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 간 태양광 반덤핑관세 해프닝의 시사점은
EU-중국 간 태양광 반덤핑관세 해프닝의 시사점은
  • 박진호 영남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8.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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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영남대학교 교수

필자는 최근 프랑스의 알자스(Alsace) 주에 있는 Riquewihr이란 작은 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 마을은 EU 의회(parliament)가 위치해 있는 Strasbourg란 도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 화이트와인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알자스 주와 경상북도가 자매결연을 체결한지 10여년이 됐고 Strasbourg 대학 태양광연구진과 영남대 대경태양광RIC 연구진이 연구협력을 시작한지도 5년여 경과된 즈음, 때맞춰 한-프랑스 태양광 공동연구과제가 출범하게 되어 이를 착수시키기 위해 Strasbourg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이미 태양광발전은 이러한 작은 와인 마을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농촌의 많은 집들이 지붕 기와들을 태양광모듈로 대체한 건물통합형 태양광발전(BIPV)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전기를 자가 생산함과 동시에 계통과도 연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미래의 청정에너지 사회에 대비하면서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때 분산전원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의 현장을 본 것이다. 

태양광 전문가들이라 자연스럽게 대화는 EU가 최근 중국산 셀과 모듈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조치와 이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응으로 모아졌다. 이미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듯이, 중국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태양광기업들이 공격적인 시장 침투를 시작한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고 이러한 과량생산은 세계 태양광 설치시장의 꾸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을 초래하게 되어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태양광업계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야기한 바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은 당연히 예견되는 일로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초래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을 시작으로 세계 굴지의 태양광 기업들(독일의 큐셀, 중국의 썬텍 등)이 차례차례 쓰러졌고 앞으로도 몇 년간 이러한 구조조정은 지속될 전망이다.

태양광산업은 아직까지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유아기 산업(Infant Industry)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처를 강구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외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Anti-dumping) 및 상계(Countervailing) 관세의 부과이다. 미국이 중국산 모듈에 대해 최초로 이를 발동시켰으며, EU도 그에 이어 EU 행정부에서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하였고 EU 의회의 비준을 신청한 것이다.

중국도 이에 맞대응하는 조치로 외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특히 미국과 EU를 대상으로) 반덩핌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나 일단은 일단락되는 조짐이다. EU의 반덤핑 관세 부과율이 최초 제안되었던 것에 비해 크게 후퇴한 평균 11.8%로 결정되었고, 중국의 폴리실리콘 반덤핑 관세율도 미국에게는 최대한 부과된 반면(50% 이상) 한국에게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요율(3% 미만)이 적용되게 되었고 EU 제품에 대한 요율 결정은 당분간 유보된 것이다.   

이러한 결말이 초래된 것은 최초 반덤핑관세 부과를 강력히 주장하던 EU의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독일은 미온적인 태도 견지)이 마지막에 꼬리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EU 와인 수입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EU를 대상으로 EU산 와인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수로 나온데 있다. 잘 알려졌듯이 유럽에서 와인 생산국으로 유명한 국가들은 바로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들이다. 이를 두고 EU 현지에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있어서의 굴욕적인 패배라고 성토하는 분위기이다.

금번 EU-중국 간의 반덤핑관세 해프닝(필자는 이를 전쟁이 아닌 정치적 해프닝으로 본다)을 목도하면서 과연 이러한 일들이 우리에게(특히 한국의 태양광산업)는 어떠한 시사점을 던지는지 반드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시사점은 정치논리보다 앞서는 것이 경제논리라는 것으로, 이에 있어 시장과 구매력은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결국, 아직도 세계 최대의 태양광 설치 시장을 가지고 있는 EU가 시장규모에 있어 태양광 보다 큰 와인 산업에서의 중국의 구매력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물론 독일의 경우는 다르다). 또한 그러한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은 좀 더 복잡한 관계이니 앞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반덤핑 관세 문제는 추이를 보다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시사점은, 그럼 시장과 구매력에서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 우리나라의 태양광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이러한 국가 간 무역전쟁에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이번 해프닝에서는 어부지리를 취하여 결과적으로 한국기업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폴리실리콘 분야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태양광산업 규모가 아직 세계의 5%에 미치지 못하므로 그다지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 정부가 계획하는 대로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태양광산업이 육성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수출비중이 막대하지만 그래도 TV, 디스플레이, 가전, 핸드폰 등에서의 반도체 내수수요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물론 이들 완제품들도 대부분 수출되고 있지만 반도체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 parallel route 들이 있는 셈이다.

한국의 태양광산업은 향후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시장(내수 및 수출)을 형성해 나갈 수 있겠는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우리 모두 고심을 시작할 때이다.

물론 정부가 태양광 내수시장을 당분간이라도 확대하여(소형 발전에 대한 FIT 재개, RPS 태양광 의무할당 연장 및 규모 확대, RPS 비태양광 물량의 태양광으로의 전환 허용 등) 작금의 어려운 국면을 국내 기업들이 돌파할 수 있도록 다소나마 도와주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 조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우리의 궁극적인 살 길은 수출활성화에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차 기본계획이 보급 활성화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면 4차 계획은 창조경제 비전에 대응한 기술혁신/융합과 전략적 산업화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 바람직한 계획을 도출하기를 기대하면서, 한국의 태양광산업이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성장하는 미래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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