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기 공기업, 부채관리 수술대로
에너기 공기업, 부채관리 수술대로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11.18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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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부총리 “파티는 끝났다”…찬바람 ‘쌩생’
인사권 등 정부부터 변해야…‘공염불’ 가능성도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열린 20개 공공기관장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공공기관 개혁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공공기관의 부채관리와 방만경영에 행태에 대해 강력한 개선의지를 밝혔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20개 공공기관장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의 심각한 부채 및 방만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이고 제도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전력, 석유공사, 가스공사,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공공기관장들도 부채과다 공공기관으로 지목, 참석했다.

이날 현 부총리가 밝힌 공공기관을 관리방안의 핵심은 방만경영 근절과 부채관리다. 특히 공공기관 부채관리를 최우선과제로 정해 획기적인 재무건전성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 5년간 부채증가를 주도했던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12개 기관에 대해선 부채규모와 성질, 발생원인 등을 올 안에 공개토록 했다.

부채를 발생 원인별로 분석해 표시하는 구분회계 제도를 2014년 상반기 중 도입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와 함께 자구노력 이행실적 등 부채관리 노력에 대한 경영평가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노력이 미진한 경우 다른 분야에 대한 평가가 우수하더라도 경영평가에 대한 성과급을 제한키로 했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은 당연히 수반돼야 하며 부채가 많은 주요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조정, 자산매각, 원가절감, 수익창출 극대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가신용도 하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뇌관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2012년 기준 공공기관 총부채는 58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국가채무 480조3000억원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이중 에너지 공기업을 살펴보면 한국전력공사(95조1000억원), 한국가스공사(32조3000억원), 한국석유공사(18조원), 한국수자원공사(13조8000억원) 등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적이 과연 실질적 개선과 연결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업계 인사들은 “정부가 자신의 부채를 떠넘기는 등 공공기관을 정책도구로 활용하는 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공공기관을 정책의 도구로 이용하면서 부채규모가 급증했다. 2008년 290조원에서 5년만인 지난해 493조 4000억원으로 70.1%나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133%에서 207%로 74% 포인트 늘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예산 22조원 중 8조원을 부담했다.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해외자원 개발을 이유로 수십조의 부채가 늘어났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에서 알 수 있듯 정부가 공공기관을 자금줄로 사용하면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물가상승을 이유로 공공요금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원가 이하로 공급하라는 정부의 지침을 어기면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부채가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2008년 이후 발전연료인 석탄, 석유가격이 2~3배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인기유지를 위해 전기요금을 비정상적으로 억제 시키면서 한전은 천문학적인 적자를 보았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제도 등 정책실패의 책임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사권이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가 공공기관장의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이상 진정한 의미의 공공기관 개혁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현 정부에서도 34명이 낙하산 인사로 기관장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관장이 낙하산으로 들어오다보니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회사가 어려워도 급여인상이나 복지증진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 한 인사는 “올 한해 공공기관장 자리가 장기공석인데도 윗선의 낙점만 기다리는 상태인 공공기관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기관장 자리가 정권창출 인사들에게 논공행상으로 돌아가는 한 공공기관의 혁신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재환 서강대 교수는 “기관장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도 낙하산이란 게 더 큰 문제”라면서 “거수기 역할만 하는 사외이사 대신 공공기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요금인상 억제나 국책사업에 억지로 동원해 잔뜩 빚을 지게 만든 게 정부인데 이제서 왜 이렇게 빚이 많으냐고 따지는 꼴”이라며 “공공기관별로 경영합리화를 통해 자생력을 기르는 쪽으로 유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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