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둘러싼 소모적 논쟁 끝내야
스마트그리드 둘러싼 소모적 논쟁 끝내야
  •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7.1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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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지난 5월 제주 구좌읍에서 시도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이 4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그 개념의 모호성은 계속되는 상황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제주에서 우리 산업계는 여한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그 자체가 제주 실증단지가 지향해야 하는 최고의 가치였다. 다만 그러한 과정중에서 쓸만한 수익성이 보장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낮은 전기요금과 전력계의 폐쇄성 등도 문제점이지만 밧데리, 전기자동차 등 전력망이 지지해야 하는 앱 자체의 혁신지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족한 경제성을 보완하기 위한 추가적인 기술적 혁신이 필요하므로 보급을 서두르기 보다는 연구개발의 비중을 계속 늘려나가는 끈질김이 필요하다.

지금은 제주에서의 경험을 여하히 유지하고 활용하여 혁신의 의지를 그리고 관련 기업의 투자의지를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과거에 시도했던 그림을 계속 고집하고 그 낡은 그림을 또 창조경제라는 새 마차에 싣고자 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스마트그리드는 정부주도로 진행된 것이고 또한 전력망이라는 공공재를 기반으로 무언가를 추진해야 하므로 역시 공적 영역의 리더쉽과 전략제시가 필요하다. 아직은 민간주도의 자연발생적 융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지난 시기와 같이 강력한 정부의 리더쉽을 기대하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전의 적극적인 역할 자임이 필요하나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부족한 듯하다. 구조개편 논의 등으로 자기 입지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헌신적인 맏형 노릇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 듯하다. 전문가 그룹 역시 지리멸렬한 상태로서 솔직히 정책이나 시장을 선도하기에는 턱없이 권위가 부족하다.

역시 문제는 리더쉽의 부재에 있다. 결국 이러한 오리무중의 상태에서 누가 비전을 제시하고 진영을 추스리고 융합이 활발히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것인가. 아직도 되풀이하는 허황된 축음기 소리말고 돌아선 투자자와 기업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실질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누가 그런 비전을 다시 제시해야 하는가. 결국 정부와 한전이 머리를 맞대고 그림을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한전은 변화된 여러 여건을 감안하여 이제는 보다 능동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의 중전산업계의 한계 등을 모두 감안하여 새로운 스마트그리드 사업자의 역할을 설정해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전력계의 종 다양성 노력의 확보를 위한 중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기존의 사업자와 신규 진출사업자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전은 기존 사업자에 포획되어 신규 사업자의 진출을 막는 우를 범하면 곤란하다.

만약 스스로 이러한 개방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한수원의 구매혁신 노력을 벤치마킹하여 별도의 ‘전력판 방위사업청’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안정을 중시해야 하는 전력시스템에 혼선을 줄 수도 있으니, 가능한 한전이 스스로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전은 스마트그리드라고 불리는 트렌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전력산업구조개편 논의에 대하여도 이제는 좀더 명확한 입장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고 그 선호를 밝혀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구조개편논의와 스마트그리드를 수렴하여 논쟁을 종료시켜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이제는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시각과 비전 그리고 실행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 과정중 가장 주요한 것은 한전, 통신사업자, 발전사업자, 중전업체 등등 사업자들간의  소통과 합의이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시장친화적인 해법이 아니겠는가. 이데올로기, 정치구호, 짝퉁비전 등등은 배제하고 전력수급안정을 공동의 목적으로 사업자들간의 철저한 수익률기반의 타협을 통하여 스마트그리드와 구조개편을 둘러싼 혼선을 현실적으로 종료시켜야 한다.

전력수급안정이라는 원초적 가치만을 추구하기에도 우리 역량은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고전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의미있는 규모의 투자와 혁신적 구매, 부가가치의 창출이 더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이 그 논의를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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