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과 투서
연구원과 투서
  • 한국에너지
  • 승인 2013.11.1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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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국정 감사장에서 당시 민주당의 박광태 의원이 뜬금없이 생산기술연구원의 투서 문제를 들고 나왔다. 생기원은 국회에 투서를 가장 많이 내는 연구원으로 지목. 문제를 짚고 넘어 가자는 것이었다, 연구원은 조직의 생리상 누구나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실력 있는 인재들이 모인 곳으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해서 조금만 튀었다하면 봐 주지 않는 곳이다. 그 일로 배운사람이 많은 집단 일수록 투서가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에너지분야에도 연구원이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 가운데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역대 내부에서 원장으로 선임된 사람들이 대부분 내부 투서에 시달리는 역사를 갖고 있다. 일부 인사는 내부 투서를 견디지 못해 재임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에  에너지기술연구원은 내부에서 원장을 선임했다. 내부 선임의 가장 큰 문제는 투서라고 한다. 어떤 기관이라도 기관장은 대부분 내부에서 선임되면 비교적 그 조직은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에기연은 ‘투서를 견디어 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에기연의 투서 문제는 역사가 꽤 깊다. 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전임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대전지역의 유력 인사들과 조우하는 사진을 사내에 걸었다. 내부 투서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자신의 위상을 내 보인 것이다. 그래서 일까 재임 중 별다른 투서 문제없이 임기를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 조직의 장이라면 구성원들을 믿고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함에도 구성원을 믿지 못하고 힘으로 눌러야 한다면 얼마나 서글픈 일일까?

이번에 원장 후보로 유력시 되던 사람도 포기한 이유를 ‘시달리기 싫어서’였다. 여러 정황을 두고 보면 에기연은 투서가 내부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돼 있다. 에기연은 왜 그럴까? 한 인사는 이유를 ‘내부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갈 주도적인 세력 부재’로 분석했다. 학연·지연·인맥이 모두 그만그만해서 조직의 주류 세력이 형성돼 있지 못하다 보니 조직에 폐를 끼치는 투서를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다.

투서는 보통 익명으로 비리를 고발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익명으로 고발하는 폐단이 늘어나면서 제도적으로 막고 법으로 보호하는 내부자 고발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무명의 투서라도 횟수가 많아지면 그냥 넘어 갈 수만은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것을 근거로 감찰을 받고 소문에 시달리게 된다. 딱히 드러나지 않더라도 내부 신임과 리더쉽에 상처를 받게 된다.

조직 내부의 비리를 덮어두라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상에 완전한 인간은 없다. 허물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이 인간의 역사다. 때로는 밝혀 드러내는 것 보다 감싸주는 것이 인간에게 이로울 때가 있다. 신임 에너지기술연구원장이 책무를 성실히 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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