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소통이 신재생에너지 정책 성공 가른다
국민과 소통이 신재생에너지 정책 성공 가른다
  • 이상훈 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 승인 2014.05.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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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던 일본 자연에너지재단 사무국장이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나 지금 남산 하얏트 호텔에 있어’. 

그제서야 5월 12일~13일에 서울에서 청정에너지장관회의(Clean Energy Ministerial)가 열린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한 달 전에 한 독일 전문가가 청정에너지장관회의에 초청할 한국 기업인을 문의하는 메일을 보내와서 청정에너지장관회의가 서울서 열린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청정에너지장관회의는 23개 주요국의 에너지담당 장관이 참석하여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및 탄소포집저장, 에너지시스템통합 등을 주제로 다루는 고위급 국제포럼이다. 회원국들이 온실가스의 80%를 배출하고 청정에너지투자의 90% 차지하기 때문에 세계 청정에너지분야의 핵심 리더들이 모이는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하지만 세월호 탓인지 이 행사가 너무 조용히 진행되는 바람에 깜빡 잊고 있었다. 장관회의라서 참여가 제한적이지만 민관라운드테이블 등 부속행사에 참석할만한 신·재생에너지분야 전문가나 기업인, 취재를 해야 할 에너지전문지 기자들도 대부분 이 행사에 알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준비되었다. 

예외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산업부가 각별히 관심을 보이는 분야만 참여가 활발했다.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등 국내에서도 관심이 큰 주제들도 다루어졌지만 사전에 관련 분야와 의제를 공유하고 참여를 활성화하는 과정은 보이지 않았다.

간혹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이 언제 발표되냐는 질문을 주변에서 받는다. 

신·재생에너지학회가 지난 해 12월 중순에 국회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때 산업부 참석자는 2014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사실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과정의 주요 논의 내용을 알고 있고 또 공개, 비공개 세미나에서 2035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안)을 여러 차례 접했기 때문에 내용의 윤곽은 대략 알고 있다. 에너지 전문지에도 흘러나온 내용의 일부가 소개되었기 때문에 아마 나처럼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의 대강을 알고 있는 사람을 꽤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공식적인 정부 계획은 아니다. 논의에도 연구에도 인용할 없는 추측 정보에 불과하다. 초안 발표자들도 예외없이 인용불가를 당부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지만 여전히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발표가 왜 지연되는 지, 무슨 작업이 진행 중인지 알 수가 없다.

산업부 공무원을 만나보면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과도한(?) 관심과 참여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견해를 수렴하는 것에 소극적일뿐만 아니라 심지어 발표된 초안에 대한 국회, 타부처, 시민사회, 기업집단, 전문가, 주민 등의 비판적 검토와 문제제기조차 불필요한 간섭내지 참견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태도에는 민주적 정책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사 표현과 경청을 비생산적, 비효율적이라 간주하는 엘리트주의가 강하게 배어 있다. 하지만 정부의 조직과 예산, 정책은 국민이라는 정책 고객이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가만히 입 다물고 있기보다 고객의 목소리가 다양하고 우렁찰수록 서비스의 질은 향상된다. 마찬가지로 정책 고객의 참여는 정책의 완성도와 실효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군림하는 관료가 아니라면 자발적으로 쏟아내는 정책적 관심과 요구에 감사하고 환영해야 마땅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관심 있는 국민 고객은 기업인, 연구자, 지자체 공무원, 공기업 직원,시민 등 매우 다양하고 숫자도 상당하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이들 국민 고객의 관심과 목소리를 키워야 상대적으로 열세인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신·재생에너지에 힘을 싣고자 한다면 국제적 행사를 개최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국민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했다. 국민 고객은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산업부 태도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후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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