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권력이 공기업 망친다”
“부패한 권력이 공기업 망친다”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4.03.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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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희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

3대혁신 긍정적 평가 … 상급단체 가입 추진

“최근 한수원의 3대혁신은 기존의 보여주기식 혁신이 아니다. 현재까지는 현장을 강화하고 조직을 안정화 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인희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은 20일 한수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비리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은 한수원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인희 위원장은 한수원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비리와 관련 “한수원은 정부에 종속관계가 강하기 때문에 부패한 권력이 들어서면 조직 역시 부패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비리척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한 기업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상급단체 가입과 관련해서는 “조합원이 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찬반 표결 보다는 만장일치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 이인희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다양한 실천을 통해 현재의 차가운 사회적 시선을 변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이인희 한수원 노조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한수원의 3대혁신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부정적이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현장을 강화하고 조직을 안정화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새로 사장이 올 때마다 보여주기식 혁신을 추구해 오히려 조직의 피로도만 높아졌다. 사실 안전한 운행과 정비, 주변주민들과의 소통을 잘하는 방향이면 충분하다. 조석 사장이 취임 직후 노동조합을 방문했을 때 이런 점을 이야기 했다. 반영됐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비리에 대한 우려가 크다
비리는 척결돼야 한다. 지난해부터 비리에 대해서는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있다. 한수원의 고위직 인사, 예산, 인력은 100% 기재부에 종속돼 있다. 이처럼 종속관계가 강하기 때문에 부패한 권력이 들어서면 부패한 조직이 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 아니겠나.
하지만 검찰이 3년째 하부현장을 수사하는 기업은 한수원밖에 없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보지 않고 한 기업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비리는 정부 책임이 아니지 않나?
여전히 수직적 군사문화, 혹은 관료문화가 남아있다. 하급자가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수평적 조직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실질적인 팀제를 만들어서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인사와도 관련된 부분이다
실수할 때마다 징계를 하게 되면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기 힘들다. 실제로 계측, 기계, 전기 등 정비부서의 경우 원자력의 핵심부서임에도 기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현장업무와 함께 서류작업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측도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처우개선 방향으로 신경쓰고 있다. 초과노동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각 원전별 정비부서간 노하우 공유 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려 한다.

-결국 노사보다 노정문제인가?
맞다. 공기업의 노사관계는 기업보다는 정부와의 문제가 주다. 사장의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조급하게 굴지 않는다. 잘못하면 노조가 견제하고 잘하면 협력하면 된다. 정부가 잘못한 부분을 사장에게 책임지게 하면 안된다. 정부의 방만과 부도덕을 먼저 질책해야 한다.
조석 사장의 경우 초기에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산자부에서 다양한 경력이 있어 그런지 업무를 빨리 파악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평가다.

-인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나
UAE 파견 등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올해만도 600명이 가야 한다. 문제는 기존 전문가 양성 중심이었는데 비리 사건으로 인해 이것이 희박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기존 직원들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이들이 후배를 가르치는 것이 안전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오는 5월 22일 대의원대회에서 상급단체 가입이 논의 되나?
논의 한다. 여기서 결정한 바에 따라 향후 일정이 결정될 것이다. 상급단체 가입은 조합원이 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다. 다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표결 보다는 만장일치 수준이 되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조직 갈등양상 보다는 전 조직의 공동의결의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상급단체가 필요한 이유는?
연대와 단결을 위해서는 타사업장의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등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한수원 내부로 국한시켜 생각해본다면 정부의 공격이 심화되면서 조직원들이 상급단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노조위원장 취임 1년 어떻게 자평하고 있나?
책상에 공약을 펴놓고 일한다. 약간은 부족했다. 소통에서도 노련하지 못했고 조직의 안정화도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내년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중점 추진 사항은?
정부가 정치경제적 이유로 인해 공기업 기업사냥에 나섰다는 판단이다. 대기업에 자산을 매각하는 등 내용적 민영화에 대응할 것이며 공기업 복지 축소에도 대응할 것이다. 또 조합원 교육을 광범위 하게 할 것이다. 활동가, 간부, 조합원 교육 등 3단계 교육을 진행하겠다.

통상임금의 경우 조직갈등이 있었지만 회복된다면 금액의 일부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 계획이다. 사회와 함께 하는 따뜻한 행동을 통해 한수원에 쏟아진 따가운 시선을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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