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시장에 민간 진출… 발전시장이 진화한다
기저시장에 민간 진출… 발전시장이 진화한다
  • 변국영 기자
  • 승인 2013.09.30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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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자회사 독점 발전시장의 경쟁체제 예고
느리지만 전력구조개편 진행으로 볼 수 있어


발전시장의 그림이 달라지고 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주름잡던 기저발전시장에 민간회사들이 진출하고 있다. 민간회사들은 그동안 복합화력 중심의 첨두부하시장에 참여하는데 그쳤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고 앞으로 그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발전산업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기저발전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은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독점하던 발전시장이 치열한 경쟁체제로 돌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게 보면 전력산업 전체의 그림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당초 전력산업구조개편은 한전의 발전부문을 분할하고 이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었다. 현시점에서 원래의 구조개편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발전시장에 민간이 진출하는 형태로 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간의 기저시장 진출은 당장에 큰 성과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한전 발전자회사와 민간사업자의 경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발전비용과 거래가격 그리고 전기요금에 이르기까지 전력산업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는 전망이다.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기저시장에 진출한 민간사들이 발전시장, 나가서는 전력산업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 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양파워

주민지지·부지 ‘강점’
주목받는 사업자 부각

동양파워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당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삼척지역의 발전사업권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동양파워의 ‘삼척친환경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은 강원도 삼척시 적노동 일대 약 230만㎡ 부지에서 진행된다. 시설용량은 400만kW로 1단계 사업(100만kW×2기)은 10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단계 사업(100만kW×2기)은 2016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동양파워는 발전소 건설 시 초초임계압 보일러와 미분탄연소시설 등을 탑재, 발전소와 시멘트 공장연계를 통해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발전설비 구축을 위해 배연탈황설비와 탈질설비, 전기집진기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동양그룹은 지난달 27일 중부발전과 ‘20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20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을 위해 석회석 폐광부지를 재활용하고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를 시멘트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전력산업과 시멘트 산업이 공생하는 창조적 사업모델 만들 계획이다.

동양파워의 강점은 주민지지도와 부지선정, 친환경성이다. 일단 높은 주민지지도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행정절차상 큰 이점이 있다. 동양파워는 삼척출신인 최연희 전 국회의원을 그룹 부회장 겸 동양파워 사장으로 영입했다. 시멘트사업을 통해 55년간 삼척시의 향토기업으로서 동양시멘트와 동양파워 본사를 삼척에 이전하는 등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굳건히 뿌리내렸지만 화력발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최 전의원을 영입한 것이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당시 삼척시가 조사한 화력발전건설 세대주민 동의율에서 동양파워는 96.7%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향토기업임과 동시에 사전에 중부발전과 SK E&S 등 사업파트너사 구성을 끝마쳤고 산업은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 자문 및 주선계약을 완료하는 등 착실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부지선정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선정부지인 삼척시 적노동 일원 동양시멘트 46광구는 동양그룹이 지난 2010년 신광구인 49광구를 개발함으로써 동시에 가채연한이 얼마 남지 않음에 따라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것을 검토하던 곳이다. 암질지수 역시 65%에서 100%, 사면경사도 25도로 안정적인 지반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석탄재를 모두 시멘트 공장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매립장이 필요 없다.

동양파워는 삼척발전소를 친환경발전소로 건설할 계획이다. 발전소-시멘트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연간 51만4000톤에 달하는 석탄회를 시멘트 생산원료로 사용한다면 16만3000평에 이르는 매립장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

 

동부그룹

민간사업자 중 가장 앞서
친환경 4無 발전소 건설

지난해 민간발전소 최초로 당진에서 발전사업권을 획득한 동부그룹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강릉시와 석탄화력발전 사업권을 확보했다.

국내 민간기업 중에서는 석탄화력발전사업에 가장 앞서게 됐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당진 그린발전소(1000MW)에 이어 강릉에서도 강릉 동부하슬라 1·2호기 (2000MW)의 사업권을 획득해 발전건설사에서 명실상부 대표적인 민간발전사업자로 거듭나게 됐다.

국내 최초 민간석탄화력발전소 ‘동부그린파워’는 2010년 제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충남 당진 석문면 일대에 1조8000억원을 들여 설비용량 100만kW(50만kW×2)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오는 2016년 상업운전에 돌입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그린파워는 그룹으로서도 그동안 단순도급 방식을 넘어 발전·에너지사업에 진출해 운영사업에도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시장에 제시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그린발전소는 친환경발전소를 내세우고 있다. 동부그룹이 말하는 친환경발전소는 4無발전소를 의미한다. 4無발전소는 독일의 재활용 설비를 벤치마킹해 자원순환식 시스템을 도입, 석탄재를 100% 재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부그린파워에 없는 4가지는 비산탄진·회·폐수방류·대기오염이다. 연료를 하역부두에서 발전소 내부까지 밀폐이송해 비산탄진 발생을 원천 차단하고 석탄연소 시 발생하는 회를 전량재사용하는 것이다. 비산탄진을 없애기 위해 옥내 저탄설비를 갖추고 밀폐형 컨베이어 벨트를 하역부두에서 발전소 내부까지 전 구간에 걸쳐 설치했다. 

발전소 운전 시 발생하는 폐수는 고도처리시설을 이용하는데 외부로 방류하지 않고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처리시설을 통해 1차 처리한 후, 재활용한다. 동부그룹은 대기오염 배출은 환경허용 기준의 약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동원, 대기오염 방지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동부그린파워 건설시 추가적으로 철탑을 건설할 필요도 없다. 현재 당진화력에서 사용 중인 기존 송전선로에 100만kW의 여유용량이 남아있어 부지 내 기존 154kV 철탑 4기는 지중화하기로 했다.

동부그룹은 동부그린파워 건설을 통해 매년 수 천억원 이상의 매출과 운영사업 참여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강원 강릉시 강동면 일원에 건설하는 200만kW 규모의 친환경 석탄화력발전소 EPC 공사를 수행할 예정이어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 민간기업의 기저발전시장 진출로 발전시장이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삼성물산

플랜트사업 노하우
발전운영에서 발휘

삼성물산은 강릉 G-프로젝트 1·2호기(200만kW)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영돼 발전플랜트 건설사에서 발전운영사업자까지 사업을 확대하게 됐다.

강릉 G-프로젝트 사업은 총 4조5000억원 규모로 삼성물산이 발전설비의 설계·구매 ·건설을 담당하고 남동발전이 운용 및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강릉 G-프로젝트는 연료비와 이산화탄소, 온배수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친환경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주변 지역에 소수력발전과 풍력 및 태양광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춰 청정에너지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강릉 G-프로젝트의 부지는 남동발전의 영동화력이 보유한 62만㎡규모의 회처리장을 활용한다.

발전소가 준공되는 2019년경이면 영동화력이 LNG 복합화력발전소로 새로 건설되기 때문에 석탄발전소에만 필요한 회처리장은 쓸모없게 된다. 삼성물산은 또 쌍용에코텍과 협력을 맺고 석탄회를 시멘트원료로 재활용하는 여건을 마련해 뒀다.

온실가스의 90%를 저감하는 탄소포집저장설비도 적용할 계획이며 별도 하역장을 건설해 남동발전이 운용하고 있는 영동화력의 원료 운송비 절감에도 기여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강릉 G-프로젝트를 통해 강릉에 연인원 40만명의 고용창출과 물품구매 등으로 500억원의 경제적 효과, 400억원의 세수, 3000명의 인구유입 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발전사업을 추진은 사내 발전전문인력을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삼성물산의 6500명 임직원 중 발전파트 전문인력은 800여명에 달하며 해외와 국내를 번갈아 인력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전소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발전사업자로서는 강릉 G-프로젝트가 처음이지만 삼성물산은 이미 국내외서 활발한 발전소 수주 및 건설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188만kW급 동두천복합화력이 대표격이다. 동두천복합화력발전소는 합자사인 동두천드림파워가 주한미군 공여지인 광암동 캠프호비 외곽지역의 25만6525㎡부지에 1조5923억원 사업비를 투입해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 슈에이핫2 사업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사우디 쿠라야 민자발전소를 수주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착공한 카자흐스탄 발하쉬 화력발전은 삼성물산과 한전이 주도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 가용 발전 용량의 총 9%를 차지하는 132만k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발하쉬 화력발전 프로젝트는 카자흐스탄 최초의 민자 발전사업으로서 삼성물산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투자·금융·건설·송배전 기술 등을 하나로 결합한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발전소 완공 시기는 오는 2018년이다

SK건설

발전플랜트 전문사에서
발전사업으로 영역 확대

SK건설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삼천포 NSP IPP독립발전사업 1·2호기(2000MW)가 반영돼 민간발전사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신삼천포 발전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면서 SK건설은 정유화학플랜트건설전문회사에서 발전플랜트건설·운영사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SK건설은 발전소 운영 경험은 없지만 그동안 발전소 건설에서 노하우를 축적했다. 영흥화력 3·4호기, 동해 1·2호기, 오성복합화력발전소, 신고리 1∼4호기, 신울진 1·2호기 등 국내 발전소 건설에 참여했다.

지난 2010년 터키에서 총사업비 9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판벨리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갈탄을 주원료로 하는 150MW급 화력발전설비 3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로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남동쪽으로 350㎞ 떨어진 오는 2015년 2월 투판벨리 광산지대에 건설될 예정이다.

2011년에는 파나마 내 최대 화력발전소인 파코 플랜트를 수주했다. 6억6200만 달러 규모의 파코 플랜트 사업은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서쪽으로 120㎞ 떨어진 카리브해 연안 푼타리콘 지역에 150MW급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미네라파나마사가 개발 중인 파코 구리광산에 전력공급될 예정이다. SK건설은 이 프로젝트에서도 설계·구매·시공·시운전 등 모든 과정을 맡았다.


SK건설은 활발한 해외수주실적에 힘입어 최근에 남동발전과 함께 터키 도안라르그룹과 가스복합발전사업을 위한 주식 인수계약을 맺었다. SK건설은 도안라르그룹이 출자한 발전사업 프로젝트 회사의 지분을 20% 인수하게 됐다. 터키 남서부 아이든 지역에 사업비 1억75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해 141MW급 가스복합발전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발전소는 연말 공사를 시작해 2016년 가동할 계획이다. 남동발전과 SK건설은 건설과 운영, 정비 등의 업무를 맡고 도안라르그룹은 전력판매와 원료공급 등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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