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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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04.05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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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톤의 봄은 아직 꽃망울속에서 움추리고 있다. 바람의 시샘속에 그저 터질듯한 푸르름을 아직 단단히 잠그고 있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이겨울,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지쳐간다. 기억속의 그 화려한 봄들이 없었다면 이미 봄에 대한 기다림을 포기했을 것이다. 계절을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성한 먹거리들, 계절을 따라 만들어가던 우리들의 낭만과 추억들, 이러한 일상의 즐거움을 우리의 자손들도 즐길 수 있을까?

 


자주 생각하게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쓰고 나면 자주 우울해진다. 그런데 할 수 있는 데 하지 않는 세상 돌아가는 일이 더 우울하게 만든다.


미국기후협회는 지구는 앞으로 100년안에 3.5 내지 7.4도(섭씨)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IEA(국제에너지관리협회)는 지구는 빠르게 티핑포인트를 향해 가고 있으며 앞으로 5년이 가장 결정적인 기간이라고 한다. NASA는 2005년에 있었던 아마존 열대우림의 가뭄이 원인이 된 대서양 온도상승이 카트리나와 리타 허리케인에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수퍼허리케인 샌디는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한편 작년 11월 세계은행이 자체 실시한 연구 보고서는 세계는 지금 산업혁명 이전의 지구온도보다 3도 상승하는 추세에 있고 2100년까지 4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2100년도이면 금년에 태어날 아기가 87세가 되는 해이다. 내셔날 지오그래픽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나스(Mark Lynas)씨는 지구 온도 1도 상승할 때마다 변화하는 지구의 변화를 자신의 저서 “6도 (Six Degrees)”에 기술해 놓았다. 그 책의 기술을 빌려 4도 상승한 지구의 모습을 대강 그려본다.


먼저 해수면이 50cm가 상승한다. 보스톤은 시내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고 뉴저지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다. 붐바이, 상하이, 뉴욕, 뉴저지, 보스톤, 런던, 베니스같은 해변의 도시들이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을 들여 방파벽을 설치해야 하는데 만약 도시가 한번 파괴된다면 다음에 올 더 빈번하고 더 큰 허리케인을 대비하여 도시를 다시 건축할 것인지 아니면 도시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중해 지역의 여름은 65일 이상 더 길어 질 것이고 비가 75%나 덜 오게 됨으로써 남유럽의 사막화는 심각해질 것이다 마치현재의 북아프리카의 날씨처럼 변하게 될 것이다.


스위스 알프스 산 지역의 온도가 섭씨 48도로 올라가고 산불이 빈번하게 될 것이고 몽블랑의 천년설은 해발 1000m 이하에서는 사라질 것이다.
남극의 얼음은 완전히 녹아서 바다가 되고 겨울에도 얼음이 형성되기 어려운 섭씨 14도를유지하게 된다. 인류 역사이래 영원히 얼어 있던 땅 영구동토대위의 국가들, 러시아, 시베리아, 캐나다, 알래스카의 도시와 숲이 술취한 듯이 비틀거리며 내려 앉고 시베리아철로도 무너지게 된다. 또한 더 무서운 얼음속에 갇혀있던 엄청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 더 강한 온난화 효과를 발산하면서 대기중으로 올라간다.
이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산업혁명을 일으킨 베이비부머 세대가 휩쓸고 간 후 그들의 후세들이 살 지구의 모습이다.


최근 과학교육표준화협회(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에서는 처음으로 공교육에서의 기후변화 교육 커리큐럼을 표준화하고 전국 학교에 추천할 것을 결정했다. NGSS 자체 조사에 의하면 거의 모든 십대와 성인 학생들은 기후변화에 관하여 학교에서 배운적이 없다 (Leiserowitz 2010, Miller 2012)고 답함으로써 심각한 기후변화 문맹현상을 드러냈다.


협회장인 마크 맥카프리씨는 “미국의 기후변화교육은 문자 그대로 공백상태”라고 걱정했다.
전국적인 기후변화교육표준 지침이 마련되었지만 강제성이 없다. 또한 기후변화는 그동안 정치쟁점속에 있어왔기에 때문에 교사들이 피해 왔다. 여기에 더하여 지난 주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는 기후변화 교육 실시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안을 콜로라도주 의회에 상정했다.


이 법안은 ‘학문적 자유’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그 목적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하여 기후변화를 둘러싼 양면의 의견을 같이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기후변화는 가장 기초적인 과학으로 과학계에서 이미 오래전에 합의된 것으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는 화석연료계의 거부 코쉬 형제가 재정 지원을 하는 단체이고 오랫동안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해 온 단체이다. 이 법안은 이미 콜로라도주 이전에 17개의 주 의회에 상정했다.


앞에 서술한 것은 암울한 지구의 모습이지만 이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모습이다. IEA의 조사대로 앞으로 5년이 결정적인 시기이다. 아직 우리에게 그것을 바꿀수 있는 힘이 있다. 그 힘은 현 세대의 기후정책을 바꾸는 힘이고 우리의 후세들에게 과학을 이해시켜 그 대응책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힘을 길러 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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