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바람과 마케팅
스마트그리드 바람과 마케팅
  • 이승재 명지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7.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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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명지대학교 교수
스마트그리드 바람이 세게 불었었다. 한국이 스마트그리드 기술선도국으로 지정됐을 때 스마트그리드는 당장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우리의 IT 기술이 세계 최고이니 스마트그리드도 바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를 것으로 기대를 했고 수많은 기업이 뛰어 들었다. 꿈 같은 스마트그리드 그림을 그리고 홍보전시실도 많이 만들었다.

덕분에 전기분야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졌고 대학 내 전력분야로 학생 유입이 많아져 전력분야에 몸 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좋긴했다. 하지만 이 분야를 이전부터 연구해 오고 있던 필자로서는 주변의 지나친 관심이 좀 당황스럽기도 해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태도는 좀 ‘엉거주춤’이었다.

그로 인해 스마트그리드를 정책적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그룹으로부터 비판의 눈길도 받았다.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스마트그리드 바람이 주춤해졌는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과거의 IT 경험처럼 밀어붙이면 될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기업들이 알게 된 것 같다. 이와 같은 잘못된 기대는 전력과 IT사업의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전력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발생과 동시에 소비가 이루어지는 전기에너지의 특징으로 인해 전력망은 그 제어와 운용이 무척 어렵고 잘못되면 한 순간에 우리나라 전체가 정전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항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검증된 기술이 사용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데 무척 신중하게 된다. 전기의 발생 및 전송 기술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본 이론은 변함이 없다.

그러다보니 전력분야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새로운 벤쳐사업의 기회가 매우 적고 치열한 경쟁의 경험이 별로 없다.

반면 스마트그리드의 중요한 파트너인 IT분야는 역사도 짧은데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전 기술은 사라지고 언제라도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IT분야는 매우 도전적이고 경쟁적이다. 같이 협조를 하여야 할 두 분야 간 성격차이는 스마트그리드 진행에 있어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점, 소위 ‘문화의 충돌’을 야기했고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주요 이유라 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바람은 꾸준히 불어야한다. 스마트그리드는 단기간에 열심히 해서 끝을 보는 그러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하나의 과정(process) - 보다 신뢰도가 높고, 보다 효율이 높고, 보다 안전도가 높은 전력망이 구축되는 과정이고 넓게는 이로 인해 펼쳐지는 새로운 사회와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전력망의 스마트화, 즉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분야에서는 예전부터 해오고 있었으며 현재에도 진행 중이고 미래에도 있을 과정이다. 언젠가 그러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올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 바람은 계속 불어야 한다.

필자는 최근 전력분야의 외국 전시회에 참관 후 우리의 부족한 점을 알게됐다. 전시회에서 만나본 선진국 기업들은 스마트그리드로 도배를 하다시피했다. 갖고나온 제품들은 대부분 스마트그리드 제품으로 홍보했다.

스마트그리드에서 대단한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정말로 대단하구나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입장에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스마트그리드라고 해서 딱히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제품이 없었다. 이전에 있던 제품들이 스마트그리드 제품으로 포장돼 나온 것 뿐이었다. 스마트 그리드가 곧 마케팅인 것이다. 선진국 기업들에게 스마트그리드는 비즈니스에 있어서 마케팅 도구로 자리잡았다.
반면 우리 전력기업들은 어떤가. 전력IT 사업으로 수많은 제품이 개발되었고 그 수준은 세계 유수기업 제품, 소위 스마트그리드제품 못지않은 데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이를 스마트그리드 제품이라고 홍보하지 않는다.

너무 순수한 것일까. 비즈니스의 시각에서 보면 스마트그리드는 마케팅 도구이다. 우리 기업은 이를 모르는지 너무 간과하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스마트그리드 마케팅 바람이 불어야 한다. 매우 세차게 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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