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연료 ‘연탄’에 관한 아련한 추억
서민연료 ‘연탄’에 관한 아련한 추억
  •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3.02.15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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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는가

▲ 김종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몇주 전 출근길에 내차 타이어에 나사못이 받히는 원인으로 인하여 바람이 빠져서 직장 근처 평소에 단골로 가는 정비소에서 수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타이어도 수리하고 부동액도 보충하면서 사무실에 있는 2구3탄 연탄난로 위 주전자에서 물이 끓고 있기에 봉지커피 한잔하면서 오랜만에 보는 연탄에 관해서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정비소 사장님 이야기는 하루에 6장정도 쓰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3천원 내외라고 예전에 기름을 사용할 때 보통 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 것에 비해서 1~2회 정도 연탄교환이 약간은 번거롭기는 하지만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는 이것만한 연료가 없다고 칭찬이 대단했다.

그래서 약간의 직업의식이 발동해서 연탄재 처리는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고 물었더니 눈이 많이 내릴 때에는 정비소 부근 빙판길이 된 도로에 시민이나 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뿌려주기도 했고, 아울러 주기적으로 시청 청소차가 별도의 처리비용 없이 연탄재만 따로 수거를 해서 제설제인 염화칼슘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버릴게 하나도 없다고 칭찬이 이어졌다.

연구원에 출근해서 점심 후 쉬는 시간 연탄에 관한 옛 추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초·중등학교 시절에 나는 지금은 헐리고 없는 돈암동 백운산 비탈 아래 터를 잡고 있는 달동네에 살았다.

달동네에 눈이 내리면 산비탈 골목길이 빙판이 되는 관계로 배달이 어려워져서 겨울철에 삶의 영위하는 필수품인 연탄을 미리 몇 백 장씩 저장하는 것인데 이것도 여력이 되는 집이 흔치 않았다. 이런 연유로 동절기에 달동네에는 연탄을 빌리고 빌려주는 모습이나, 도난 사건도 흔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 우리의 어머님들은 연탄불 하나로 밥과 반찬을 만들고, 물도 데우고, 아랫목도 뜨끈뜨끈하게 데우는 등 모든 것을 다 처리하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슈퍼우먼이셨다.

몇 일전 어머님 생신축하 가족모임 때 어떻게 연탄하나로 그 모든 것을 다 하셨냐고 물었더니 그 시절에는 우리나라가 대부분 다 그렇게 살아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셨다고 한다.

이번에는 고2딸, 중3아들, 초등6학년 아들에게 연탄에 관해서 물어보았더니, 교과서에서 배운 적은 있고 연말연시에 TV에서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봉사활동으로 연탄을 불우이웃에게 배달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지만 실제로 본 기억은 없고 도리어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이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몇 년 전에 도시에 사는 초등학생들이 사과나 배가 나무에서 따듯이 쌀도 벼 나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명색이 에너지관련 연구원에 아빠를 둔 내 자식도 마찬가지이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속으로 많이 반성을 했다.

작년에 발간된 ‘따뜻한 기술’이라는 책자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나 남미 등의 저개발 국가 국민들에게 전기세탁기, 냉장고, TV, 컴퓨터 등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며 고액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에너지 사용이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워서 쓸 수 있고, 현지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며, 소규모의 사람들이 모여서 생산이 가능한 ‘적정기술’이야 말로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탄은 전 세계 후진국에 적용 가능한 ‘따뜻하고 적정한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세계적인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수 십 년간 서민의 연료 역할을 담당한 연탄은 우리나라 에너지 역사에 있어서 잊혀져서는 안 되는 ‘불멸의 전설’이라고 생각한다.

연탄은 비록 가스중독이라는 좋지 않은 사례도 있었지만 서민들에게 땔감 걱정을 덜어주고 국가적으로는 나무를 벌목하는 사례가 줄면서, 우리나라가 산림녹화에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러한 실례를 바탕으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연탄 공장을 지어주고, 이를 사용하게 하면 헐벗은 북한의 산은 자연스럽게 푸르러 진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던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로 찰 수 있는가’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의 한 구절을 대한민국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들여져 있는 사람 몸의 평균온도 36.5도와 똑같은 3.65㎏인 국민연료 ‘연탄’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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