이 도입되기로 되어 있었다. 지금의 발전경쟁은 도매경쟁과 소매경쟁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도기가 무려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전력거래 방식으로는 발전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키고 최종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가격시그널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각 국가나 지역마다 전력산업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전력시장에서 경쟁 도입의 정도에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도매부문과 소매부문 모두에서 경쟁을 이미 도입하여 상당기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OECD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일부 혹은 모든 소비자에게 공급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매경쟁을 이미 도입하였다. 최근 일본 정부도 2016년부터 소매 전력시장을 완전 자율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왜들 이렇게 전력시장에서 소매경쟁을 도입하는 것일까? 우선 전력시장에서 가격시그널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조절될 수 있도록 시장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종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가격결정과정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변화하면 최종소비자의 소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전력시장은 이러한 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는 구조다. 나아가 전기도 하나의 상품으로써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요금제도와 서비스 품질 차별화를 요구하지만 소매경쟁이 없는 상태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올해 1월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중점 과제의 하나로 ICT를 활용한 에너지 수요관리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수요관리시장 또한 소매경쟁이 도입되어 다수의 사업자가 다양한 요금제도와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결국 우리 정부가 수요관리형 전력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소매경쟁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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