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에기본은 실질적 원전 확대안”
“2차에기본은 실질적 원전 확대안”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12.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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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퇴행적 결정” 비판

“20세기식 접근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퇴행적 결정에 그치고 있다”

그린피스는 11일 산업부가 발표한 2차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중인 11기 외 신규 원전 추가가 불가피하게 된 이번 계획은 분명한 원전 확대 정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미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밀집도를 자랑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국민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이 원전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우수 잠재력 및 기술력으로 국제 경쟁 뛰어들어 경제적 이점 누려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린피스는 이어 “전세계 에너지 정책 추세를 객관적으로 읽고,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에너지 효율 증가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단계적인 탈핵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이번 2차 에기본에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린피스의 성명서 전문

12월 11일 ‘제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산업부는 정부안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민관워킹그룹의 권고안이 발표된 이후 두 달 만에 정부 공식 입장을 공개한 것이다. 2008년 1차에 이어 다시 수립한 2차 에기본은 2035년가지 한국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은 장기적 안목을 지닌 에너지대계라기보다는, 20세기식 접근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퇴행적 결정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원전 설비 비중을 1차 에기본의 2030년까지 41%에서 2035년까지 29%로 축소했다고 발표했다. 마치 원전 확대 기조를 철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분명한 원전 확대 정책이다. 1차 때보다 전력 수요 전망을 높게 잡아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중인 11기 외 신규 원전 추가가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원전은 사양산업이다. 세계에너지협회(IEA)가 올해 발표한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35년까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은 원전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을 제외할 경우 OECD 전체 원전 설비 용량이 감소한다고 보고서는 따로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16개국이 원전 없이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원전 보유국들도 그 비중을 9.2%감소(2011년 기준)시켰다. 쇠락해가는 구시대의 비싸고 위험한 발전 방식인 원전에 의존하는 한국은 이번 결정으로 국가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 명백하다.

또한 계속되는 원전 비리와 고장으로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은 가운데 한국은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원전사고에 대한 우려에서 앞으로 최소 70년동안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부안에 따라 추가적으로 건설하게 되는 원전은 2020년 이후에 지어져 최소 2080년이 넘어야 그 수명을 다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밀집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부산에 위치한 고리 원전에는 현재 6기에서 앞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대 12기까지 원전이 들어서게 된다. 고리 원전 30km 인근에는 무려 343만명이 살고 있다. 제 2의 경제도시 인근에 가장 많은 원전을 밀집시키는 이 위험한 도박을 계속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국민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세계는 이미 풍력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원전보다 수배나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22년간 노력해서 2035년가지 11%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이런 세계적 흐름을 감안할 때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린피스는 2012년 에너지혁명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한국 사회에서 단계적인 탈핵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또 최근 두 번째 에너지혁명 보고서에서 한국이 태양광의 경우 독일보다 우수한 잠재력을 지녔음을 밝혔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우수한 잠재력과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재생가능에너지 국제 경쟁에서 철저히 도태될 것이다.

에너지 효율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혁명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많은 선진국과 개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분명한 현실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와 수많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 스페인은 2011년 이미 30%가 넘는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했고, 2013년에는 4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가 스페인 GDP에 기여한 금액은 한화로 약 14조원이 넘는 규모. 약 12만개의 좋은 일자리도 창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최상위 장기 에너지 계획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세계적 흐름을 반영해 깨끗하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원전 의존적인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정부는 과거 정부들의 실패한 경험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전세계 에너지 정책 추세를 객관적으로 읽고,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에너지 효율 증가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단계적인 탈핵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이번 2차 에기본에서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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