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간 서울 밝힌 당인리화력발전소를 칭송하며
80년간 서울 밝힌 당인리화력발전소를 칭송하며
  •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3.11.29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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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필자가 1976년에 공동학군인 서울 마포에 있는 숭문고등학교로 배치를 받았고 당시 미아리 달동네 촌놈인 나는 마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동네 어른들이 당인리발전소(지금의 서울화력발전소, 이하 서울화력)가 근처에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부모님이 마포로 이사 간 1980년대 중반부터 장가가서 가정을 꾸려서 독립한 약 10년간은 마포에서 살았고 지금도 막내는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가끔 가족들이 옛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서 제2의 고향인 마포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마포에서 고등학교와 청년 시절을 보내면서 받은 느낌은 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서 철로가 있고, 발전소는 어디에 있는 줄을 알고 있었지만, 국가 중요시설이라 일반인은 접근하기가 어려웠지만 마포의 상징 중에 하나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런데, 얼마 전 마포에 사는 친구로부터 ‘서울화력’ 가동 문제로 동네가 시끄럽다는 말을 전해 듣고, 그곳에 인연이 있는 주민의 한사람으로 고전인 ‘조침문’을 인용해서 칭송의 글을 적어본다.


유세차 2013년 11월 모일 마포주민이었던 김 씨는 몇 자 글로서 ‘서울화력’에게 고하노니,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전력인데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에 흔한 바이로다. 

‘서울화력’의 현재 존재는 국내 발전소 중에서는 아주 작은 규모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그동안 꾸준히 전력을 생산한 너의 공헌이 남과 다름이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우리 곁에 둔지 80년 이상이 흘렀는데, 어이 마음이 애잔하지 아니하리오.

슬프다! 눈물을 잠깐 거두고 심신을 진정하여 너의 행장과 나의 회포를 총총히 적어서 그동안의 노고를 칭송하노라.

1930년 전차에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마포종점 인근에 있는 당인리에 한국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너를 세워 운영하였는바, 해방이후 북한에서 오는 전력이 예고 없이 단전되자, 너는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는 서울에 있는 유일한 발전소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이후에는 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 몇 차례에 걸쳐서 설비가 확대 되었는바, 너의 증설 착공식은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사 이었으며 대중가요 가사에도 나오는 영광을 가졌다.

증설을 마친 너는 10배 이상 용량이 커져서 1971년에는 서울 전체 전기 소비량의 75%를 공급하고 1987년에는 국내 최초로 열병합발전을 시도 하였으며, 국가 1등급 보안시설로 지정되어 군대가 주둔하여 군인이 지켜주는 호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너의 위상은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자력 및 유연탄 발전소가 전국 각지에 건설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으며,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관계로 각종 민원이 발생하였다. 이에 너는 매연 배출이 거의 없는 액화천연가스(LNG)로 연료를 바꿨지만 발전소 이전에 관한 논의는 계속 되었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너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각종 건물들은 너에 비해서 국민들에게 별로 크게 기여 한 바도 없이, 단순히 세월이 흘러 오래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영원히 영화를 누리고 있는데, 80년 이상을 그 자리에서 묵묵히 꾸준하게 서울 및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해온 너의 은공을 모르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정신을 수습하여 너의 주요성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재인식하고 활용방안에 관하여 여러 뜻을 모아서 너를 지하로 이전하고 지상은 공원으로 탈바꿈하여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하니, 이는 마치 소처럼 평생 일하고 생을 마감해서는 껍질과 고기 등 모든 것을 인간에게 주고 가는 것과 매한가지 사례이라.

오호애재(嗚呼哀哉)라! 너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리에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아니하고 자기에게 이로우면 취하고 해로우면 버리는 ‘감탄고토(甘呑苦吐)’와 같으니, 이 모든 것이 무죄한 너를 보살피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니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리요.

그러나 너의 특별한 능력과 재주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80년간의 너와의 인연을  ‘광혜시원(光惠始源 : 빛의 축복이 시작된 곳)’이라는 비석을 남기고 지하에서 그동안의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하게 되었으니 천만 다행이라 하겠다.

네 비록 발전소라는 공장이지만 앞으로 영원히 그 자리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늘 지금처럼 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면서 불후의 명곡중의 하나인 ‘마포종점’ 2절 가사를 되새겨 본다.

‘저 멀리 당인리에 발전소도 잠든 밤 / 하나둘씩 불을 끄고 깊어가는 마포종점 / 여의도 비행장에 불빛만 쓸쓸한데 /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한들 무엇 하나 / 궂은 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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