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의 유통 질서
기름의 유통 질서
  • 한국에너지
  • 승인 2014.03.14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름의 유통 질서만큼 사회적 문제가 되는 종목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기름의 유통 질서 문제는 기름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주유소에 내걸려 있는 '정품 정량을 판매 합니다'라는 문구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석유 업계에 오래 종사해온 사람들에게는 정품 정량을 판매하지 않는 주유소가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뿌리가 내려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 별로 없다.

석유 유통 질서를 흐리는 수법은 그 종류가 상당히 많아 판매업자들은 누구나 한번 쯤 유혹에 빠질 개연성을 갖고 있다. 정유사에서 세금을 포탈하고 방출하는 이른바 탈세유가 첫 번째다. 한 해 탈세액만 조 단위에 이른다.

다음은 신나로 대표되는 유사 휘발유다.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이 유사 휘발유다. 유사 휘발유는 눈을 뜨고도 단속하기 어려운 유통 질서 파괴의 주범이다. 한 때는 버젓이 회사를 차려 놓고 공공연하게 판매하면서 정부와 법정 투쟁까지도 벌일 정도로 애매모호한 점이 많은 분야다.

그리고 양을 속여 파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양을 기준으로 하든 금액을 기준으로 하든 소비자는 절대로 분간이 어렵다. 5% 정도 적게 넣은들 알아차릴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방법은 갈수록 교묘해져 석유관리원이나 경찰의 전문 단속요원들도 판별이 어렵다. 주유량 변조 프로그램 일당 36명이 이번에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일당은 석유관리원이 20리터까지만 양을 조사하는 것을 악용해 20리터까지는 정량이 주입되도록 하고 그 이후 주유하는 양에서 5% 내외를 덜 주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장착했다.

이들은 1차 조사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고비를 넘겼다.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완벽하다고 기고만장했을 것이다. 탈세유류, 유사석유제품, 정량속이기 등 갈수록 수법이 발달해 어느 한 가지도 단속이나 적발이 쉽지 않다.

발전하는 범죄 수법에 대비해 이를 단속하는 석유관리원의 단속 방법도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주유소협회에서도 자체 단속에 가세하고 나섰다. 협회는 암행어사처럼 직접 기름을 넣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판매 사업자들이 눈치채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안전망을 구비해도 범죄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범죄학개론의 이론이다. 기름이 존재하는 한 석유류 유통에 따른 범죄의 발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석유류 가격은 지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주유소는 한자리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사업자의 형사적 처벌 이외에 사업장을 강도 높게 처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