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함께 사라지는 ‘가스배관’…도심 속 폭탄 될라
안전과 함께 사라지는 ‘가스배관’…도심 속 폭탄 될라
  • 최종희 기자
  • 승인 2014.08.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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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가스안전공사ㆍ업계 전문가 우려에도 1년 넘게 ‘모르쇠’

아파트 한 채를 통째로 날릴 수 있는 폭탄과 같은 파괴력을 지닌 ‘가스배관’이 가스 전문가를 빼놓고 건물 벽이나 천장 속에 설치되고 있어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25일 건축법을 개정해 아파트를 비롯한 건축물에 대해서도 가스배관을 보이지 않는 곳에 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가스배관이 노출돼 있는 모습이 외관상 좋지 않은 데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는 벽이나 천장 등에 가스배관을 두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 개정 이유였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가스배관을 벽이나 천장 등에 감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럴 경우, 안전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도시가스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가스배관이 외부에 있을 때는 가스검지기를 설치해 가스 누출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배관이 벽이나 천장 내부에 있다면 검지기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해 가스가 새어나와도 알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가스배관의 수명은 사후관리에 달려있는데, 천장과 벽면에 숨어 있으면 관리가 지금보단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관리 부실로 가스배관 부식이 빠르게 일어나면 그 만큼 사고 발생 확률도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관이 환기가 잘 되는 외부에 있을 경우 가스가 누출되더라도 공기와 섞여 희석될 수 있지만, 벽면이나 천장 등 갇힌 공간에 있다면 누출된 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머물러 있게 돼 사고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도시가스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 커지자 가스안전공사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가스배관을 매립하는 공사 자체가 까다로운 작업인데다 사후 안전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가스분야 최고 전문가인 가스기술사 책임 아래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국토부에 건의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가스기술사 수는 약 300여 명으로 1년에 보통 10명씩 선발된다. 가스분야 전문가 중에서 실무경력과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야만 가스기술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가스안전공사의 요구에 별다른 답변 없이 1년 넘게 시간만 보내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공사도 가스배관 매립 시 가스기술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가스업계의 입장과 마찬가지다”면서 “그래서 국토부에 이런 내용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확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렇게 가스안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도 가스설비는 가스기술사에게 점검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해놓고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전기와 소방, 가스 등 건축물 내 주요 설비들을 분야별 전문가에게 안전관리 받도록 하겠다던 당초 개정취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셈이다.

서울특별시가스판매업협동조합 홍성석 상무이사는 “입법예고 후에도 가스설비는 가스 쪽 전문가가 맡는 게 옳다던 국토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초 입법예고 취지를 살려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물이 올라갈 때 전기와 소방은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설계와 감리 등이 진행되는데 가스에 한해서만 전문가를 배제하고 있다”면서 “가스사고는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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