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수력발전소 탐방기]
소통과 환경친화, 주민 사랑 ‘담뿍’
[일본 소수력발전소 탐방기]
소통과 환경친화, 주민 사랑 ‘담뿍’
  • 김상승 크린에너지 대표
  • 승인 2013.11.29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원 내 환경과 조화 … 학습형 관광지로 개발
국내기업 생산 발전기 사용 … 365일 무인 발전

▲ 일본 신소기 소수력발전소의 취수구와 내천 모습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수차 발전기가 일본에 설치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동안 일본 기기를 한국에 들여와 설치한 모습만 보았던 필자는 정말 꿈만 같았다.

그런데 올해 또 다른 수차발전기가 일본의 공원 안에 설치됐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산하기구인 수력협의회에서는 매년 한 번씩 선진 소수력발전소를 탐방하기로 하고 2012년 처음 중국 샨사댐을 방문했다. 엄청난 댐 규모에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올해는 어디가 좋을까. 회원들과 협의하면서 요즈음 엔저 현상도 있고 어깨에 힘도 주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기기가 설치된 일본에 가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곳은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소기폭포 공원 안에 설치된 신소기 발전소.

28명의 적지 않은 일행이 신소기 발전소와 규슈 지방을 여행하기 위해 지난 달13일 가고시마 공항에 내렸다. 한국은 이미 초겨울인데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세월이 거꾸로 간다” 일행 중 한사람이 기분에 들떠 우스갯소리를 했다.

가고시마의 유명한 활화산 사쿠라지마 화산을 구경하고 규슈 최남단의 이브스키로 이동해 검은 모래찜질로 여행의 즐거움을 누렸다. 이번 여행은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늘상 미안하기만 했던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부부동반 여행 일정이었다. 남자들도 몸이 날아갈 듯 피로가 풀렸다.

다음날 오전 9시 우리가 목표했던 신소기 발전소에 도착했다.

발전소 관리인인 노리토시 이마야씨가 나와 정중히 우리 일행을 맞이하고 발전소 홍보실로 안내해 발전소 건설과정과 현재의 운영 상태를 설명해줬다. 

이 발전소는 “올해 4월에 준공해 현재까지 아무 문제없이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발전소 주위를 돌아다녀보니 신소기 발전소 간판이 있고 발전소 시설 설명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그 바닥에는 수차발전기 제작회사가 국내의 ‘대양수력 주식회사’라는 명판이 있어서 참으로 가슴이 뿌듯했다.

발전소의 소유자는 그 유명한 일본공영(日本工營)이다. 일본공영은 우리나라 대수력발전소의 대부분을 설계하거나 건설했으며 일제 강점기 수풍·부전강, 장진강, 허천강 발전소을 건설했고 최근에는 청평양수 발전소를 설계한, 이 분야의 세계적 기업이다.

이 일본공영이 수차 발전기를 우리나라의 소규모 업체인 대양수력에 발주했다. 이번 만이 아니고 이전에도 발주해 제작ㆍ설치한 수차 발전기가 현재 최상의 운전을 하고 있다고 하니 어찌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으랴! 

시설 용량은 500kW급 1대로 365일 무인발전을 하고 있으며, 건설할 때 지역 관할시인 가고시마현 이사시와 ‘학습형 관광지’를 공동 개발하는 협정을 맺어 시에서는 주민 계몽과 토지사용과 설비 설치 허가를 인가하고 지역관광협회와 어업협동조합, 일본의 J.POWER의 협조를 받아 발전소를 건설했다.

▲ 신기공원 내 홍보실에서 바라본 상가 모습.



이러한 결과로 발전소 준공식에는 지역 관할 시장을 비롯한 각계 유지 및 인근지역 주민 등 약 500여명이 참여해 준공식을 성대히 치르고 축하해줬다고 한다.

이때 준공을 축하하기 위해 신소기 발전소 준공기념 소주를 지역 양조장에서 특별히 만들어 판매도 했다고 한다. 조그마한 소수력 발전소 하나를 지으면서 이 지역에 잔치판이 벌어졌던 셈이다.

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구주전력에 발전차액(FIT)제도에 의해 약 440원/kWh에 판매한다고 한다.

공원은 단풍이 한창이고 주위환경이 잘 정돈된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 일행에게 선물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보고자 하는 발전소 탐방은 잊어버린 채 아름다운 공원 경치에 취해 있었다. 이 아름다운 공원 안에 과연 소수력 발전소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겉으로는 소수력 발전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내인의 안내가 없었다면 여기가 소수력 발전소가 있다는 것은 꿈에도 알 수 없었다.

공원 안의 건물은 발전소 홍보와 발전현황을 관찰할 수 있는 홍보실 밖에는 없었고 모든 시설이 지하에 설치되고 잔디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홍보실도 건물 형태가 아닌 어떤 전망대와 같아 주위환경을 전혀 어색하게 만들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고문 수력 발전소가 설비를 모두 지하에 매설하거나 큐비클에 담아 여기가 발전소인지 전혀 모르게 했다.

신소기 발전소는 이보다 더욱 환경에 어울리도록 설치한 것이 특색이며 보기에 참 좋았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런 방법을 널리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하려고 사업계획서를 허가 관청에 접수하면 지역주민들은 우선 거리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건설 결사반대 시위를 하는게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허가 절차나 건설 과정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없는데 이 발전소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관광협회 등이 협력해 오히려 축하해 주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럽기 한이 없었다.

일행들 대부분이 “이것이 국민들의 수준이 아니냐” 고 한 마디씩 했다. 우리의 제품이 수출돼 자랑스럽게 여행 일정을 잡았었건만 씁쓸한 마음 가눌길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