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의 후폭풍
원전 사고의 후폭풍
  •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3.06.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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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정부는 이번 원전 사고로 전력 수요 피크인 8월 둘째 주 전력 공급이 7700만kW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동 기간 최대 전력 수요 예상치인 7900만kW에 200만kW나 부족한 수준이다.

전력 당국이 전력 수급 비상 때 확보 가능한 전력 규모는 300만~400만kW인데 이는 민간 자가 발전기를 돌려 공급을 늘리고, 기업체 절전을 통해 수요를 줄여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 추정치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전력 공급에서 수요를 뺀 예비 공급전력 규모가 100만kW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는 2011년 9·15 전력 대란 때처럼 순환 단전을 시행해야 하는 비상 상황이다.

이러한 원전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눠 추정할 수 있다.

첫째, 화력발전으로 대체 발전할 때 발생하는 전력생산 비용 차이와 원전 가동 중지에 따른 한수원의 매출(이익) 감소 부분이다.

둘째, 전력수요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전력공급 차질로 생업에 지장을 받는 업체에 지불하는 보상금 규모다.
이상의 두 가지 경우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규모는 총 2조70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손해는 이번 사고로 인한 사회의 반원전 분위기가 확산되어 원전 건설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들끓었던 반원전 사회 분위기가 다소 진정되어가는 국면에 이번 원전사고가 발생해 원전 확대 정책에 대한 반대여론 확산과 원전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반복되는 원전 관리 부실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전 중심의 국가 에너지 정책 골격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원전을 찬성하던 반대하던지 간에 당분간은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의 현주소다.

원전을 대체할 현실적 수단이 없고 대체기간이 매우 길 수밖에 없다. 싫던 좋던 지간에 안정적인 원전 대체 에너지를 확보할 때까지 지금처럼 원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 원전에 대한 사회의 냉담한 반응이 가해지면 결국 원전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부품 인증서에서부터 시험 결과 조작까지 반복되는 국내 원전 사업의 부실 실태는 향후 해외 원전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서 원전의 해외수출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좌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UAE에 수출한 원전 모델은 이번 위조 부품 파문에 연루된 신고리 3, 4호기와 같아 UAE측의 대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이번 사고의 원초적인 원인으로 지적받는 것이 원전조직의 폐쇄성이다. 원전 조직이 폐쇄적인 독점구조를 유지해온 것은 원전 산업의 자연독점적 특성과 공공성,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결과다.

정부 원전 정책은 한국형 원자로를 자체개발, 제작하고 해외로 수출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했지만 최근의 사고와 같이 원전 조직의 부정적 문제점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원전 조직의 독점구조와 폐쇄성은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성과를 창출하면서 부정적인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원전 조직의 독점구조 형성은 원전 산업의 자연독점적 성격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문제는 ‘원전 마피아’라고까지 불리우는 원전 조직의 폐쇄성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폐쇄성 비리로 인한 크고 작은 원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사고날 때마다 일시적으로 흥분하고 조금 지나면 소홀히 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의 원인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는 빨리 끓고 빨리 식어버리는 원전안전에 대한 사회의 불감증이 문제를 키운 것이다.

원전 반대도 필요하지만 그 열정만큼이나 가동중인 원전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원전반대 열정의 반만큼을 원전안전에 쏟았다면 지금의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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