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폭탄’ 국민들에게만 적용은 안돼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 국민들에게만 적용은 안돼
  •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3.07.19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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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부모님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이 옛날 농가주택을 약간 개량만 한 상태라 날이 갈수록 낡아져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자식 된 입장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난달 초에 에어컨을 하나 구입해 드린다고 하니 평소 근검절약이 몸에 밴 두 분이 손사래를 치시면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웃집에서도 자식들이 작년에 효도한다고 에어컨을 구입해 주면서 전기요금도 별로 안 나오니까 마음 편히 사용하시라고 했다. 이웃주민들 모셔다가 자식 자랑하며 여름 한철 시원하게 보냈는데 다음 달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3~4배가 더 나와서 기절초풍을 하셨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지금은 에어컨을 다시 포장해서 구석에다 모셔두고 있는데 고가인 제품이라 내다 버릴 수도 없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서 애물단지가 따로 없다고 하시면서 왜 전기요금이 갑자기 몇 배씩 많이 나오는지 물어보셨다. 그래서 부모님께 우리나라 일반가정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기절약을 권장하는 목적으로 많이 쓰면 쓸수록 누진이 되어서 더 많이 나오는 방식이라고 설명을 드렸더니 이해를 잘 못하셨다.

말 나옴 김에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기 위해서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아서 1개월 기준으로 100을 사용하면 7170원, 200을 사용하면 2만1660원, 300을 사용하면 4만3230원, 400을 사용하면 7만6780원, 500을 사용하면 12만6840원, 600을 사용하면 21만1630원, 700을 사용하면 29만180원, 800을 사용하면 36만8720원, 900을 사용하면 44만7260원, 1,000을 사용하면 52만5810원의 전기요금이 나온다고 설명을 드렸다.

즉 전기사용량이 100에서 1000으로 10배가 되면, 전기요금은 7170원에서 52만5810원으로 약 73배가 되고, 이웃집 어르신 댁은 짐작컨대 평소 보통 200 정도 사용을 해서 전기요금이 2만 원대에서 에어컨을 사용한 여름철에 400정도 사용을 해서 7만 원대로 3배정도 늘었을 것이라고 부가해서 설명을 드렸다.

그런데 부모님 말씀은 동네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도 한 번에 대량으로 사면 고맙다고 덤을 주는데, 많이 쓴다고 전기요금을 더 내야한다는 것이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셨다.

부모님의 말씀에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을 해서 연구원에 돌아와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  보았다.

한국전력통계에 의하면 2011년 기준으로 가정용 전력 소비량이 우리나라 총 전력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3.5% 수준이다. 수용가수는 약 1410만 가구로 1가구당 월평균 364㎾h를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가 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총 전력소비량의 50.5%는 제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업체수가 약 23만 4천개소로 1개 업체당 월평균 약 82,000㎾h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가 되었으며, 이는 가정용의 약 225배에 달한다.

우리는 매년 연말연시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데 목표액의 90% 이상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일환으로 참여하는 업체들이 담당하고, 나머지를 일반 국민들이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한푼 두푼 모아서 달성한다.
전기절약에도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과 비슷한 사례가 적용되어야 한다. 즉, 1개의 제조업체에서 전력사용량 1%만 감소시키면, 일반가정 225가구가 1%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용도별 전력단가는 2011년 기준으로 산업용이 ㎾h당 평균 81.23원인데 비하여 주택용은 약 1.5배 수준인 평균 119.99원이다. 그리고 산업용은 주택용과 같이 폭등에 가까운 누진제도 없다.
아마 산업체에 주택용에 적용하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일부만 도입해서 적용한다고 하면, 우리나라 일반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자발적으로 전기절약에 참여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복지공약이 기초연금·4대 중증질환 보장·무상보육인데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해 선별적 복지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는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우리의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문명의 이기인데 여름 한 철 많은 국민들,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누진제가 무서워서 에어컨을 모셔두어야 하는 모순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불과 6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어르신들은 이제는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보낼 충분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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