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인버터는 진화한다
태양광 인버터는 진화한다
  • 남수정 기자
  • 승인 2013.09.30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태양광 인버터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09년 이후 3~4년 동안 지속된 침체의 터널을 지나 재도약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불황기를 거치면서 셀, 모듈 업계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은 것처럼 인버터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업스트림 분야의 셀·모듈 업계가 재고 소진을 위해 수직계열화, 규모의 경제 뿐만 아니라 출혈경쟁까지 감수했던 것처럼 인버터 업계도 지속적인 가격 하락에 대한 압박 속에서 파산, 인수·합병 등이 나타나고 있다.

상위 10개사의 상위 기업간 M&A를 통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캐나다 샛콘(Satcon)과 6개 자회사가 미국 파산 법원에 청원을 냈고, 지멘스는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스위스의 글로벌 전력·자동화 기술 그룹인 ABB는 지난 7월 세계 2위 태양광 인버터 제조사인 미국의 파워원을 인수했다.

ABB의 CEO인 조 호건은 “파워원 인수는 재생에너지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중요한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며 “파워원은 주택용에서 유틸리티 단위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고 ABB의 비즈니스에 적합한 전력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고 인수배경을 밝혔다. 파워원은 중국, 이태리, 미국, 슬로바키아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세계적으로 3500여명을 거느린 세계 2위 기업이다.

세계 4위 기업인 어드밴스드에너지(AE)는 4위 기업인 레푸솔과 한 배를 탔다. 레푸솔의 삼상 제품군에 힘입어 어드밴스드에너지는 오는 2014년 4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기존 주력시장이었던 북미 시장에 레푸솔의 인프라를 더해 인도, 아시아, 중동, 동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상위 10개사 비중 축소

▲ SMA의 Sunny Tripower 20000 TL_20kW
IMS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 기준 SMA가 세계 1위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고 그 뒤를 파워원과 카코가 차지했다.

어드밴스드에너지는 4계단 상승해 프로니우스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엔파즈 에너지와 댄포스 솔라 인버터, 옴론 코퍼레이션의 도약이 두드러져 각각 6, 7, 8위로 올라섰다.

레푸솔과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간신히 10위권 자리를 지켰다.

인버터 기업의 강세는 국가별 태양광시장 성장와 궤를 같이 한다.

전통적인 주요시장인 유럽 기업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중국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 나라의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키우고 있는 것.

IMS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상위 10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11년 62%에서 2012년 56%로 하락했다. 중국, 일본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이같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IHS의 샘 윌킨슨 태양광 인버터 리서치 매니저는 “지난해 SMA, 파워원, 카코와 같은 세계 1~3위 기업이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빠르게 커지고 있는 중국, 일본 시장에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두기업 그룹이 활기를 잃은 유럽시장 위주로 사업을 해 온 것과는 달리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큰 폭으로 늘어난 기업은 중국, 일본, 미국 등 신규 시장에 주력했다.

옴론은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렸고, 어드밴스드에너지와 엔파즈는 미국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에 4, 5계단을 뛰어 올랐다. 또한 시장점유율 1% 이상인 기업 수가 지난해 24개사로 늘었고 이들이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RPS 저가입찰…인버터 업계 ‘몸살’                                                               
▲ 다쓰테크 DSP-123K2_1125
국내에서는 세계 1위, 2위 기업인 SMA 테크놀로지와 카코 뉴에너지를 포함해 헥스파워시스템, 다쓰테크, 윌링스 등 국내 중소기업 위주였던 시장에 현대중공업과 효성 등 대기업이 가세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파워원과 ABB 등 외국계 기업도 최근 한국에서의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국내 대기업-국내 중소기업 구도 속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 중인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가 최저가 입찰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가와 수익률이 낮은 단상 제품 보다 상업용 발전소를 위한 삼상 시장에 주력하면서 대용량, 옥외형, 무변압기형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 업체간 경쟁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A 인버터 업체 관계자는 “셀이나 모듈은 수급에 따라 가격 변화가 있지만 인버터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RPS 이후 EPC 업체가 시스템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버터는 발전수익과 직결돼 있어 고장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제품만이 전부가 아니고 발전소 운영 기간 동안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도 적지 않다. 저가 경쟁은 자칫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태양광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제조사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셀이나 모듈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각국 정부는 현지 생산제품에 대한 의무사용 규정을 적용하는 등 자국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한 인버터 업체 대표는 “RPS 제도 초기에 국내산 모듈을 우대하기 위한 입찰 규정을 만들기도 했지만 인버터에 대해서는 국산제품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면서 “대기업이 진출한 폴리실리콘, 셀, 모듈 업계의 건의사항은 정부 정책에 반영이 되는데 비해 인버터 업계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 “영업력을 앞세운 설치 전문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제조사의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이 상태로 가면 국내에서는 대기업군 업체만 살아남고 중소기업, 토종기업은 자금난에 휘말릴 수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ESS결합·실외형으로 ‘날개’

태양광발전시스템의 적용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인버터 업계도 관련 기술과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틸리티 규모의 상업용 발전소가 대형화하면서 대용량 인버터 출시 경쟁도 뜨겁다. 

카코 뉴 에너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독립형, 분산형 전력공급시스템 비중이 커지는 추세에 따라 인버터 용량은 계속 커질 것이다. 2MW 스테이션을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전력계통이 미비한 아시아, 사막 지역을 위한 독립형 인버터와 실외형 제품도 늘고 있다. 실외형의 경우 별도의 전기실을 설치하기 어려울 경우에 적합하고, 전기실 설치를 위해 필요한 관련 인허가 절차를 생략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발전과 디젤발전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솔루션은 사막지역에 적합하다.

태양광-ESS 융합은 아직 배터리 가격이 비싸 상용 보급단계는 아니지만 미래 시장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시범사업과 R&D가 이뤄지고 있다.

가정용의 경우 독일에서 정부 지원으로 도입이 시작됐다. 전체 유럽으로 확산될지, 시기는 언제가 될지를 놓고 비관론과 낙관론, 전망이 분분한 상황이다. 대용량은 미국과 이태리 등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자연재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주택용 솔루션이 출시돼 수요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또한 ‘메가솔라’ 정책으로 올 한해에만 6GW 이상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계통 안정을 위해 ESS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카코 뉴 에너지 관계자는 “일본 홋카이도 지방의 경우 태양광 비중이 높아지면서 계통불안이 발생할 정도가 됐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ESS와 함께 설계,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SDI, LG화학 등 배터리 분야 세계 1, 2위 기업과 인버터 기업간 협력도 활발하다. 삼성SDI와 카코는 5.8kW급 가정용과 100kW급 상업용 ESS를, LG화학과 SMA는 배터리 일체형 태양광 인버터를 개발했다.

SMA는 이 배터리 일체형 인버터(Sunny Boy Smart Energy)로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솔라 유럽 2013’에서 인터솔라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최초의 벽걸이 타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이 제품은 약 2kWh 용량의 LG화학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장돼 있어 자가전력 소비율을 최대 50%까지 늘려줄 수 있다. 또한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과도 연계할 수 있어 계통 전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준다.      

<인버터 고를 땐 ‘길게 보라’>
가격만 보고 선택하면 ‘위험’
안정성·서비스 역량 따져야 

국내 초기 태양광 시장은 모듈 ‘효율’만을 매우 중시했다. ‘효율 높고 가격 낮으면 좋은 모듈’이라는 단순한 잣대가 통했다.

발전소가 늘어나고, 해가 바뀌면서 사업자들은 모듈 효율이 고스란히 발전수익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다. 모듈과 인버터의 궁합도 중요하고, 전체 시스템 설계의 완성도는 더 중요하며 이것 말고도 수익에 영향을 주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모듈 제조사 역시 믿을 만한 곳이어야 했다. 고장난 모듈을 수리, 교체해야 하는데 제조사가 문을 닫아버려 곤란을 겪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특히 모듈은 시간이 지나도 처음의 출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우수한 제품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초기투자비만 생각할 게 아니라 발전소 수명을 감안해 제품의 안정성과 제조사의 신뢰성도 고려했어야 했다.  

인버터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전체 설치단가에서 인버터 비중은 10% 미만이다. 그러나 가격 비중이 작다고 해서 시스템 내 비중이 작은 게 아니다. 발전량이 많고, 발전시간이 길어도 인버터가 정상운전을 하지 않으면 모든게 허사다.

일부 인버터는 폭염, 폭우가 발생하면 온도와 습도 때문에 작동을 멈추기도 하고, 전기실에 먼지와 벌레가 많아 과열돼 고장이 나기도 한다. 일교차 큰 날씨도 인버터에겐 치명적이다. 공장에선 멀쩡하던 제품이 운반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정작 현장에선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 역량도 고려해야 한다.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버터 업체의 A/S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발전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업자가 가장 먼저 연락하는 곳은 인버터 업체다.

태양광 전문가들은 “인버터 고장으로 하루 수백만원의 손실이 날 수 있다. 가격만 보고 인버터를 결정하기 보다 제조사의 경험, 품질, 기술력, 서비스, 계통 노하우 등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투자자와 사업자가 EPC 업체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고, 태양광발전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