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설 신규 설치’ 갈등, 사전 조정으로 풀어야
‘에너지 시설 신규 설치’ 갈등, 사전 조정으로 풀어야
  •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3.06.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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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주 울산에서 열리는 월드컵 최종예선 한국과 이란과의 축구경기도 보고, 올라오는 길에 삼척에 사는 오랜 벗을 만나기 위해서 1.5일 휴가를 내고 대학동창 친구와 함께 자동차로 여행을 했다.

지난 18일 저녁, 축구시합을 보고 다음날 울산에서 삼척을 거쳐서 집이 있는 군포까지 올라오는 길은 주로 국도를 이용했는데, 지나오는 길가에 원전 유치 찬성 및 반대 혹은 변전소 건설 반대 등 현수막이 관련 단체 명의로 여러 지역에 내걸려 있었다.

국무조정실에서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리나라 대표적인 갈등과제로 선정해 보고한 69개 중에서 에너지 분야와 관련된 것은 ▲당진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새만금 송전선로 경유지 변경 및 지중화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추진 반대 및 폐쇄 ▲밀양 송전선로 신규 설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사업 등 5건이다. 또한, 국가적인 차원에서 갈등관리과제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변전소 건설·지역난방과 관련된 열병합발전소 건설 등 에너지 분야와 관련된 것도 곳곳에 산적해 있다.

밀양 송전선로 신규 설치와 관련된 갈등도 8년을 끌어왔고 그동안 정권도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골치 아프고 민감한 사항에 관해 나서서 적극 해결하기 보다는 당장은 피하고 보자는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다가 문제가 곪아 터져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때 해결하려다 보니 합의가 어려운 것이다.

올해는 부안 방사선 폐기물처분장(이하 ‘부안 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부안 방폐장’사건은 시위 때문에 많은 지역주민들이 부상도 당하고 사법처리까지 됐으며, 2007년도에는 이를 소재로 ‘이장과 군수’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까지 됐다.

잘 알고 지내는 친구 중에 부안이 고향인 분이 있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 지역은 ‘부안 방폐장’ 찬성과 반대 주민으로 나뉘어서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한다. ‘부안 방폐장’사건은 정부가 해당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전에 토론의 장을 열어서 머리를 맞대고 갈등을 해소하기 보다는 사업의 타당성만 믿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부안 방폐장’사건에 놀란 정부는 2년간의 정지 작업 끝에 2005년에 유치신청을 한 군산·경주·영덕·포항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투표 시행을 결정했으며, 4개 지역은 부안과는 달리 찬성률을 높이려는 치열한 자체 노력 끝에 찬성이 89.5%로 가장 높은 경주가 후보지로 선정됐다.

최근 들어 다행인 점은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총 69개의 갈등과제를 선정해서 사전 조정에 나선 것이다.

‘에너지 관련 시설 신규 설치’ 갈등도 이러한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추진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듯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갈등 해결을 위해서 협의 또 협의하는 것이 언뜻 보면 늦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부안 방폐장’ 사건에서 보듯이 결코 지연되는 것이 아니다.
‘부안 방폐장’ 사건은 전형적인 DAD(Decide-Announce-Defense) 스타일이다. DAD 스타일은 1단계로 정부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2단계로 해당 지역 주민이 반발하고, 3단계로 정치 쟁점화 되면서 증폭되고, 4단계로 반정부 성향의 외부단체들이 끼어들어 장기화 되고, 5단계로 법정에서 강제 조정이 되는 것이다.

‘에너지 관련 시설 신규 설치’는 주로 정부와 주민 간의 갈등으로 벌어지는 사안이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신규 설치를 반대하고, 기존 시설은 폐쇄를 주장하면서 갈등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전력,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는 우리가 삶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는데 단 1초라도 공급이 안 되면 바로 문제가 발생하는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관리돼야만 하는 필수재이다.

특히 원전은 1기를 폐쇄하는데 3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므로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 23기를 다 폐쇄하는데 약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2011년 기준으로 원전대신 그 만큼의 전력을 충당하려면 판매단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유연탄이용 발전 약 3조 3천억(국민 1인당 약 6만 6천원)·LNG이용 발전 약 13조 5천억(국민 1인당 약 27만원)이 매년 추가 비용으로 필요한데, 이를 국민이 부담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에 관해서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므로 ‘에너지 관련시설 신규 설치’ 갈등을 사전 조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해당지역 주민·관련 단체 및 기관·정부 등 3자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서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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