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땅을 모독하다
성스러운 땅을 모독하다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04.19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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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림, 기후변화 척도...보존 앞장서야 할 때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캐나다 밴프지역에 있는 록키 산맥의 웅장한 대자연 앞에 서면 누구나 숨이 멎는 듯함을 느낄 것이다. 마치 조물주가 빚어 놓은 대자연이라는 교회에 들어 온 것 같은 성스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수 천년을 그 자리에 언 상태로 있는 빙하, 그곳에서 흘러나온 물로 이루어진 에메랄드 호수, 그 호수에 반사되는 삼림과 눈 덮힌 산 봉우리, 하늘을 찌르는 침엽수와 계절수들이 즐비한 한대림(boreal forest)인 이곳은 생태계가 아직도 건강하게 존재하는 지구 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이다. 이 숲을 이루는 동식물의 다양성의 가치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그 중의 한 예로 이 한대림은 각 대륙에 흐르는 강의 수원이 되고 지구 최대의 탄소 저장 탱크이다. 지구의 가장 북쪽 위에서 북극점을 중심에 놓고 보면 한대림은 극지방 얼음바다를 건너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캐나다, 알라스카,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를 걸쳐서 형성되어 있다.

 


적도 지방의 열대우림과 달리 이 한대림은 우리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측면으로 볼 때 오히려 열대우림보다 더 중요한 곳이라는 주장이 최근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의 저자의 한 사람인 앤드류 위버박사는 한대림보호캠페인의 주창자이며 IPCC에 참가한 기후학자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캐나다 신문 오타와 시티즌에 낸 기고문에서 한대림 지역은 지구의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을 뿐더러 탄소 저장량이 7030억톤으로 열대우림 (3075억톤)과 온대지방 삼림(1210억톤)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이 저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위 면적당 저장량이 열대우림보다 2배나 더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추운지역에 위치해 동식물의 탄화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하의 토탄층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대림을 보호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캐나다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대림 또한 열대우림처럼 상업적 목적이나 농경지로 삼림이 파괴되면서 인간의 손을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온타리오주가 최근 5500에이커의 한대림 지역을 영구적인 보존지역으로 묶을 것을 약속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광대한 보호지역이 이루어 지게 된다. 그러나 이 한대림 보존운동이 최근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키스톤 파이프라인 XL 프로젝트와 맞물려 그 귀추가 주목된다.


키스톤 파이프라인 XL은 트랜스캐나다 석유회사가 알버타의 한대림속의 타르석유를 채취하여 텍사스의 정유공장으로 보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이다. 끈적끈적한 타르석유는 독성이 강한 유황성분과 다른 오염 물질, 진흙 등과 섞여 있기 때문에 타르 석유 한 배럴당 4배럴의 물로 씻어주어야한다. 그리고 다른 천연가스 농축액을 섞어 희석시켜 파이프라인으로 텍사스 정유소로 보낸다. 텍사스에서는 사용가능한 석유로 정유하여 주로 중국에 팔게 된다. 알버타에서 시작하는 파이프라인의 길이는 2000마일에 달하고 미국의 6개주를 거치면서 미조리강과 옐로우스톤 공원 같은 국립공원들을 지나게 되고 미국인 200만명의 음용수와 농사를 짓게 해 주는 오가랄라 대수층을 지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정유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중동의 원유를 사용하는 것보다 3배나 더 많다고 한다.
파이프라인이 대수층을 지나면서 유출될 위험성과 환경적 충격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운동이 몇 년 동안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로 작년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의 허가를 연기했고 지난 3월 국무부는 그동안 이 프로젝트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보고서는 프로젝트의 허가에 우호적인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마더죤스라는 잡지는 이 보고서의 작성자중 3명이 트랜스캐나다에 전에 고용되었음을 밝혔다.


나사의 기후학자이며 환경운동가인 제임스 한센 박사는 LA 타임즈의 지난 4일 기고문에서 “국무부는 대통령에게 지구가 앞으로 40년이상 지구에서 가장 더러운 연료를 쓸 수 있는 뚜껑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했다.
환경단체들은 트랜스캐나다의 파이프라인이 일년에 12번 정도 유출사고가 났음을 지적했다. 사실 몇 주전 미네소타에서 트랜스캐나다의 석유를 운반하던 기차가 미끄러져 3만 갤론의 석유가 미국 땅을 더럽혔다. 며칠 후에는 또 트랜스캐나다의 파이프라인에서 ‘몇 천 배럴’의 석유가 유출되어 알칸사에 쏟아진 사건이 있었다. 키스톤 파이프라인 XL 설치의 반대 운동은 국무부의 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으로 점점 격렬해져 반대 시위가 워싱톤은 물론 전국 30개주에서 3만5000명 정도가 참가함으로써 미국 역사장 가장 큰 규모의 기후변화시위로 기록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알버타의 한대림에서 타르석유를 채취하는 곳은 캐나다의 인디안 원주민 부락이 150개나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원주민들은 이를 처음부터 열렬히 반대해 왔다. 주민들은 타르 석유를 씻어내고 버려진 물이 수질을 오염시켜 호수의 고기와 주민의 건강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한 집계로는 1200명의 주민중 10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법원에 낸 공식적인 이유는 “성스러운 땅을 모독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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