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새마을 운동이 확산되려면
태양광 새마을 운동이 확산되려면
  • 이상훈 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3.04.1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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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신재생에너지학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MB정부 색깔 지우기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빈도수가 줄어드는 단어 중 하나가 ‘녹색’ 혹은 ‘녹색성장’이다. MB정부의 녹색 과제에 원자력과 4대강이 핵심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환경론자들은 MB정부의 녹색성장을 녹색분칠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녹색성장’의 개념 자체와 다른 세부 정책은 중장기 국가 비전과 전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 MB정부의 홍보처럼 우리나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녹색경제를 선도하고 확산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처음으로 리더쉽을 발휘하였다. 한국의 주도로 녹색성장이 국제적 의제가 되고, OECD는 2011년 드디어 녹색성장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그래서 정략적으로 이용되어 본래의 색깔과 의미를 드러내지 못한 ‘녹색성장’의 조기 퇴장이 아쉽다.


새로 등장한 용어는 창조경제이다. 창조경제의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전달하고자 각 부처와 산하 연구기관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소기업 역할을 강조하는 것 말고는 MB 정부가 추진했던 녹색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결과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또 온고지신의 지혜를 발휘하여 새로 생명력을 얻은 용어는 ‘새마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을 한 두 차례 언급하자 눈치 빠른 관료와 경제인들이 새마을을 각종 정책과 사업에 창조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4월 22일 제3회 새마을의 날을 앞두고 전국 각 지자체에서 성대한 기념식이 동시다발로 개최되었다.


새마을이란 용어에 대해서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라고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세대도 있다. 얼마 전 어떤 포럼에서 환경부 고위관료가 ‘환경새마을운동’을 포함한 정책 방향을 소개하자  젊은 대학원생들이 ‘지나친 코드 맞추기 아니냐’고 비판하는 모습도 보았다. 하지만 침체된 농어촌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고 농어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농어촌 노령층에서 친숙하고 이미지가 좋은 새마을이라는 용어의 재사용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초가집도 고치고 마을 길도 넓혔던” 마을을 지금은 어떤 새마을로 바꿀 것인가이다.  아이디어 중 하나가 ‘태양광 새마을 운동’이다. 이것은 새 정부에서 환영받지 못한 MB정부 녹색성장위원회 마지막 보고대회에서 제안되었다. 농어촌 주택 개량 시 태양광 지붕, 단열기술 등을 활용한 녹색 주택을 보급하고, 염도가 높거나 개발순위가 낮은 간척지 등을 활용하여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가에도 도움이 되고 재생에너지 보급도 촉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한다. 때마침 환경부와 지자체는 과거 새마을 운동 시절 초가 지붕 대신 올린 석면 슬레이트를 철거하는데 336만원을 지원하려고 한다. 서울시도 석면 슬레이트 지붕 교체에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한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 개량과 태양광 지붕 만들기를 연계하면 농어촌은 태양광 새마을로 거듭나고 서울시의 태양광 보급 확대도 촉진될 것이다. 


이런 태양광 마을은 이미 일본과 독일 농촌에선 흔하다. 일본과 독일 농촌엔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주택과 창고 지붕을 태양광패널로 덮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위도가 북위 52도인 독일 북부지역에 풍력단지를 방문했다가 더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주택과 창고 지붕을 남김없이 뒤덮은 태양광패널이었다.

독일의 태양광 누적용량은 2012년 말에 32GW를 넘겼다. 기준가격구매제(FIT) 덕분에 서울보다 일사량이 30~40% 적은 지역도 태양광발전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 빈 지붕엔 빠짐없이 태양광이 설치되었다. 윤데 마을 등 독일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발전 등을 통해서 에너지 자립은 물론 전기와 열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에너지자립 마을이 흔하다. 작물 못지않게 ‘에너지 농업’이 주요 소득원이다. 독일 환경부가 후원하는 100% 재생에너지 전환 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자체만도 200여 곳이 넘는다. 일본도 지금까지 7GW의 태양광을 보급했는데 85% 가량이 주택 지붕에 설치되었다.

초대형 쓰나미로 초토화된 마을에서도 지붕에 그대로 남아 있는 태양광패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과거에도 전기요금이 비싸서 설치비 일부를 보조받으면 개인이 주택용 태양광발전 설비에 투자해도 투자비 회수가 가능했고 최근 독일처럼 기준가격구매제(FIT)가 도입되면서 태양광 보급은 가속도가 붙었다. 일본의 경우 주택용 태양광설비는 가전제품처럼 엄격한 품질 인증을 거쳐야 시판될 수 있었기 때문에 불량 제품이나 부실 시공에 따른 소비자 민원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외국 태양광 마을은 정부의 직접 지원으로 조성된 게 아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면 이익이 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만들었고, 농어민들은 수익을 올리려고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 발전 설비에 투자를 한 것이다. MB정부 저탄소 녹색마을 만들기에서 보듯이 정부의 직접 지원 방식은 한계가 있다. 문제는 현재의 RPS 체제에선 농어민들이 중소 규모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요금이 낮기 때문에 자가용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면 손해가 날 수 있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판매하기엔 제도가 복잡하고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태양광 새마을, 풍력 새마을로 농어촌이 활기를 찾고 삶의 질이 향상되려면 농어민들이 손쉽게 시설을 설치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붕 개량과 태양광 지붕 만들기를 결합하는 한편 기준가격구매제를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등 창조적 모색이 필요하다. 4월 22일은 원래 1970년부터 세계인이 참여하는 지구의 날이다. 이제는 새마을 운동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 위에서 새롭게 전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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