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너지총회의 씁쓸한 뒷맛
세계에너지총회의 씁쓸한 뒷맛
  • 한국에너지
  • 승인 2013.10.1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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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에너지총회가 지난 17일로 5일 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했다.

참여 인원이나 부대 행사로 치러진 전시회 등 지난번 캐나다 행사에 비해 외적으로 훨씬 성공작이었다는 평가다. 세계의 에너지 문제를 논의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라고는 하지만 G20 국가의 에너지 수장들은 대부분 참여를 하지 않아 총회가 세계적인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명실상부한 국제회의인가 하는 의문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우리로서는 현존하는 에너지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의미마저 퇴색될 수밖에 없는 것이 총회를 마친 뒤의 소회다.

행사 주최측이 배포한 현장 자료에는 10월 3일 기준으로 73개국 272명의 연사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무심코 보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불과 행사 개막 10일을 남겨 두고도 연사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편적으로 이 정도의 국제 행사라면 아무리 늦어도 6개월 전에는 연사를 확정 발표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서는 불과 행사 열흘 전에 그것도 확정 명단이 아닌 예비 명단을 발표한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272명의 연사 명단 가운데 국내 인사는 불과 5명 정도, 장차관을 포함 기관장 세 사람 정도다. 행사를 주관하면서 우리의 에너지 문제를 적극 알리고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야 하는 것이 진정 국제회의를 유치한 목적일 텐데 실상 우리의 목소리는 없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행사를 우리가 주관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우리 손으로 짜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총회 한국 사무국이 개막 6개월 정도 전인 올해 5월까지도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못하자 총회 런던 본부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행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어 직접 프로그램을 짰다는 것이다. 우리는 에너지 총회 행사를 개최하면서 겉보기와는 달리 국제 행사를 치를 수 없는 나라로 망신을 당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댓가로 총회 런던 본부에 최소 500만 달러 이상을 줘야한다. 얼마를 지불하는지 모르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돈을 마련키 위해 조직위원장을 서너 차례나 바꿔가면서 돈을 마련하기에만 급급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조직위를 서울과 대구에서 수십 명을 채용해 2009년부터 운영하면서 무엇을 했기에 프로그램을 남의 손에 맡겨야 했는지, 이러한 우리의 모습이 국제 사회에 한국의 에너지 위상이 아닌가 싶어 씁쓸한 마음 가눌 데가 없다.

우리는 이번 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를 개최하면서 국내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대부분 최소한 10억원 이상은 후원금으로 내놓았고 사무국 운영비용으로 300억원 내외를 지출했다. 기업들의 등골만 휘었다.
대신 전시회 수익금 약 40억 원, 컨퍼런스 수익금 3000명 기준이면 120억원. 지불 기준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주도권을 쥔  런던 본부는 한국 행사로 기대 이상의 수익금을  올릴 것으로 예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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