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을 파는 가게
의심을 파는 가게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11.0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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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의심을 파는 가게가 있다. 이 가게의 주 상품은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에 대응하는 의심상품, ‘기후변화는 인간이 초래한 것이다’에 대응하는 의심상품,  ‘국가 디폴트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크다’에 대응하는 의심 상품이다.

‘○○의심가게’라고 간판을 내걸고 일정한 장소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직접 갈 수 는 없다. 그러나 제품 개발 연구소와 그들이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상품을 파는 지는 찾아 낼 수 있다.

의심상품개발 연구소들의 이름들은 CATO 인스티튜트, 헤리테지 화운데이션, 죠지 마샬 인스티튜트, 리즌 인스티튜트, 머케터스 헤리테지, NIPCC(Nongovernmental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 등이다.
이 기관들은 실제로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일을 하며 학회도 해마다 연다. 그러나 공통점 은 설립자나 주 재정원이 담배회사와 화석연료회사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주 목적은 과학적인 사실을 의심하게 해 정부가 자신들이 파는 상품, 즉 담배, 화석에너지, 공해유발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세금을 안 내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주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정치기조가 이들과 같은 맥락이어서 주로 공화당의원들을 지원해 왔다.

판매 전략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풀뿌리 운동을 가장하는 아스트로터핑(austoturfing) 방법과 비양심적 엉터리 과학자들을 매수해 과학계에서 이미 인정된 사실들에 반대되는 엉터리 논문을 조작해 발표하는 방법, 그리고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정치인들에 정치 자금을 대거나 그런 정치인을 키우는 것이다.

지난 2월 8일 온라인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가주대학교 의대 금연교육센타에서 발표된 논문은 담배회사들이 사용한 아스트로터핑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정부 부분 폐쇄를 성공시킨 티파티 공화당의원들이 탄생했음을 밝혔다.

논문은 그 조직의 주요인물들과 대상으로 하는 정치및 경제 아젠다, 전략과 메세지가 모두 일관성있게 같다고 밝혔다.

연구 보고서는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담배 판매 통제를 옹호해온 것과 티파티가 흡연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과 언론 그리고 여론을 주도해온 담배회사들과 그 연계 단체들과의 연결됐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단체인 AFP와 FW(FreedomWorks)이 동시 다발로 각 주에서 일어난 풀뿌리 운동으로 보이는 티파티운동도 이들이 트레이닝,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해 ‘티파티 2009년 2월 27일’의 티파티 행사를 주관했다고 한다.

AFP와 FW는 전국적인 정치 조직인데 전형적인 풀뿌리 조직을 가장해 회사들이 조정하는 단체들이다. 1984년에 조직된 CSE(Citizens for a Sound Economy)가 그 전신인데 이 단체는 악명높은 데이비드와 챨스 코쉬에 의해 설립됐다. 530만불을 담배회사들 중 주로 필립 모리스에게서 1991년부터 2004년까지 자금지원을 받았다고 논문은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의심을 파는 가게는 더 있다. 챨스 코크가 설립한 CATO 인스티트, 헤이테지 화온데이션, 죠지 마샬 인스티튜트, 리즌 화운데이션, 머케터스 헤리테지 등. 이들은 또한 미국의 정치이슈로 계속 부상되는 기후변화 거부자들의 텃밭이다.

최근의 예만 하나 들어보면 지난 9월에 나온 IPCC의 5차 보고서의 내용 “99%의 자신감으로 기후변화는 인류가 초래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일반인들이 의심하게 하기 위해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활동해 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9월 19일자로 보도했다.

하트랜드 인스티튜트의 짐 레이크리(Jim Lakely)는 각종 미디어의 블로그를 통해 “우리의 목적은 일반 대중과 과학계와 미디어에 조만간 발표될 IPCC 5차 보고서가 정확한 판단을 위한 모든 정보가 구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관은 시카고에 본부를 두고 지속적으로 반과학운동을 주도해 온 기관이다. 작년에 빌보드에 기후변화를 믿는 사람을 ‘유나버머’와 비교하는 광고를 게재해 유명해졌다.

의심 가게를 열었거나 재정 지원을 하는 회사들은 주로 미국에서 둘째로 재정규모가 큰 화석연료 회사를 가진 코크형제 재단과 엑슨 모빌, 필립 모리스, BP 등이다. 인류의 건강을 해치고 인류 문명의 종말을 가지고 올 수도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팔기 위해 이들은 의심 상품을 부단히 생산해 왔음이 들어났다.

그러나 정작 의심 상품이 팔릴 수 있었던 그 근본적인 요인은 우리 안에 있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게으름이다. 신은 자신의 모든 창조물 중에서 인간에게만 유일하게 지성을 부여하셨다. 생명의 기반이 되는 생태계가 파괴일로로 치닫고 있는 현시대를 사는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지성을 사용한 비판적 사고를 통한 바른 판단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그 판단이 행동으로 옮겨져야 하는 절박함속에 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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