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절전 넘어 신성장동력으로’
‘단순 절전 넘어 신성장동력으로’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09.06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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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BEMS 등 에너지절감 시스템화에 총력
ICT와 결합, 신사업 모델로 적극 육성 기업도

▲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에 위치한 아파트형 공장 ‘아이테코’에서 U+Biz iLS 통합관제시스템을 통해 조명을 제어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지난 8월 대한민국은 블랙아웃의 공포와 직면해야 했다. 기업들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전력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수요관리 계획을 세워야 하고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훈수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세가 유럽의 OECD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은 국내 상황을 볼 때 공급확대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특히 전력사용량이 많은 기업에게 에너지 소비 효율성 제고는 생산효율성 증대뿐만 아니라 비용절감이라는 재무적 목표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훌륭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각종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Cool-Biz 시행, 엘리베이터 운행 제한 등의 각종 에너지 절감책은 기본이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에너지 절약에 ICT와 컨설팅까지 접목해 신사업화 하고 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위기가 올 때마다 도마에 오르내린다. 전력소비가 에너지소비의 90%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기먹는 하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연히 절전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에너지의 95%가 전력에 집중돼 있어 전력 절감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저효율 냉방장비는 고효율 장비로 교체하고 조명 전력 낭비를 최소화 하는 등 상시적 절전을 진행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 대용량 비상 발전기와 무정전시스템(UPS System)을 운용했으며, 외부 요인으로 인한 임의 정전 발생 시에는 다이내믹 UPS(자체발전기)와 Static UPS(배터리)가 무순단 전원 백업 작업을 진행해 위험 요소를 줄인다.

중질유를 경질유로 바꾸는 고도화시설에 적극 투자하고 차세대 에너지자원을 발굴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GS칼텍스는 무더위가 계속된 지난달 30일까지 15MW급 자가발전기를 가동하는 등 사무실부터 제품 공정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서 전기 수요를 절감하고 있다.

2011년 에너지 단가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에너지 비용 개선 및 에너지절감 아이템의 효과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 직원은 물론 사업장, 사옥, 주유소 및 충전소에서 실천 가능한 50대 절전 과제를 선정,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특히 최대 수요전력 감시제어장치 설치를 통해 전력사용량을 적극 관리하고 있다.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PMS 등의 전산화 프로그램을 구축, 에너지 사용 관리 고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SK서린빌딩은 ‘빙축열 시스템’을 통해 에어컨 전력 사용 요금의 30%를 절감하고 있다.

근로자의 작업환경과 안전이 중요한 조선소에서는 무조건 전기를 아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전력사용량 증가에 따른 4단계 절전 시나리오를 정해 전력사용량을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
전력 피크치가 10만5000kW에 이르면 1단계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비상발전기 4대(6000kw)와 추가 임대한 비상발전기 4대(5900kw)를 모두 가동한다. 2단계에는 사무동의 냉방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3단계로는 도장공장의 냉동기를 제어한다. 마지막 4단계는 에어콤프레셔 사용을 제어함으로써 조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계에서 단계별 조치를 통해 전력사용량을 줄이게 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회사 엔진사업본부가 자체 제작한 10MW급 비상 발전기를 지난달 12일 가동했다. 10MW는 울산조선소 하루 전력사용량의 17분의 1에 해당하는 전력이다. 지난 3월 에너지 낭비 현장을 찾아 절약을 유도하는 ‘에너지 지킴이’도 발족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연간 기준으로 조업일수를 정해놓고 전력피크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대체휴일제 등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가적인 전력 절감운동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에 위치한 아파트형 공장 ‘아이테코’에서 U+Biz iLS 통합관제시스템을 통해 조명을 제어하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IT솔루션 결합으로 신사업 창출

IT솔루션 결합으로 신사업 창출

 

IT 솔루션을 적극 도입해 에너지 절감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기업의 대표주자는 이동통신 업체들이다. 전통적 통신사업자의 굴레를 탈피해 기존의 핵심역량인 ICT와 에너지 사업을 융합하고 있다.  비통신 영역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글로벌 트랜드와도 부합된다.

KT는 국가 지능형 수요관리 DR(Demand Response)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BEMS(빌딩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적극 육성해 신성장동력화 하고 있다. 에너지효율화 측면에서 에너지 저장장치(ESS), 빌딩전력관리시스템(BEMS), 원격검침(AMI) 등 분야의 기술사업화를 확대할 예정이다.

KT관계자는 “DR 수요관리 대상으로 그룹사인 KT 에스테이트를 포함한 대형빌딩 총 218곳에서 20만kWh의 전력사용량을 감축한 바 있다”며 “ICT을 접목한 KT의 BEMS는 에너지 절감뿐 아니라 회사 수익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하며 수익 다각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전했다.

KT의 BEMS를 적용한 이마트는 지점당 약 10%의 전기료 절감 효과를 봤고 전국의 KT에 BEMS를 적용할 경우 연간 300억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BEMS와 더불어 빌딩이나 아파트에 발광다이오드(LED)와 출력조절장치, 센서 등을 결합하는 ‘스마트 빌딩’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113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조명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는 지능형 조명 제어 솔루션인 ‘U+Biz iLS’를 도입했다.

LED 조명, 스마트 미터, 조명 전력 제어기, 통합 관제시스템으로 구성된 ‘U+Biz iLS’ 솔루션은 전력사용 현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통계 그래프를 제공하는 등 관련 내용을 관리자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관리가 용이한 점이 장점이다.

LG유플러스는 관계자는 “8월 현재 아파트형 공장의 지하주차장과 공용구간에 4600개의 LED 조명과 150개의 iLS 장비를 공급했다”며 “솔루션 이용고객이 빌딩 조명전력을 평균 60% 정도 줄여 연평균 800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ESS로 글로벌 시장 공략

스마트 그리드가 국가적 성장동력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ESS 설치기업에 투자세액 공제와 차등 전기요금 적용 등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LG화학은 전세계 화학기업 중 최고라 자부할 만큼 생산라인 전 부분에 걸쳐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유럽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ESS와 관련한 글로벌 리딩기업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말 미국 SCE가 진행하는 캘리포니아 컨 카운티에 위치한 ‘테하차피’ 풍력발전단지의 전력 안정화를 위한 32MWh급 북미 최대 전력망용 ESS사업을 수주했다. 6월에는 독일 SMA의 차세대 가정용 태양광 ESS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삼성SDI는 ESS를 차세대 육성사업으로 지정해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1월에는 기흥사업장에 ESS를 설치했다. 1MWh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이 장치는 현재 한전의 피크타임과 연동돼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새벽 1~5시에 전기를 충전했다가 전력 사용 피크타임인 오전 11~12시와 오후 1~5시에 저장된 전력을 방출한다.

ESS 사용으로 삼성SDI는 연간 최대 1억2000만원의 전기료 절약효과를 거두게 됐다.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기흥사업장에 할당된 하루 의무 감축량 4400KWh의 23%가량도 ESS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일본 니치곤사와 가정용 ESS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ESS 배터리 모듈과 배터리 관리시스템을 독점공급해 오고 있다. 올해는 미국 XP사·이탈리아 에넬사·독일 유니코스사 등과 잇달아 ESS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스마트그리드 실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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