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경쟁력’이 기업투자 변수로 떠올라
‘물 경쟁력’이 기업투자 변수로 떠올라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4.07.2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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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P 물정보공개 … 한국서도 공식 출범
한전·포스코·삼성전자 등 45개사 대상

미 아메리칸 일렉트릭파워사는 환경보호국(EPA)이 도입한 물에 관한 새로운 규정이 석탄화력 발전소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10억달러의 손실을 입게 됐다. 캐나다의 바릭 골드사는 물 관련 리스크와 허가조건 때문에 85억달러에 달하는 칠레의 파스쿠아 라마 광산 건설을 연기하기도 했다. ‘물 경쟁력’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변수가 됐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OECD의 2050년까지 환경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물 스트레스 비중이 40% 이상으로, ‘심각한 물 스트레스(severe stress) 국가’로 평가돼 있다. 앞으로는 금융권의 투자유치를 위해선 물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영국 CDP 본부와 CDP한국위원회는 전세계 573개 금융기관의 위임을 받아 국내 45개사를 대상으로 ‘CDP 2014 물정보공개 요청서’를 발송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전세계 금융기관의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CDP 물정보공개(CDP Water)’란 기업의 물 관리와 지배구조, 물 관련 위험과 기회, 취수량과 배출량 등 물 회계 등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금융기관은 이를 투자와 대출을 심사할 때 참고하게 된다.

이번 정보공개 요구에 포함된 국내 45개사는 물 다소비 혹은 스트레스 기업, 물 비즈니스 기업에 속하는 상장기업, 비상장 기업, 공기업 등이다. 마감기한은 9월 26일까지다. CDP한국위원회는 국내 기업의 물 정보공개 현황과 수준을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CDP한국위원회는 EY한영회계법인을 공식 평가기관으로 정하고, 기업의 물 정보공개 평가 수행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CDP 물정보공개는 CDP 영국 본부에서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인 ‘FTSE(영국 런던증시)500’에 편입된 기업 중 물 사용량이 많거나 물 스트레스가 높은 산업에 속한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 ‘CDP 물정보공개 글로벌 500’에 포함돼 물 정보공개 요구를 받은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LG화학, 현대중공업 등 7개사로 이 중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응답한 바 있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500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응답한 바 있다.

장지인 CDP한국위원회 위원장은 “기업은 물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이며, 전 지구적 차원의 물 문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위험과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CDP Water의 한국 출범은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CDP Water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일표 국회CSR정책연구포럼 대표의원은 “전 지구적이면서도 지역적인 물 이슈에 직면해 기업들이 비즈니스상에서 어떤 위험과 기회가 있으며, 또 얼마나 이 이슈를 경영에 반영하고, 취수부터 배출까지 어떻게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책임있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금융투자기관이 묻고 있다”며 “물 이슈를 대하는 온도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정보공개 요청을 국제적으로 받은 만큼 적극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 의원은 이어 “물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물을 책임있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물을 비즈니스로 삼고 있는 기업은 책임과 함께 기술력을 적극 알려 기업의 물 경쟁력 제고의 통로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이 대표로 있는 국회CSR정책연구포럼은 CDP한국위원회와 지난 18일 국회에서 ‘물, 기업경영의 오래된 혹은 당면한 위험과 기회’라는 제목으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는 영국에 본부를 둔 환경 관련 글로벌 비영리단체로, 전세계 금융기관의 위임을 받아 주요 상장기업에 기후변화(CDP Climate Change), 물(CDP Water), 산림자원(CDP Water) 등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요청한 뒤 응답자료를 분석, 매년 보고서로 발간하고 있다.

CDP한국위원회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사무국을 두고 있으며, CDP 기후변화를 2008년 도입한 이후 현재 시가총액 상위 250개 국내 상장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이번에 CDP 물정보공개를 공식 출범시킴으로써 CDP 관련 2개의 글로벌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올해 물 정보공개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신규로 CDP 물정보고개를 시작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인도 등 3개 국가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사회책임투자(SRI)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7년 만들어진 비영리조직이다. 금융투자기관, 일반기업, 학계, 시민사회단체, 개인 등이 망라된 국내 최대의 사회책임투자자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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