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빛의 속도 한계를 넘는가 ?
전기, 빛의 속도 한계를 넘는가 ?
  • 이승재 명지대학교 교수
  • 승인 2013.10.1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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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재 명지대학교 교수
현대 인류문명을 꽃피우고 있는 전기에너지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후 빛의 속도로 전달되어 빛의 속도로 사용된다.

빛의 속도라는 말은 뭔가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에 있어 이는 전력계통의 운영에 가장 큰 골칫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요소이다. 세상의 모든 시스템은 입력량과 출력량이 같아야 안정한데 만약 같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이 너무 많이 먹기만 하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비만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하듯이 말이다. 질병은 오랜 시간 후에 나타난다.

그러나 전력계통에서는 입력과 출력의 차이는 빛의 속도로 나타나 빛의 속도로 문제를 야기한다. 입출력의 차이가 작은 경우 나타나는 현상은 주파수변동이다. 이것이 커질 경우 대정전, 소위 블랙아웃이 발생한다.
요즘 전기가 모자라 대정전을 우려하고 있는데 사실은 전기가 모자란다고 대정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가 모자라면 일부 전기를 못쓰게 해 사용전기량을 발전량에 맞추면 된다. 이전에 소위 순환정전이라 해 일부 지역의 전기 공급을 중단해 큰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대정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대정전은 우리나라 전체를 암흑으로 만들 수 있다. 2003년 미국 동부에서 발생한 대정전은 우리나라보다 넓은 지역 전체가 정전이 되었고 우리나라 보다 많은 인구가 피해를 보았다. 대정전은 대재앙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전력계통 운영자들은 피를 말린다. 이들의 불철주야 노력한 덕에 대정전은 쉽게 일어나지를 못한다. 그러나 대정전의 위협은 상시 존재한다. 우리가 아무리 전기를 절약해도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역사상의 대정전을 살펴보면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적어도 두세 개 이상이 동시에 발생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러한 대정전이 발생한 적은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전력기술자들의 숨은 노력이 큰 것이다.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당연시 하고 조그만 문제라도 발생할 경우 문책만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경우를 볼 때마다 같은 분야의 한 사람으로서 비애를 느낀다.

대정전을 막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가 갖는 근본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현재의 전력계통구조에서는 그러한 기술은 있을 수가 없다.

남는 전기를 이용해 물을 산위로 끌어올려 가두어 뒀다가 필요시 이를 수력발전에 이용해 사용하는 양수발전이 어찌보면 빛의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비용과 장소에 따른 한계가 크다. 차원이 다른 기술이 있다. 대정전의 우려가 없는 미래를 꿈꾸게 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에너지저장장치이다. 미국에는 이미 MWh급이 설치되어 사용되고 있다. 배터리 기술이 안정되고 에너지저장장치 사용이 보편화된다면 전력계통에는 전기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전기소비자들은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에너지를 직접 쓰기보다 에너지저장장치로부터 공급되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전기를 작은 가정이나 회사에서는 LPG가스용기를 사다쓰듯이 배터리를 사다 쓸 수도 있다. 이 경우 빛의 속도에 의한 한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리는 것이고 블랙아웃은 사라지게 된다. 실제 그렇게는 불가능할 지라도 전력계통 요소요소에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되면 주파수 제어나 안정도 문제 등 이제까지 전력계통 운영자들에게 골치거리였던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다.

바람이나 햇빛의 불확실성 및 간헐성 문제가 해소되어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등 신재생에너지의 도입 및 운영도 용이하게 된다. 새로운 전기환경이 조성되고 이에 따른 기술 및 제품개발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다. 참으로 기대되는 멀지않은 미래다.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문제가 되나 수급조정에 수천억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해 보면(원전중지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기는 하나 그런 일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또 전력수요 증가 또는 선로 혼잡에 따른 발전기나 변전소, 선로 증설 등의 수요를 대폭 줄일 수 도 있다는 점과 이에 들어가는 돈은 수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제성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결국은 안정화된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기술이 세계 첨단을 달리고 있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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