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해 강원도 태백의 한 마을로 향했다. 강원 산길을 둘러둘러 힘겹게 도착한 이곳은 태백 수아밭길로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지난 2일 태백시와 완공한 에너지자립형 마을이다.

약 2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로 원래 탄광마을이었다. 하천을 가로질러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과거 탄광마을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과거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광해관리공단에 따르면 탄광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전형적인 마을이었지만 1993년 탄광이 폐쇄되고 마을도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다. 현재 원주민은 이주하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이 마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마을 주변 둘러보니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태양열 설비였다. 대도시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이런 곳에 설치된 이유가 무엇일까.

물음에 공단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폐광지역 주민의 에너지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 준 것이란다. 

공단에 따르면 총 사업비 5억4300만원 가운데 52%를 공단이 부담하고 나머지 48%는 에너지관리공단이 냈다. 설치를 원하는 지역주민 43가구와 마을회관 2개소에 태양광 92kw, 태양열 270㎡를 설치했다. 설치된 태양광은 전기를, 태양열은 온수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연간 4500만원의 에너지비용 절감과 34톤의 온실가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이용하고 있는 한 마을 주민은 “처음 공단에서 설비를 설치할 것을 권장했을 때 전기요금이 절감 될 수 있을지 망설였다”며 “하지만 설치 전 2만원내외 전기요금이 7000∼8000원 정도 절감하는 것으로 보고 설치하길 잘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민의 말대로라면 설치 전·후 약 40%의 전기요금 절감효과가 있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소득이 적은 노부부여서 공단이 설치해준 이 설비가 에너지복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설비는 100% 에너지관리공단의 인증제품으로 5년간 공단이 보증해주니 이용 만족도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공단은 1단계 지역지원 사업으로 강원랜드, 6개 자회사를 두고 골프장, 리조트 등  폐광지역을 중심으로 관광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작 탄광 지역주민에게 그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공단은 주민을 위한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일명 ‘주민밀착형사업’이다.

탐방 안내를 맡은 박창원 공단 지역사업팀 과장은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지역주민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대규모 리조트 사업을 통해 얻은 일부 수익금을 재원으로 ‘주민밀착형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주민밀착형사업’인 태백 ‘미래코 제로에너지마을’ 조성을 시작으로 추가 조성 사업이 예정돼있다. 공단은 문경 폐광지역에도 제로에너지마을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이미 에관공으로부터 예산을 확보했고 35가구에 태양광, 태양열 설비를 설치 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 정선, 영월, 삼척, 보령, 화순 등 다른 폐광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창원 과장은 “문경시 제로에너지마을은 내년 초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외 폐광지역에 순차적으로 에너지마을 조성해 지역주민이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제로에너지마을 조성 외에도 벽화보수 및 그림그리기, 폐교 복합문화공간 활용,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임대주택사업 등을 준비 중에 있다. 

특히 임대주택사업은 공단이 지역주민의 주거복지를 위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LH 폐광지역 임대주택사업은 적자가 심해 LH의 정리 1순위 사업이다. 이에 공단은 LH와 함께 펀딩을 조성해 폐광지역 주민의 임대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협의는 이미 끝난 상태로 수요조사를 위한 용역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두 번째 탐방지로 들른 강원 영월 탄광문화촌에서는 공단이 설치한 소수력발전설비가 인상적이었다. 공단 소수력발전 사업은 총 소요예산 8억원, 1년2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10kWh급(5kWh × 2개소) 소수력 설비와 갱내수 정화시설 소택지 1개소(약 424평)를 갖췄다. 이를 통해 공단은 광산개발·폐광활용에 관한 관광 및 학습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장기간의 가뭄으로 인해서인지 소수력발전의 가동 모습은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박 과장은 “가뭄으로 인해 소수력 발전 가동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며 “그러나 공단은 앞으로 주민밀착형사업 외에도 소수력발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급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강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