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출권거래제에 대해서만 묻죠?”
“왜 배출권거래제에 대해서만 묻죠?”
  • 이소연 기자
  • 승인 2014.08.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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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환 일신회계법인 부회장
▲ 노종환 일신회계법인 부회장.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 부족 아쉬워"

기후변화 분야에서 첫 손으로 손꼽히는 전문가인 노종환 일신회계법인 부회장이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불편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지난 1982년 당시 동력자원부 사무관으로 에너지와 인연을 맺은 그가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게 된 것은 1997년 에너지관리공단 정책실장 시절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거의 모든 당사국총회에 참석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고, 국내에서는 2008년 배출권거래를 위한 ‘한국탄소금융 주식회사’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지난 12일 오전 사당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잔잔한 미소가 인상적인 중년의 신사였다.

이 책은 ‘기후변화협약’이라는 그리 대중적이지 못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이론적으로 접근하면서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해 딱딱한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기후변화협약’이라는 큰 틀에서 얘기했지만 정작 책을 본 주변 사람들은 ‘배출권거래제’에 대해서만 주로 묻는다며 다소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그가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주제에서 조금 빗겨났기 때문.

하지만 배출권거래제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업계와 환경단체, 정부 등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질문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그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배출권거래제의 모든 변수를 다 관리를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 자체가 무리다. 쉽게 얘기하면 시장을 누군가가 컨트롤하겠다고 덤벼드는 행위는 일반 증권시장을 공무원이 쥐고 덤벼드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최소한의 관리자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마켓 그 자체를 만들고 통째로 관리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완벽한 제도는 없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에는 태생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책에서 그는 배출권거래제가 낳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시시각각 변해야 하는 배출권 할당량을 행정적으로 그때그때 공정하게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기업 이기주의로 인한 배출권 할당량 과다측정 가능성이 짙고, 해외 사례처럼 경기침체로 인해 배출권거래가 비활성화될 가능성 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배출권거래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라고 역설했다.

“아직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지 얼마 안됐다. 그래서인지 노사 분규 또는 생산성을 위한 기술 투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문제로 보더라도 환경 이슈는 우선순위에 밀린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 기후변화를 환경 이슈로 만들어 얘기를 하려니 해결책이 안 나오는 거다. 기후변화 이슈를 트렌드와 관련된 것으로 묶어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가 우리의 삶이나 국가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큰 흐름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논의해야 한다. ‘지구가 더워지면 큰일나요’ 이런 방향으로 몰고가니까 우선순위에서 떨어지는 얘기가 되는거다. 기후변화는 당연히 환경 이슈지만 그 뒤에 국가의 방향성과 미래 먹거리,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있는 초 메가 이슈로 자리매김 돼야 한다”

그는 ‘배출권거래제’는 기후변화의 지엽적인 문제이며 기후변화 담론을 이에 한정시켜서는 대응책이 나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출권거래제 시행 여부 보다 중요한 것은 배출권거래제 방향을 정립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고민하게 만들지 연구하는 것이다. 유럽이 먼저 시행착오를 거쳤으니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관해 같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녹색기술을 확보하는 것 또한 기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우선 담론이 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기관이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내년 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각자 열심히 하되 느슨한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정책 콘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지역난방을 두고 전 세계 지역난방 자료를 모아 비교하는 것도 한 예다. 이를 통해 제도를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법을 정하면 된다. 당사국 총회 밑에 풍력발전 담당 등 기관을 두고 하위 목표를 정하면 더 효율적으로 기후변화협약에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강제성은 없지만 각국의 지역난방 보급률이나 풍력발전 보급목표를 정할 수도 있다. 온실가스 목표가 아니라 그 밑에 있는 지표를 지키려고 하면 지킬 수 있다. 목표를 아래쪽으로 낮추게 되면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목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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