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냉방에 저급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자
난방·냉방에 저급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자
  • 박병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3.11.15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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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1980년대 중후반 열병합발전의 폐열을 활용하는 고효율의 지역난방이 서울 목동 아파트 지역에 처음으로 보급된 이후 거의 30년에 걸쳐 양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에 이르렀다. 그러나질적으로는 그다지 훌륭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난방의 선구자 역할을 하는 유럽 각국의 예를 보면 최근 십수년에 걸쳐 최대한 자국의 특성에 부합하는 신재생에너지원을 지역난방에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 차세대 지역냉난방 기술의 하나로 50℃ 이하의 저온수 열공급망 구축을 도모하고 냉방분야에도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집단에너지 열원을 활용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냉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큰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냉난방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 이유는 에너지이용의 효율성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전기사용 대체 가능성이다. 난방이나 냉방은 유용도가 낮은 에너지 즉, 저온의 에너지를 활용해 얼마든지 가능한데 고급의 에너지인 전기나 가스를 활용하는 것은 에너지 믹스 측면에서 매우 비합리적이다.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에너지 사용의 합리화를 이루고 있는지 잘 살펴보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일에 매진해야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할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요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합리적 소비를 이끌 수 있는 에너지가격체계 개편이다. 전기가격과 가스가격 등 에너지가격의 상대가치에 따른 가격이 세제의 조정에 의해 합리화되고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해 탄소세 등의 제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여름철에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는 열병합발전소나 소각로로부터 배출되는 폐열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냉난방사업이 주로 겨울철 난방에만 치우쳐 있고 여름에는 급탕을 위한 소비가 조금 있을 뿐 냉방을 위한 열은 판매가 매우 부진하다.

국내의 경우 2012년 말 기준 지역난방열을 열원으로 하는 냉동기는 약 46만 USRT가 보급됐고 냉방을 받고 있는 건물 수는 692개에 이르고 있으나, 총 냉방열공급량은 총 열공급량 대비 3%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요한 냉방열 공급 대상 건물은 오피스나 병원·호텔·백화점 등 상업건물이 대부분이고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주거분야 건물에는 거의 냉방열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름철 건물 냉방에 국내 생산 전기의 20%가 조금 넘게 사용되는 것을 고려할 때 전기에만 의존하는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주거분야 냉방에 열병합발전 폐열이나 소각 폐열을 활용하면 국가적으로는 대단히 효율적일 것이다. 현재 전기에 의존하는 냉방을 반 정도만이라도 열에 의한 냉방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매년 겪고 있는 여름철 전기부족 현상도 크게 완화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60~70℃ 수준의 온수로 냉방이 가능한 냉방기가 보급돼야 한다. 물론 냉방기의 COP가 높을수록 좋겠으나 말 그대로 폐열을 활용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COP 0.5 이상 수준이 되면 적극 보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연구 개발되고 있는 흡수식, 제습식 또는 흡착식 냉방기에 대한 기술적 한계와 편리성·신뢰성 ·경제성 등이 잘 분석돼 값싸고 편리한 전기식 냉방 장치에 길들여진 소비자도 만족할 수 있는 온수 기반 냉방 기술이 연구 개발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보급된다면 국가적 에너지이용 합리화를 앞당기고 나아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장 연구소, 대학교, 냉방기 제조업체 및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가정용 열 기반 냉방장치의 연구개발에 진력할 필요가 있다.

상업건물들에 대해서도 기존의 흡수식 냉동기 또는 냉수 직공급을 기반으로 하는 냉방사업이을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실정에 맞는 건물 용도별 냉방 최적화 기술 또는 복합 건물군에 대한 냉방 최적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그 최적화 방법은 지열원 및 가스엔진 히트펌프 등과 냉방장치의 하이브리드화 방법이 한 가지 예일 수 있다.

열원 또한 냉방 대상건물 인근에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전기, 가스, 폐열 및 재생에너지를 망라해 냉방사업 경제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면 그 연구결과에 따라 지원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냉방 기술의 보급 확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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