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08.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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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광화문 시복미사에는 100여만 명이 모여 교황의 방문을 환대했다. 모든 것을 초월한 우리 국민의 환대였다. 그러나 교황이 떠나간지 일주일도 안 되는데 신문이나 인터넷에는 교황과 관련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교황 방문을 맞이하면서 전례없이 검약하고 약자 편에 서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방한 기간 중 실제 그 모습을 목격했다. 마땅히 교황이 돌아간 뒤 우리에게 교황이 남기고 간 의미가 무엇이고 그 의미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노구의 몸을 이끌고 먼 동방에까지 다녀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는 허사가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겼다. 어떤 이유에서 한국을 첫 방문 국가로 선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교황의 생각으로는 한국이 잘 났기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국 사회에 자신이 도와주어야 할 것이 많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먼저가 아니었을까?

그는 끝없이 치닫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고 체류 기간 동안 대통령을 제외한 어떤 저명인사도 만나지 않았다. 오직 낮은 곳만 돌아보았다. 이는 물질만능, 끝없이 치닫는 자본주의, 약자에 대한 배려를 모르는 우리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 하겠다.

일견 우리는 교황의 방문으로 우쭐한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서는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 미사에 운집한 국민들의 모습에서 필자는 우리의 희망을 본다. 같은 종교의 신자가 아니었음에도 성인을 맞이하려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가짐은 여느 나라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수없이 종교 전쟁이나 분쟁을 일으키는 나라에 비교하면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민족을 진흙탕에서 싸우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훌륭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자신이 도와주면 훌륭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이 땅에 왔을지도 모른다.

종교 지도자는 종교적 차원에서 자신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그는 자신이 할 일을 다 하고 돌아갔다. 사회적 차원의 문제는 종교가 아닌 사회적, 정치적 지도자가 이끌어 나가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은 우리에게 더 없이 큰 선물이다. 이제  이 선물을 받아 어떻게 해 나가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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