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노래
새들의 노래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08.1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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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한국에너지신문]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로 시작하는 이 슬픈 노래는 일제 강점기 당시 잃어버린 나라의 민족혼을 자극한다고 금지됐다.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동시로 중학교 교사인 한정동의 동시를 윤극영이 작곡해 우리가 애창하는 민족의 동요가 됐다. 동시가 지어진 20년대 30년대만 해도 많은 종류의 새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의 문학에서는 많은 새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소쩍새, 부엉새, 두견새, 꾀꼬리, 카나리아, 나이팅게일 등. 

지중해의 한 섬나라인 사이프러스에도 ‘블랙 캡(black cap:검은머리 꾀꼬리)’이라고 하는 새가 그들의 전통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사이프러스의 문학에는 이 새의 노래가 들리면 어린 소녀들이 밖에 나가서 길게 땋은 머리를 치켜 들고 “내 머리가 폭포처럼 길고 풍성해라” 하면서 깡충깡충 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새는 크기가 참새만 한 작고 이름 그대로 회색 몸통에 머리에 모자를 눌러 쓴 것처럼 검은색 털이 눈의 중간까지 내려와 있는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거기에 소리가 청아해서 높은 몇 개의 음표를 왔다갔다 하면서 멜로디를 만들다가 끝은 크레센토로 마치는 성악가(?)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보내고 3월쯤 북유럽으로 날아가서 새끼를 치고 번식해 9월쯤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장거리 비행 전에 체력을 축적하려 지중해 연안에 들른다. 

그런데 이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미국조류협회가 발표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이들의 포획을 불법화하고 있지만 전통과 상업적 목적 때문에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이프러스의 전통적인 새 잡이 방법은 시리안 매실을 오래 끓여서 만든 강력 본드를 묻힌 50cm 내지 70cm되는 나뭇가지로 이것을 새들이 잘 다니는 나무에 걸쳐 놓는다. 새들은 나뭇가지가지인 줄 알고 앉거나 날아가다가 라임스틱에 붙게 되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을 하면 할수록 더 휘감기게 돼 몇 시간 뒤에는 두 날개가 나뭇가지에 퍼져서 붙게 되고 몸통은 아래로 떨어져 빨래처럼 걸리게 된다. 더 잡고 싶어도 전통방법은 새를 잡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상업적인 방법은 새들이 많이 모이는 넓은 지역을 금속 막대를 꽂고 그 사이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물로 연결해서 막아 놓는다. 새들을 유인하기 위해 그 새의 우는 소리까지 녹음기로 틀어 놓는다. 그 소리를 들으면 새들은 10배나 더 모여든다고 한다. 이렇게 대량으로 잡은 새들을 인근 식당에 앰베로부리아(ambelopoulia)라고 하는 전통 별미의 음식재료로 팔려가거나 통조림이 되어 다른 나라로 수출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잡힌 새 중에 검은머리꾀꼬리는 3분의 1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멸종위기의 새들이라는 것이다.

‘플로스원(PLoS One) 저널’의 한 연구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새들의 종류가 4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빙하가 녹으면 북극곰만 삶의 터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다 수위가 높아져서 바닷가의 땅들과 늪지대가 물 속으로 잠기거나 무너져 내리면서 많은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된다. 아마존 열대우림과 극지방, 늪지대의 동식물이 특히 더 취약한 상태이지만 온대림과 한대림의 동물들도 산불로 타 죽게 되거나 해충으로 나무들이 죽음으로 삶의 터를 잃는다.

그중 철새들이 가장 취약하다고 한다. 국립야생생태계센터의 수석과학자 더그 잉크리(Doug Inkley)박사는 “철새들은 자신들이 겨울을 나는 지역과 새끼를 까는 지역의 조건이 알맞아야 한다. 이 지역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아서 없어지거나 파괴돼 조건이 맞지 않게 돼 연결관계가 끊어지면 큰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그 한 예로 ‘레드 놋(red knot:붉은가슴도요)’이라는 철새는 브라질 남쪽 끝에 왔다가 새끼를 치러 극지방으로 다시 돌아가려면 9000마일이나 되는 긴 여행을 해야 하는데 도중에 체력 보완을 위해 미국 델라웨어에 내려서 투구게(horseshoe crab)의 알을 먹는데 금년에는 그 알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봄이 일찍 와서 게가 알을 일찍 깠기 때문이라고 국립야생생태연구소(National Wildlife Federation)가 보고했다.

메인주에 있는 국립해양동물보호센터에는 지난 몇 년 동안 제비갈매기 새끼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왔다.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는 청어(herring)가 그 지역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어가 왜 사라졌는지 알 수없다고 한다. 좀 더 차가운 물을 찾아서 다른 곳으로 갔는지 아니면 좀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는지, 제비갈매기 어미들은 다른 새들처럼 바닷 속 깊은 곳으로 갈 수 없어서 표면에 있는 참다랑어(butterfish)를 먹이지만 새끼들이 삼킬 수가 없어서 그냥 죽어간다고 한다.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는 인간보다 동식물에 더 잔혹하고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다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생태계의 법칙은 모든 무생물과 생물이 상호연결되고 의존해 생명에 더 좋은 조건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생태계의 어떤 생물이라도 그 역할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작은 생물이 생태계를 지키는 더 큰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새는 벌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꽃가루와 열매를 다른 곳으로 옮기어 번식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우리가 알아챈 지도 오래됐다. 노래하는 새들도 그 노래를 잃고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따오기 노래가 새로운 의미로 더욱 처량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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