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위기
전력수급 위기
  • 이상훈 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소장
  • 승인 2013.06.07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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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소장
 또, 전력수급 위기이다. 6월 들어 수은주가 올라가면서 냉방기 사용이 늘자 예비전력이 500만kW 이하로 줄어드는 전력수급 비상 경보가 연이어 발령되었다. 여름 전력수요가 절정에 달하는 8월 둘째 주에는 전력공급 부족 사태까지 우려된다. 아무튼 블랙아웃은 막아야 한다. 전력이 흐르지 않으면 현대사회는 빛을 잃고 움직임을 멈추고 유무형의 피해는 엄청나다.

 


전력 위기를 극복하는 단기적 처방은 공급 능력을 극대화하고 수요를 억제하는 것뿐이다. 정부는 최대한 발전 설비를 가동하면서 전력다소비업체 절전규제, 피크시간대 조업 조정 등으로 최대 수요를 줄이려는 대책을 추진 중이다. 각종 매체를 동원하여 국민 1천만명이 100W씩 줄여 수요를 100만kW 줄이는 범국민운동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공급 확대나 수요 억제 모두 쉬워 보이지 않는다. 원전이나 대규모 화력발전소 한,두기가 고장 정지하면 공급 능력이 더 악화될 수 있는데다가 최근 동절기, 하절기마다 반복된 절전규제와 조업 조정, 범국민운동으로 기업과 시민들의 피로감도 커진 상태이다. 또, 기후변화로 여름철이 길어지고 기온은 더 올라가면 냉방 전력수요는 불가피하게 늘어날 전망이라 더욱 상황은 어렵다.   


절전캠페인은 특히 일반용 냉방수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하절기 피크 전력의  최대 25% 가량을 냉방수요가 차지하는데 이 중 45%가 사무실과 상가 등 건물 냉방용이다. 하지만 사무실은 대개 개별 계량기가 없어서 한 사무실에서 전력 소비를 줄여도 같은 건물 다른 사무실과 관리비는 똑같이 내기 때문에 절전에 대한 유인이 미흡하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냉방온도를 적정하게 맞추면 손님들이 불만을 제기해서 서비스업종은 냉방기를 세게 트는 경향이 있다. 또, 일반용 요금은 가정처럼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냉방전력을 많이 쓴다고 요금 폭탄을 맞지도 않는다.


그래서 절약의 잠재력이 큰 사무실과 상가의 냉방수요를 줄인다면 피크관리에 효과적일 것이다. 건물 냉방온도를 26~28℃로 잘 지키도록, 문 열고 냉방하는 영업이 절대 없도록 자율적인 실천과 적절한 단속, 고객(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솔직히 전력 위기 극복을 위한 절전캠페인 논의를 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때론 화가 난다. 2011년 9.15 순환정전이 발생한 직후 숱한 논의가 오가고 대책이 열거되었다.


산업부 자료에도 “전기가 싸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급증해서 매년 동·하계 전력난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전력 위기의 원인을 진단한다. 그러나 그동안 땜질식 처방 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행되지 않았다. 전기요금도, 송전탑도, 전력수급 불안도 정부는 방치하였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산업부는 원전과 화력 증설이 일단락되면 내년부터 전력수급 상황이 호전되리라 낙관한다. 지금처럼 낮은 전기요금에 기반한 공급위주 전력 정책은 크게 손대지 않을 분위기이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싼데다 이상기상이 발생하여 또다시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급증하고 이번처럼 대규모 발전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전력수급 불안은 다시 발생할 것이다. 또 안전과 환경에 대한 우려 때문에 원전과 화력발전소 증설도 예전처럼 계획대로 진행되기가 어렵다.


밀양송전탑 사태에서 보듯이 원전, 화력 등 대규모 발전설비와 수도권 등 소비지를 연결하는 송전망 확충은 발전소 증설보다 더 심각한 난제가 될 것이다. 
 전력수급 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변화의 출발점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개편이다. 산업경쟁력 강화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유지해온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수급 위기와 전력시스템 불안의 주범이다.


큰 발전소를 지어 원거리 송전을 하는 대신 중소규모 발전소를 수요지 주변에 세우는 분산형 전력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수도권에 가스열병합발전소가 들어서고 도심 건물 지붕에 태양광발전이 늘어나야 한다.


독일은 지난 4월 15일 낮 12시에 태양광발전만으로 22.68GW의 생산을 달성했다고 하는데 태양광은 여름 피크시에 적합한 발전 설비이다.  자가발전소 증설은 공급 능력 안정화, 송전망 부담 감소, 비상시 대응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분산형 전원을 장려하기 위해서도 송배전 비용에 따라서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는 지역별 요금제 등 전기요금 개편이 필수적이다.


이번에는 여름만 넘기는 식의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전력 위기의 근본 대책이 수립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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