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달·성게에게 기후변화 해법 배우다
해달·성게에게 기후변화 해법 배우다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 승인 2013.02.15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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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 공생관계인 캠프숲 CO₂흡수로 온난화 방지

▲ 김은영 워싱턴 주재기자
최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영국에서 발표된 몇 개의 논문은 해달(Sea Otter)과 성게가 인간에게 기후변화에 대응책을 위한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반도의 해변은 꿈같이 아름다운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보라색 아이스플랜트가 잔디처럼 깔린 길을 걸으면 해변으로 치달아 나가는 검은 바위 사이로 굽이굽이 보드라운 떡가루를 뿌린 것 같은 모래 사장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보인다.

바위 언덕에는 바람에 쓰러질 듯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수백년을 그렇게 태평양의 바람을 맞으며 바람 자체와 같은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손으로 한줌 떠서 뿌려보고 싶은 곱고 하얀 모래는 발가락 사이로 뽀드득 거리고, 하얀 거품을 휘날리며 밀려오는 파도는 발끝을 간질이며 신선하게 밀려왔다 발밑의 모래를 끌고 다시 밀려 나간다.

맨발에 조금은 차가운 바닷물을 찰박거리며 걷노라면 커다란 켈프라고 부르는 해초들이 해변에 밀려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너무 많아서 군데군데 덩어리로 쌓여 있기도 하다.

태평양으로 첨벙 들어가려는 붉은 해의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자 해변에 앉아 있으면 간혹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야생의 방문자와 대면할 수도 있다. 이 야생의 친구는 동그란 머리에 호기심 가득한 크고 동그란 눈을 뜨고 당신을 유심히 볼 것이다.

누가 누구를 관찰하는 것인지 모르는 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이 방문자는 유유히 바닷 속으로 사라진다. 이 친구는 현지에서 시아터(sea otter)라고 부르는 해달이다. 보드랍고 밀도 높은 털때문에 멸종 위기에 있었지만 수십년전 몇 쌍을 풀어 놓고 이 지역을 야생동물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놓았는데 지금은 이 지역은 해달의 낙원이 되어 있다. 

바위에 앉아 해달의 행태를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바다 밑바닥에 뿌리를 내린 켈프 사이에서 놀다가 물속으로 들어가서는 한참 후에 전복이나 성게를 가지고 나와서 배를 하늘로 향하고 반듯이 누워서 앞쪽의 두 지느러미를 사용하여 먹이를 깬 다음 배를 식탁 삼아 먹이를 즐긴다. 먹성도 좋아서 들며 날며 많이도 먹는다.

이들은 또 영리하여 자신의 몸 어디엔가 바다 바닥에서 주은 유리병 조각 같은 것을 연장으로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배가 차면 켈프의 긴 줄기 하나를 허리에 묶고 켈프와 함께 파도에 일렁거리면서 낮잠을 즐긴다. 

해변에 밀려나온 많은 켈프를 보더라도 이 해변의 켈프 숲은 무성하다. 그것이 해달 때문이라는 것이 최근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대학의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논문은 뱅쿠버섬 해변의 켈프와 해달의 생태에 대해 40년 동안 수집한 것을 분석했다. 결론으로 해달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해달은 켈프를 주식으로 하는 성게의 번식을 억제해 켈프 숲의 확장을 촉진시켜 간접적으로 이산화탄소의 감축을 돕는다.

연구팀이 관찰한 바로는 해달이 가까이 오면 성게는 켈프의 잎사귀 사이로 숨거나 떨어진 켈프를 먹는데 해달이 없으면 나와서 살아있는 켈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논문은 해달의 존재로 켈프의 이산화탄소 포집이 12배나 증가되었다고 한다.

성게는 해달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의 돌아가신 아버지도 좋아하셨고 내게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중의 하나다.

길고 단단한 가시로 둘러싸인 갓 잡은 보라성게를 깨뜨려 작은 동그라미 껍질 속 물에 잠겨 있는 보드라운 알을 꺼내 아릿한 바닷물의 짠 맛과 함께 입에 넣는 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전율이 일어나는 기쁨이다. 

그러나  이 맛있는 성게의 번식이 기후변화로 위협당하고 있다는 연구가 오스트레일리아 연구기관 CSIRO에서 발표되었다. 공동저자 MT 비넷(Binit)과 CJ 도일(Doyle)은 해수 온도가 상승되고 이산화탄소의 과다한 흡수로 바다가 산성화되어 성게 정자의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게 정자가 난자와 수정되기까지 현재는 섭씨 20도 수온에서 3시간 살 수 있는데 24~26도로 올라가면 1시간 밖에 살 지 못 한다고 한다.

그리고 산성도가 높아지면 성게가 수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껍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이는 해양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위협한다.

산호, 전복, 조개, 거북 등 각종 갑각류 동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갑각류의 껍질들은 또한 플랑크톤의 서식지로 먹이 사슬의 가장 기본적인 먹이 생산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모든 해양생명체가 기후변화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가운데 성게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다. 이는 영국 뉴캐슬대학의 연구팀이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탄소의 포집 및 저장을 아주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리디자 실러 박사팀은 탄산의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과정을 연구하고 있었다. 특히 이산화탄소가 물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면서 그 과정을 좀 더 촉진시킬수 있는 촉매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동시에 같이 연구하고 있던 ‘해양생물체의 이산화탄소 흡수’라는 프로젝트에서 성게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을 주의 깊게 보았다.

그런데 성게의 껍질 주변에 니켈이 많이 모여 있음을 발견했다. 니켈 나노입자를 탄산액 속에 넣었더니 탄소가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더 나아가 이산화탄소가 농축된 공장 굴뚝의 연기를 니켈 나노입자가 섞여 있는 물속에 넣었다. 그랬더니 탄소는 없어지고 바닥에 가라앉은 탄산칼슘(CaCO3)을 얻을 수 있었다.

탄산칼슘은 광물질로 분필, 시멘트, 골절 치료용 깁스의 주성분이다. 공장굴뚝에서 나오는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유용한 광물질의 형태로 저장하게 된 것이다. 

탄소포집및저장(CSS)을 위해 막대한 경비가 투입되는 파일럿 프로젝트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석유·석탄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나 해저 깊은 곳에 넣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 과정으로 볼 때 괄목할 만한 탄소 감축이 일어나지 않을 뿐더러 가스 유출이나 지진 등의 환경적 위협이 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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