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설립한 국내 최초 재생에너지연구원
지자체가 설립한 국내 최초 재생에너지연구원
  • 한국에너지
  • 승인 2013.08.0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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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청정에너지연구원을 찾아서

▲김형진 서남권청정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신재생에너지 프로 김형진 원장이 비전을 만들어
수 많은 섬들에서 재생에너지 꿈을 키운다

 

 

 

 

목포. 목포는 어떻게 가야 하나.
이리저리 교통편을 알아보니 항공편은 없어진지 오래이고, 오후 서너 시 쯤 오라고하니 열차편이 제격이라.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오랫만에 여유롭게 자연의 시네마를 즐기는데 어디쯤 갔을까!

휴대폰 너머에서 “어디냐”고 물어온다. 김형진 씨 였다. “기차 타고 가고 있어” “연락을 해야 마중을 나가지” “뭐, 그냥 찾아가지”

십수년 만에 찾아가는 목포다. 목포는 어떤 모습일까! 김형진씨가 부임한 지 6개월이 되었다는 서남권청정에너지기술연구원은 사실 이름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놀러 한 번 오라”는 그의 말에 “기자 보고 놀러 오라고 하려면 기사 꺼리를 만들어 놔야지” 했던 것이 약속이 되어 목포역에서 오랜만에 조우했다. 연구원으로 옮겨 차 한잔 하면서 신변잡기로 한참을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저녁이나 해야지”한다. “무슨 소리야” “기사꺼리 안 만들어 놨어” “여기 있어” 던져주는 것은 사업계획서다.

서남권청정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정부의 서남권종합발전계획의 하나로 2008년에 에너지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목포시가 설립했다. 현재까지도 중앙연구원의 분원이 여러 곳 있기는 하지만 기초지자체가 직접 설립한 연구원으로서는 유일하다.

목포시 석현동 약 4000평 부지에 태양광발전 특화 전문 연구기관으로 탄생하는데는 국비 111억 원과 지방비 139억원 모두 250억원의 출산 비용이 들었다. 기초지자체로서는 쉽게 추진할 수 없는 노릇이다. 출산의 배경이야 잘 모르겠지만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우리도 꽤 높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원의 설립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보면 에너지 분야에서 에너지기술연구원을 비롯 전력 가스 원자력 분야에서 연구원이 설립된 지 오래다. 참으로 오랜만에 옥동자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넉넉치 못한 기초지자체가 옥동자를 잘 키우기는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목포시에서 힘에 부친다고 전남도로 가져가서 잘 키워 보라고 입양을 부탁했지만 전남도도 연구원을 키워 본 경험이 없는 지라 꽤나 오랜 시간 고민을 한 모양이었다.

이때 마침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귀인을 보냈으니 바로 김형진 2대 원장이다. 사업계획서의 내용은 김 원장이 도지사를 만나 연구원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보고한 내용이다.

연구원은 1세대 태양전지로 불리는 5MW급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셀라인 11종을 비롯해 2세대 박막 태양전지 개발을 위한 클러스터형 박막 증착장비, 3세대 500kW급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셀라인 등 총 42종의 태양전지 관련 장비를 어렵게 구축했다.

태양광 실험 장비로서는 국내 최고 설비라는 설명이다. 재정과 인력면에서 기초지자체가 운영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노릇이다. 20여명에 이르는 인력의 인건비와 관리비를 충당하기에도 지자체 재정으로는 어렵다. 그렇다고 연구원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연구 성과가 돈이 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아니 시쳇말로 프로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김 원장이 6개월의 고민 끝에 해결사 역을 시원하게 해냈다. 연구원이 자립할 수 있는 길과 비전을 내놓아 전남도에서 흔쾌히 도 차원의 연구기관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연구원은 전남도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원장은 수익사업으로 모 태양광 사업장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댓가로 120억원의 계약고를 올렸고 도 차원에서 운영하는 설비를 앞으로 위탁받아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연구원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사업부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태양광에만 한정돼 있는 연구 기능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도 제시했다. 울돌목을 끼고 있어 조류발전 연구가 가능하고 서남해를 끼고 있어 해상풍력발전 연구도 가능하다. 또한 햇빛이 좋아 태양열. 농어촌 지역이라 바이오 에너지 분야로 연구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을 제시 했다.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융복합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만들었다.

 

서남권청정에너지기술연구원은 목포시에서 전남도로 8월부터 이관되어 새로운 꿈을 안고 출발한다.

김형진 원장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에너지관리공단 1기로 입사해 부설기관인 신재생에너지센터 정책실장, 소장을 끝으로 지난해 공단을 떠나 곧바로 원장으로 취임했다.

관료 가운데 흔치 않은 신재생에너지 전문가이다.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태양열, 소수력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열을 쏟았고, 각종 보급제도를 만들어 관련 산업을 이끌어 온 보스나 다름 없었다.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우리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사실상 김 원장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재직 시 정책을 브리핑하고 수시로 기자와도 의견을 나눌 정도로 다방면의 사람들에게서 자문을 구하는 성실파였다. 그래서인지 술 한잔 안마시는 사람이 업계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센터 소장이 외부에서 영입되면서 주무 부처인 산업부와 센터 사이에 극심한 의견 충돌이 빚어진 와중에 김 원장이 내부 승진 첫 소장으로 임명되어 소통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었던 인물이다.

산업부는 멀리 지방에 연구원을 설립하기는 했지만 활성화도 쉽지 않고 너무 먼 곳이라 적임자를 보내기도 쉽지 않았다. 김 원장을 소장에 유임시키려다 때마침 원장 교체 시기와 맞물려 최고 적임자로 보고 김 원장을 낙점했다.

낙조를 멀리하고 목포의 명물이라는 갓바위 유달산으로 산책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가 묻기보다 원장이 질문을 해 왔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연구원을 발전시키고 목포, 전남도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몇 시간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원장의 머리 속에는 서남해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섬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이 들어 있었다. 굳이 육지에서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섬사람들이 에너지를 마음 놓고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특성을 살려 해상풍력과 중도 하차하고 있는 조류발전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기자는 김 원장에게 ‘지방 소재 연구원으로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연구원은 똑같은 연구원이다. 성공하려면 원장이 세계 유수의 에너지 관련 연구원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다녀 보라’고 권유했다.

서남권청정에너지연구원은 전남도로 이관하면서 이름을 바꿀 모양이다. 최초의 지자체 연구기관이라는 의미를 살려 목포라는 단어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름이야 무엇으로 하던 육지 끝 서남권연구원의 탄생은 우리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균형잡힌 발전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나아가 다른 에너지 연구기관들과의 경쟁으로 에너지 기술과 산업의 발전에도 촉매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해 본다.

예매한 KTX 시간이 되어 상경하려는데 기어이 잡는다. 두 사람 모두 술과는 거리가 머니 야밤에 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평화공원의 분수쇼를 보고, 오랜만에 스크린 골프를 했더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고속버스 표까지 사주면서 전송하는 김 원장에게 “칙사 대접을 받고 갑니다”라고 이별의 말을 남기고 헤어졌다. 대접이란 무엇보다 성의가 중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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