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우라늄 지고, ‘토륨(Thorium)’ 뜬다
[신년기획] 우라늄 지고, ‘토륨(Thorium)’ 뜬다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12.3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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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대체효과 커 … 원전선진국선 연구 활발
가속기 기술 충분 … 소듐냉각고속로 ‘올인’ 벗어나야

▲ 토륨의 전세계 분포.<출처 : US Geological survey, Mineral Commodity.1.1999>


정부의 2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이 발표되자 원전비중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환경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기존 원전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고 안전성이 대폭 강화돼 환경 부담까지 줄어든다면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4세대 원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해외 원전 선진국들이 기존의 우라늄 대신 ‘토륨’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선정한 표준 4세대 원자로 후보인 ‘소듐냉각고속로’를 주력 원자로로 연구개발 중이다.

우리나라가 고속로를 이용한 제4세대 원전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기술개발이 가장 앞서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속로가 2040년경 상용화가 가능하고 사용 후 핵연료 및 우라늄 고갈 문제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제4세대 원전개발을 위해 가속기와 고속로 개발을 함께 연구했지만, 최근에 고속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제4세대 원전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원전 선진국들은 소듐의 안전성을 이유로 기존 원전의 연료로 사용하던 우라늄 대신 ‘토륨’ 등을 활용한 기술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원전선진국들이 소듐 활용에 ‘올인’하지 않는 이유는 폭발할 수 있는 불안전성 때문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토륨은 안전성이 우라늄에 비해 높다. 우라늄은 1130도에서 용해되고 중단시키지 않으면 계속해서 타지만 토륨은 3300도에서 용해되고, 내버려두면 스스로 꺼져 안전하다. 자체적인 핵분열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 제조에도 쓰일 수 없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놓고 미국과 이견 발생 소지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 토륨은 우라늄에 비해 장점이 많은 원소로 원전선진국들은 4세대 원전의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자료=김한표 의원실>

■토륨 안전성·경제성 높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에 따른 갈등 요인도 줄어든다. 토륨은 폐기물 발생량(부피)이 우라늄의 1/100, 반감기는 우라늄의 1/1000에 불과하다. 

우라늄이 특정 국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데다 농축과정을 거쳐야 원료를 얻을 수 있지만 토륨은 자원의 분포도 대단히 넓어 에너지원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에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도심지 및 소규모 건설이 가능해 분산전원으로서의 가능성까지 지니고 있다. 많은 양의 냉각수가 필요한 우라늄 발전소는 건설 장소가 바닷가여야 하고 그로 인해 장거리 송전이 필요하지만, 토륨은 대도시나 도심지 인근에 소규모 지역발전이 가능해 밀양과 같은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없어진다. 

경제성도 우라늄 핵발전소에 비해 월등하다. 연간 1기가와트(GW)의 전기 생산에 석탄은 350만톤, 우라늄은 200톤이 필요하지만, 토륨은 1톤이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루비아 박사는 “지각에 있는 토륨의 1/1000의 양으로 약 2만년간 전력 15TW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건설비용과 기회비용도 낮다. 토륨을 사용할 경우 우라늄 핵발전소에 비해 1/7 비용으로 건립이 가능하고 송전선 및 방폐장 건설비용도 줄일 수 있다.
토륨의 이러한 장점은 원전 선진국들의 연구를 견인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3세대 원자로에 토륨을 팰릿 형태로 만들어 넣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벨기에는 유럽연합과 실험용 토륨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은 과학자 1000여 명을 투입한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인도는 5년 후 실험발전을 목표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과거 중단했던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노르웨이와, 일본은 유럽연합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해외 토륨 개발 현황.


■국내서도 연구개발 시급
김한표 의원(새누리당 원내부대표)은 “4세대 원전개발에 매진하는 원전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소듐고속로’ 연구 하나에만 매달려 있다”며 “안전성과 경제성, 친환경성 등을 고려해 우리도 토륨 핵 발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승우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이제는 원전의 경제성과 효율성보다는 안전성이 확실히 보장돼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며 “‘가속기를 사용한 토륨 미임계로’를 사용하면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고 핵폐기물을 저감할 수 있어 원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고 있는데 소듐냉각고속로만을 고집하다가는 4세대 원전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며 “10~20년 후에 대비해 국내에서도 토륨미임계로에 대한 연구개발을 를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봉 벨기에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는 인력과 예산상의 문제로 소듐을 이용한 차세대원자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음 세대에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원자로로는 소듐보다는 가속기를 이용한 방법이 더 괜찮다”고 지적했다.

채종서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토륨 원전에는 가속기 기술이 필수적인데 가속기의 일종인 사이클로트론이 이미 국내에서 사업화에 성공해 보급·운영되고 있으며 가속기에 대한 기술·인력·유지보수 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홍승우 교수는 가속기의 경제성과 관련 “현재 가속기가 비싸다는 것이 단점인데 여러대를 만들게 되면 현재 수준의 1/10 수준으로 떨어져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토륨은 우라늄·플루토늄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고 새로운 연료라서 기초연구비용이 들어가지만 잠재력이 높아 기초연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황일승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차세대원자로는 최종 고준위폐기물의 양이 많아 국민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라며 “가속기를 사용하면 고준위 폐기물을 저준위로 바꿀 수 있고 저준위 폐기물은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원자력 발전은 앞으로도 유망한 발전원이 될 것”이라며 “미래부와 산업부 등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부처간 원만한 조율로 기존 (소듐냉각고속로)연구는 지속하되 새로운 (가속기를 사용한)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한표 의원은 “토륨 원전은 원전사고가 발생해도 자동으로 꺼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고 핵무기로 개발이 불가능해 우리나라에 최선의 대안”이라며 “원전비중에 따른 논란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토륨연구가 전무해 정부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건기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진흥정책과장은 “제한된 재원으로 인해 실용화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토륨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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