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지형 바꾸는 ‘셰일가스’
전체 에너지서 가스 비중 높여
에너지 지형 바꾸는 ‘셰일가스’
전체 에너지서 가스 비중 높여
  • 변국영 기자
  • 승인 2013.05.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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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급속 확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확실
화학·기계·철강 등  제조업 환경에도 영향

단기적 급속 확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확실화학·기계·철강 등  제조업 환경에도 영향

 

 

세계의 천연가스 가채매장량을 순식간에 2배 정도 확대시키고 에너지 산업에 충격을 준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에너지 산업 이외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생산량을 확대시킬 수 있게 된 셰일가스는 에너지 시장뿐만 아니라 화학 등의 중화학공업 분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미국, 캐나다의 천연가스 고갈이 멀지 않은 것으로 예상됐었다. 미국이 다른 대륙에서 대량으로 가스를 수입해 석유에 이어 가스의 해외의존도가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됐다. 그러나 지금은 셰일가스 생산의 확대로 인해 미국이 오히려 가스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인해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전력 생산에 천연가스의 비중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셰일가스가 가진 이러한 경제적 파장은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에너지 자급도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이 중동지역 등에 개입하는 데 따른 코스트를 절감하려는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각국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확산될 경우 천연가스 대국인 러시아의 동구 등 유럽 각국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가 동아시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각국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셰일가스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의 해결이 과제가 된다. 셰일가스 생산량의 확대와 함께 심화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친환경 공법의 도입이 셰일가스의 생산 코스트를 상승시킬 문제도 있다. 셰일가스 생산에 따른 환경오염은 채굴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첨가한 물을 대량 사용해 지하수를 오염시킬 우려, 수자원의 낭비 및 오염 수 처리의 어려움, 채굴 과정에서의 메탄가스 발생, 수압 파쇄로 인한 미세 지진 유발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과제들로 인해 단기적으로 셰일가스 생산이 급속히 확산되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점차 극복돼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셰일가스 생산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전체 에너지 중에서 가스의 비중은 높아질 전망이다.


셰일가스 생산 확대는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의 지정학적 구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과 함께 타이트 오일을 개발하면서 석유생산량이 회복되고 중동산 석유 및 가스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미국 입장에서 보면 중동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약화 추세는 불안정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동산 석유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셰일가스의 확대는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구조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서유럽의 셰일가스 생산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더라도 세계 가스 생산의 확대로 인해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산 가스 등의 대유럽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동구권 등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셰일가스 생산의 확대는 제조업의 입지 환경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화학산업의 경우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저렴한 에탄을 활용해서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법이 기존의 석유에서 나프타를 만들고 에틸렌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유리해지고 있어서 미국 석유화학 분야에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물론, 유럽의 셰일가스 생산량 전망은 골든룰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기존 전통가스 생산의 감소분보다도 약간 적을 것으로 보여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이후에 중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되면 셰일가스의 대규모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2020년 전후에 석유화학 산업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철강산업에서도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저렴한 셰일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생산 코스트 하락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계산업에서는 석탄화력 발전에서 가스화력 발전으로의 교체에 따라 확대되고 있는 가스 터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셰일가스, 무엇을 시사하나

우리 입장에선 안정적 에너지 확보 기여

그린에너지 시대로 가는 ‘과도기’ 시각도

 

전문가들은 셰일가스의 확대가 화석연료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원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안정성이 높아진 가스의 사용 비중이 확대되면서 가스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이 늘어나고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석유 및 가스 자원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 노력의 중요성은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지역 석유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미국의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 가능성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 이로 인한 중동지역의 강대국 역학관계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셰일가스는 가채 매장량이 적지 않지만 유한한 화석에너지 자원이며 채굴 효율성, 환경오염 유발 문제 등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당연히 에너지 문제에 대한 궁극적 솔루션은 될 수 없기 때문에 대체 에너지에 대한 개발이 위축돼서는 안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셰일가스는 화석연료 부족 현상을 완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셰일가스는 기존 자원 수출국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공업 강국의 매장량이 많고 개발도 이들 지역에서 먼저 추진되고 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에너지 흐름이 바뀌고 세계 에너지산업 지도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동에서 북미로의 에너지 흐름이 약화되고 중동-아시아, 러시아-아시아의 에너지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양적인 측면에서나 가격적인 측면에서나 천연가스의 안정적 조달여건은 호전되겠지만 천연가스 생산국과의 조달가격의 상대적인 격차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국 등 천연가스 생산국들은 낮은 가격의 에너지원을 사용 가능하게 되지만 우리나라는 생산원가보다 물류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LNG를 주로 수입하기 때문에 수입가격 하락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강국들이 저렴한 에너지 생산국이 됨으로써 중화학공업의 글로벌 입지 환경을 변화시키고 제조거점의 재배치 압력으로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이용하는 석유화학뿐 아니라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의 미국 제조업의 입지 여건이 개선되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점차 중국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화학 공업의 제조거점이 기술적 잠재력이 있으면서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재배치됨으로써 이들 산업을 주력산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셰일가스 확산이 한편으로는 도전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셰일가스가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 타이트 오일 및 셰일 오일 개발 확대는 경합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을 둔화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셰일가스 생산이 확대된 미국에서는 그린 산업에 대한 영향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일가스의 확대가 재생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셰일가스 채굴과정이 친환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셰일가스 개발이 확산될 경우 그린에너지에 대한 개발 요구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셰일가스를 이용해서 기존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가스 발전소로 교체할 경우 미국과 같이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다.

그러나 셰일가스는 일반 천연가스처럼 연소 과정에서는 오염이 적지만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메탄가스를 유출하고 각종 화학물질로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며 수압파쇄 공법 등에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


다음으로는 생산 코스트 하락으로 경쟁력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각국 정부와 기업의 투자로 대량 생산에 따른 비용 절감과 이에 따른 수요 확대, 그리고 양산효과로 인해 기술혁신과 비용 절감이라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풍력발전은 저렴한 에너지원 중의 하나가 됐으며 태양광 발전의 코스트도 전력가격이 비싼 지역에서는 소비자용 전력요금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원자력 기피 현상으로 인한 전력생산 부족분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셰일가스가 신재생에너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이유가 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에너지원 중에서 확실하게 후퇴한 것은 원자력이며 여기에는 일본 대지진에 의한 원자력 위기가 작용하고 있으나 각국 정부의 탈원전 의지가 셰일가스의 확대, 그린 에너지의 투자 지속과 맞물릴 경우 결국 원자력의 부진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2020년 이후에는 석탄부문의 부진도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IEA도 그린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예상하고 있다. 셰일가스에 대한 환경 문제가 해결되고 중국 등의 전면 개발을 전제로 한 IEA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세계 재생에너지 수요는 건실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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