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그럼 가스는 누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그럼 가스는 누가?
  • 최종희 기자
  • 승인 2014.08.23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물 한 채가 올라갈 때, 전기와 소방 쪽 안전은 관련 전문가들에게 맡기면서 가스는 왜 전문가를 배제시키는 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 은퇴했다는 한 남성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하소연부터 늘어놓았다.

그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처럼 가스안전도 가스분야 전문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게 당연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소방안전의 경우 건물을 설계하고 감리하는 단계 뿐 아니라 사후 관리까지도 소방시설기술사와 소방시설관리사, 소방설비기사 등 소방분야 대표 전문가들이 직접 챙기고 있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전기안전기술사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건설현장의 전기안전 상태를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만 예외다. 수많은 가스 전문가들을 제쳐놓고 건축기계설비 기술사들에게 가스안전을 담당케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스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 수는 13만여 명에 달한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가스사고는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더구나 지난해 7월 25일부터 가스 배관을 건물 내 벽이나 천장 등 보이지 않는 곳에다 매립할 수 있게 돼 사고 위험은 더 커졌다.

지금까지는 가스배관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에 설치돼 있어 배관의 부식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또 가스검지기를 통해 가스 누출 여부를 정확히 알아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매립이 허용되면서 검지기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다 육안으로 배관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가스안전을 가스 전문가가 챙겨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분야별 전문가에게 안전을 담보하도록 하는 일이 ‘상식’이 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