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CSR, 기업 철학 반영해야
[신년기획] CSR, 기업 철학 반영해야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12.3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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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 시대다. 제품력이나 브랜드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환경과 사회공헌활동까지 염두에 둔 경영을 펼쳐야만 한다. 경영학계에서도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일수록 안정적으로 성장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에너지 공기업들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진출국 사회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 혹은 사업이라는 명확한 의사표시도 필요하다. CSR의 중요성과 그 성공요건을 살펴본다.

▲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 강조하는 아디다스는 CSR뿐만 아니라 광고에도 기업철학이 담겨있다.<사진=아디다스 제공>


국내기업들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존경받는 기업’ 개념이 국내 시장에 도입되면서 기업들은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에 매몰됐던 과거의 시스템만으로는 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실제로 존경받는 기업은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 브랜드의 힘이나 기술에 기반한 제품력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넘을 수 없는 높이에 위치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지속적 성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기업의 정체성과 일체화 시킨 CSR활동을 끊임없이 수행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개발한다.

물론 수출 기업의 경우 관련 인증비용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8년 환경문제로 대량 리콜을 단행한 마텔의 예를 들며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마텔이 중국에 있는 외주업체에 대해 환경관련 평가를 꾸준히 받게 하는 등 적극적인 CSR 활동을 진행했더라면 브랜드가치를 유지 및 제고하는 동시에 엄청난 손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처럼 CSR법안 제정이 구체화돼 현지진출 기업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현실이 이렇지만 국내 기업현장에서 ‘CSR은 투자’라는 명제에 대한 체감온도가 낮은 편이다.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동감하지만 성과를 측정하기 힘들다는 게 주요 이유다. 각종 마케팅 방법에 비해 효과가 더디다는 설명이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현재 진행 중인 CSR활동이 수혜자들이나 사회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여전히 많은 국내 기업에서 마케팅 활동이나 CEO 이미지 관리에 필요한 방법론 중 하나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셀리아 무어 IBM 사회공헌 담당임원은 “15년 전만해도 누가 가장 많은 투자를 했느냐로 경쟁했지만 이제는 투자효용성으로 경쟁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애질런트 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유럽의 주요기업들은 이미 CSR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에 한국기업들도 이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스텐 리네만 TUV 라인란드 대표이사는 “사회공헌은 마케팅의 측면에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핵심가치 중 하나여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공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CSR과 기업성과의 선순환 고리 <자료=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과 일체화

美 경제지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의 단골 수상자인 제네럴 일렉트릭(GE)은 환경경영의 성공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SRI펀드인 DJSI World의 포트폴리오에서도 비중이 높은 기업중 하나다.

물론 GE가 처음부터 친환경적인 기업은 아니었다. 1977년 폴리염화비페닐(PCB) 생산 및 사용이 금지되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 뉴욕 허드슨 강에 130만 파운드(약 600톤)의 오염물질을 방류하기도 했다. 이후 GE는 환경오염을 막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2005년에 이르러는 ‘친환경적 상상력(Ecomagination)’이라는 경영전략을 채택, 발표했다.

GE는 이 전략을 꾸준히 실행해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GE는 전략 발표 이후 탄산가스 배출 축소 등 친환경을 위한 R&D투자 규모를 매년 2010년에는 15억 달러로 확대했다. 이후 GE는 45개의 새로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2006년에는 전년대비 2배인 120억 달러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또, ‘아프리카에 무엇을 해 줄 것인가’라는 아프리카계 아메니칸 종업원들의 오랜바람에 대해 ‘저개발국가의 의료 환경 개선’이라는 사회공헌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6년 후 이를 수익의 원천으로 변모시켰다.

엑슨모빌은 아프리카 지역 직원 및 가족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사업장 주변의 말라리아 퇴치 사업으로 ‘말라리아 이니셔티브’를 구상했다. 2000년대 초반 서부아프리카는 엑슨모빌의 원유생산 중 25%를 차지할 만큼 전략적인 지역이었다. 2000년 차드 카메룬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전개하던 중 말라리아가 사업은 물론 지역사회에 악역향을 미치고 있음을 절감했다. 말라리아 때문에 종업원 건강과 관련해 4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에 액슨모빌은 단순한 현금지원을 넘어 모기장 및 의약품 공급망 관리, 관련인력 훈련, 사업성과 관리 등 경영역량을 발휘했다. 주유소 네트워크를 통해 모기장 배포와 캠페인 활동을 폈다. 프로그램 예산의 70%는 지역사회 프로젝트를 운영하는데 지원했다.

성과지표도 만들었다. 모기장 이용률, 말라리아 발병률과 치료율, 그리고 말라리아 사망률 등 단계적 성과지표를 설정해 성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그 결과 앙골라의 벵겔라에서는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말라리아 사망자수를 80% 낮추는 데 성공했고 제약회사 이외의 기업 중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지역에서의 기업 수익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지속가능경영 차원서 적극 추진해야
‘CSR은 투자’ 인식의 변화 시급
 단순 기부나 마케팅 수단이면 곤란

■기업이미지와 어울리면 ‘BEST’

광고에 기업철학이 담기듯 사회공헌에도 기업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전세계 소외계층 청소년에 대한 지원과 비인기 종목과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을 필두로 지난 올림픽까지 승마와 요트를 제외한 전 종목에 최다 종목을 지원하는 다국적 스포츠 종합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아디다스가 추구하는 사회공헌의 지향은 경쟁사인 나이키와의 광고 프로모션 전략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나이키가 대표적 스포츠 스타들을 앞세워 ‘Wanna Be’효과를 노린 프로모션 광고를 주로 노출하는 반면 아디다스는 같은 스타들을 앞세우더라도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 도전’이라는 주제어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나이키가 유명농구선수를 앞세워 용을 뛰어넘어 덩크슛을 하는 장면으로 중국에서 역효과를 본 반면 아디다스의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 시리즈 광고는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착실하게 기업이미지를 대변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주도한 에릭 리드케(前 아디다스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부사장)은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흘린 눈물과 고통의 이야기들을 통해 모든 이들이 겪는 인생의 좌절에서도 용기를 얻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공헌에 있어서도 이 같은 기업의 철학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레드볼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스포츠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아래 부족한 교육 현실과 전쟁, 가난, 질병 등으로 고통 받는 아동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스포츠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됐다.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전세계 530여개의 아디다스 매장과 국내 7개 아디다스 직영점을 통해서 미니 레드볼을 판매한 바 있다. 또, 전세계 20여개국에 약 10만개의 레드볼을 지원하고 있다.

■CEO가 앞장서야

CEO가 솔선수범해서 사회공헌에 나설 경우 조직원들의 참여가 활발해져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최고경영자가 강력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TOP-DOWN’ 방식이 보편화 된 국내 기업에 시사점이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에릭 닐슨 전(前) 사장은 CEO로 재직하는 7년 동안 여름휴가를 떠나지 않았다. 매년 휴가를 반납하고 기간 내내 국내에서 ‘사랑의 집짓기’를 진두지휘 했다. 이 기간동안 직원들에게도 유급휴가를 제공함으로써 적극 참여를 독려했다.

당시 에릭 닐슨 사장의 열정은 글로벌 기업들이 진행하는 현지화 전략과 같은 단순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해외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에서 진행되는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시작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볼보건설기계 그룹 차원으로까지 전파해 나간다는 의지를 현실화 시켰다. 국내 활동을 해외 본사 직원들까지 참여하는 수준으로 확대해냈다.

에릭 닐슨 사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성장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느 기업이나 사회공헌활동을 거부하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CEO가 강한 의지를 표명할 경우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CSR을 위한 4가지 방법론>

기업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CSR활동을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것이고 수혜자나 이해관계자라면 ‘이렇게 하면 보다 현실적인 CSR활동이 될 텐데’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조희재 삼성경제 연구소 연구원은 “기업의 CSR활동은 사회에 대한 ‘무한책임’이라기 보다 ‘기업성과’와 ‘사회적 기여’의 조화를 의미한다”며 성공적인 CSR을 위한 4가지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전체적 시각을 가져라
CSR은 기업성과와 환경경영, 정도경영, 사회공헌의 조화다.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주변환경에 따라 최적의 CSR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2. 공감대를 형성하라
주주, 직원, 소비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면 효과적이다. 기업 내부적으로 볼 때 합리적 노사문화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3. 경영전략과 CSR전략을 일체화 하라
미국 기업 GE와 같이 양자를 일체화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공헌활동도 사업’이라는 마인드로 관련 제도와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4.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라
기업의 CSR활동을 전사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CSR 관련 국제표준과 같은 CSR장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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