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계의 위기 그리고 책무
에너지계의 위기 그리고 책무
  •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6.1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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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
에너지계의 기본적인 목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에너지수급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인프라 산업으로서의 역할이다. 또 하나가 바로 철강산업과 같이 수출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동력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동력화 추진의 근저에는 우리나라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과 낙관론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수 년만에 우리는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에너지 수급안정성에 대한 블랙아웃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밀양, 사용후 핵폐기물, 원전비중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밀려와서 최고조의 위기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산업의 정책을 생산하는 관료와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전문가그룹의 경쟁력은 어떠한 상태일까. 이 또한 그다지 신통한 평가를 받고 있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지난 수 년간 혹은 십여 년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마디로 위기상황이다.


과연 우리 에너지산업은 과거에 그러했던 것과 같이 앞으로도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책임질 수 있는가 그리고 수출과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어느 누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원자력, 석유 및 전력 생태계에서 밸류체인은 적정한지 그리고 핵심역량은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원자력 사태에서 보듯이 혁신보다는 기확보된 물량에 기생하는 선수들이 우리 에너지계에는 너무 많다. 전력분야 역시 구매관련 기술규격을 상향조정한다면 관련 벤더들이 이를 수용할지 무척 우려스럽다. 속이 곯은 오래된 집안에서 집안에 남아있는 가재도구를 팔아치우면서 연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에너지생태계를 하나하나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에너지정책은 과연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두어 왔는지 한번 살펴봐야 한다.


현재의 고착화되어 있는 인센티브 메카니즘에서 개별 주체들이 벗어나서 기득권을 버리고 혁신과 경쟁을 추구할 것인가 대단히 궁금하다. 역사를 보면 몰락하는 왕조에서도 마지막까지 그 유품에 대한 소유권을 두고 권력다툼은 지속된다.


생태계를 정상화하자면 그 시작을 어디서 해야하는가. 멜트다운 수준으로 문제들이 ‘무질서하게 융합된’ 현 에너지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한 첫 매듭은 무엇일까. 알렉산더대왕이라면 어느 부분을 끊었을까. 현재의 시스템의 왜곡을 실천적으로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없다. 무수한 다양한 과제묶음집인 통상적인 종합대책을 만들어서 한번에 문제를 푸는 방식은 아마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큰 틀에서의 몇 가지 원칙을 시장에 선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해당사자와 관련부처가 원칙선포까지 못하게 막지는 않을 것이니까.


몇 가지 전략적인 고리가 있다고 본다. 우선 현재의 수급불안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인 과도한 전기화를 막기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1차에너지보다는 전기에너지가 더 비싸게 하겠다고 원칙을 선언해야 한다. 이의 조절에 수년이 혹은 십년이 소요될 수도 있지만 당장 약간의 전기요금 인상보다는 가격정상화에 대한 중장기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이를 위하여 전기부문에 대한 과세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세제가 필요하다. 둘째로 원자력을 포함하여 전력부문의 구매를 투명하면서 동시에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원칙의 선언이 필요하다.

그 간의 고착화된 갑을 간의 고리를 끊기 위하여 한시적으로라도 별도의 구매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과거 한국통신도 구매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기술혁신을 유도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에너지인프라 구축과 관련하여 소수의 권리와 국가전체의 발전을 병행을 위한 갈등해소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지지난 정부의 갈등관리의 경험을 다시 살려서 소통을 통하여 갈등비용을 줄이고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난 시절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다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단기현안과 중장기숙제들이 이미 산사태처럼 쓰나미처럼 몰려와 있다. 에너지산업의 몰락이 공기업, 전문가, 벤더 등 그 내부 주체의 경쟁력저하와 모럴해저드로 인하여 자체적인 몰락으로 끝이 난다면 그것은 한편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산업의 실패는 모든 국민경제 및 안보의 붕괴를 초래한다. 에너지부문은 실패할 권리가 없는 국가 인프라산업이다. 이럴 때 에너지부문의 새로운 각성과 박근혜 정부의 리더쉽을 더욱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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