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와 ‘우분투’
만델라와 ‘우분투’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12.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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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지구촌은 지금 95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한 노인을 애도하는 물결로 넘친다.

만델라를 가르켜 뉴욕타임칼럼니스트 챨스 브로우는 “부드러움의 힘을 절대로 평가절하하지 말라”고 한다. “넬슨 만델라의 한없는 인간적인 부드러움과 침착성, 대통령으로서 노력으로 남아공의 화해를 이루게 된것은 인간정신의 진정한 가능성과 위대함이자 인간사의 영원한 표본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한 부족의 추장 아들로 태어나서 보낸 그의 일생은 자서전의 제목대로 “자유로의 긴 여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러면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의미한 자유는 외면적이기 보다는 내면적인 자유를 의미하는 듯 하다. 석방후 얼마 안돼서 “내가 그문(감옥)을 뒤로하고 자유를 향해 걸어갈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내안의 모든 억울함과 분노와 미움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나는 여전히 감옥에 있게 되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한 말에서도 들어난다. 오바마는 1979년 옥시덴탈대학생 시절에 참가했던 남아공 아파레이트(흑백차별)를 반대하는 ‘다이베스트먼트(divestment)에 참여한 것이 첫 정치활동이라고 한다. 

미연방의회도 1986부터 일련의 법을 입법화함으로 국제사회의 압력과 경제제제는 결국 남아공 대통령이 만델라를 석방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을 모델로 삼아 환경운동가 맥기번은 3년전부터 대학가에 다이베스트먼트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북미의 38개 대학과 뉴질랜드와 호주의 성공회 교단, 시애틀, 샌프라시스코시가 운동에 참가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의 대상은 화석연료회사들이다. 생태계가 참아낼 수 있는 지구의 온도는 섭씨 2도까지다. 그 이상을 넘지 않으려면 지구는 이산화탄소가 565기가톤이상을 배출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화석연료회사들은 현재 이것의 5배가 넘는 양의 배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즉 우리 모두를 빠뜨리는 ‘사망의 굴’을 파고 있는 화석연료 회사들의 ‘팔뚝의 힘’을 빼야한다는 것이 맥기번의 논리이다. 

넬슨 만델라의 종교는 남아공의 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스몬 투투주교와 같이 성공회이다. 그의 철학은 ‘우분투’이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말로 우리나라의 ‘정’ 이나 ‘한’의 개념처럼 설명하기 어렵다. 설명보다는 느끼는 것일게다. 리베리안 평화 운동가 리마 구보위의 번역을 빌리면 “우리 모두가 있기 때문에 내가 나로서 있습니다 (I am what I am because of who we all are)”라고 한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나는 우리속에 하나이고 나를 포함한 우리가 나를 만들었다는 말이 된다.  

만델라 자신은 우분투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여행자가 어떤 마을에 들렀다. 그가 음식과 물을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음식을 주고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해 준다. 이것은 우분투의 한면에 지나지 않는다. 우분투의 개념이 투철한 사람은 갈등과 해함이 있을 때 자유로와 지는 유일한 길은 용서밖에 없음을 알게된다.” 

빌 클린턴은 이 개념을 2006년의 한 연설에서 소개했다. “우분투는 ‘당신 때문에 내가 있습니다’는 말입니다.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모두 99.6%의 같음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잘 되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리 해도 0.04%이상으로는 더 달라질 수 없습니다”

게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프란시스 콜린스 박사는 프로젝트를 끝낸 후 무신론자이던 자신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신앙심이 깊어졌다는 것을 털어 놓으면서 ‘신의 언어(Language of God)’라는 책을 내놓으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 책에서 게놈 연구로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유전자의 99.6%가 같고 침팬지와는 98%, 쥐와는 92%, 개와는 82%, 파리와는 60%, 지렁이와 30%, 심지어 잔디와도 18%가 같다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1858년 다윈과 알프레드 월러스가 각각 생물학적 진화론을 주창하면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즉 박테리아에서 부터 인간까지 모두가  DNA와 원소를 서로 나누는 하나의 ‘대가족’임을 주장했었다. 1999년에 완성된 게놈 프로젝트로 이 가설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셈이다. 

우분투에서는 나와 남의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다. 마치 어린아이가 느끼는 엄마와 같다고 할까. 그 느낌은 콜린스의 게놈 프로젝트에서 들어난 99.6% 같음으로 오히려 더 분명한 과학적 사실로 증명이 된다. 데이터는 “내속의 99.6%는 당신이고 당신의 99.6%는 저입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지도 않을까.

1%도 안되는 화석연료회사들의 이산화탄소 배출계획은 분명히 그들 자신과 함께 우리까지도 멸망의 함정으로 밀어넣는 계획이다. 만델라의 석방을 유도했던 다이베스트먼트 운동의 또 한번의 성공에 희망을 건다. 이번의 목적은 인종 갈등의 종식이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와의 화해이다. 게놈 프로젝트의 과학적 발견은 인류와 생태계와의 경계선도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다윈과 윌러스의 주장대로 생태계의 우리 모두는 DNA와 원소를 공유하는 하나의 대가족이지만 나와 남을 하나의 대칭구조로 보는 것이 바로 만델라가 지적한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일이 아닐까? 이것이 우분투에 철저한 한 영혼이 평생을 통해 추구했던 ‘자유로의 긴 여정’의 참다운 의미가 아닐까? 한 시대의 큰 별을 떠나보내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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