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공공재일까 사유재일까?
에너지는 공공재일까 사유재일까?
  • 박병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3.10.04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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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에너지는 부유한 사람은 많이 써도 되고,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 원하는 만큼 사서 쓰지 못하는 것이 당연할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공기처럼 누구나 똑같이 에너지를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았을까? 그렇지 않을까?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화석에너지원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많고, 태양에너지,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원들조차도 어느 것 하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공평하게 분포하진 않는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에너지원에 대한 접근이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각종 에너지원들이 불평등하게 주어진다.

그렇다면 지역에 따른 이 불평등한 에너지자원의 문제를 지구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해석할 때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즉, 에너지자원이 빈약한 나라는 풍부한 나라에 비해 그만큼 어렵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사실 이러한 문제는 정답을 찾기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지구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대응하는 방식이 대립적이기도 하고 협력적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쟁이나 기타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방식이 존재할 수 있고, 자유무역의 방식으로 에너지자원들과 다른 재화나 생산품을 교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더 발전적으로 서로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협력해 에너지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어둡다.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국가 간에 아주 치열한 것을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는 요즈음 우리나라도 한 축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박수치며 응원하는 것이 스스로 당연하다고 느끼니 말이다.

저개발 국가들에 먼저 들어가서 아직 미개발 상태인 그들 국가의 에너지자원을 싼 가격에 선점하는 것이 정의롭고 타당한 일일까? 지구는 유한하고 지구 안에 존재하는 각각의 여러 형태의 에너지자원도 유한한 것은 자명하다. 언젠가는 모두 다 사용해 고갈될 운명의 이 에너지자원들은 크게 보면 인류의 공동번영을 위해 사용되어 마땅하다. 특정 국가나 개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곤란한 이유이기도 하다.

좀 더 철학적으로 따져 보자. 우리 조상들, 우리 그리고 우리 후손들 중에서 누가 이 에너지자원의 주인일까? 지하자원을 탐사 이용하는 기술과 자본이 없던 과거에는 이용하지 못하였던 것들이 최근 백여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그 이용량이 너무 많아 앞으로 수십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백여년 전의 과거 세대들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한 죄(?)로 이용을 못하였는데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현세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공로(?)로 이 에너지자원에 대한 이용 권한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백년 뒤 천년 뒤 후손들도 우리와 똑같은 권한이 있는 것일까? 답하기 어렵지만 꼭 대답하려 노력하면서 개발 이용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자.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 많이 원자력 이용에 대한 태도가 전 세계에 걸쳐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우리나라와 같은 에너지 빈국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부득이 원자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원자력을 활용하면서 생기는 폐기물의 경우 우리 후손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닐까? 현재의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이용방식이 후손에게 전혀 부담은커녕 오히려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재의 에너지 생산 및 소비 관련 우리나라 정책이 경제성만을 최우선해 고려되는 것은 아닌지, 지구환경을 고려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기성세대와 신진세대 그리고 미래세대까지 모두가 동의하는 방향으로 향후 정책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에너지 문제는 생존의 문제이고 그래서 각국이 정부 부처에 중요 부서로 에너지 관련 부서를 두고 에너지문제를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유엔 유럽연합 G20 및 지역단위 국가들 모임에서도 단골 주제로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들어서 에너지와 환경부문에 대한 향후 비젼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제에 2020년, 2030년 더 나아가 2050년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인 에너지 생산 및 소비 관련 목표 설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를 통해 에너지 빈국의 신분으로 에너지 다소비 국가의 하나로 국제사회에 에너지 및 환경 관련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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