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떠오르는 샛별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떠오르는 샛별
  •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 승인 2013.02.08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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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사)에코맘코리아 정책위원
베이비네이밍이라는 책에 의하면 이름이 운명의 보증수표는 아니라고 한다. 혹 일부 성명학자들은 이를 과대포장해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좋은 이름을 지으면 그 덕에 출세를 한다는 등의 근거 없는 믿음을 유포시키기도 하지만 성명학을 연구하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름이 사람의 운명의 결정짓는다고 보기 보다는 불완전한 사주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전적이 아닌 어느 정도의 영향만을 운명에 미친다는 내용.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마면 사주는 영웅호걸에 해당하는데 이름이 흉한 이름이면 자신의 운명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정도라고 한다.

이런 배경에서 필자는 평소 치료차 자주 찾아뵙는 생생한의원 소원영 한의사에게 배출권의 이름풀이를 의뢰하여 보았다.

그냥 가볍게 물어보고 가볍게 답변한 것이니만큼 그냥 재미로만 보아주기를 청하는 바이다. 그의 해석에 의하면 ‘배출권’은 추진하는 일이 끝을 맺지 못하고 중도에 종료될 기운을 담고 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EU-ETS가 2005년도에 첫 착수하였으니 조금만 더 있으면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다되어 간다. 야심차게 출발한 EU-ETS였지만 초기단계부터 지금까지 배출권 과잉할당문제, 거래와 관련한 사기사건, 경기악화로 인한 수요감소 및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폭증한 공급문제 등 다양한 시행착오에 시달려와야만 했다.

2007년도에도 EUA가격이 4월 한때 32유로까지 상승한 다음 배출권 과잉할당으로 인해 0유로로 거의 수렴한 적도 있었는데 마치 그때처럼 지금도 탄소배출권가격은 사상 최저치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그때야 EU-ETS 출범 초기단계니까 시행착오로 인해 그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무엇으로 변명을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배출권거래제로 자타 공인하고 있는 EU-ETS의 면역력이 각종 외부충격에 상당히 약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툭하면 잔병치례를 하다가 지금은 중병에 걸려 옴짝달싹 하지도 못하고 있는 위중한 상태로 비유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얼마 후 시작해야 하는 여러 나라들의 배출권거래제 추진준비과정에서 더욱 더 신중과 세밀함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이 높아 골이 깊은 것일까? 요즘 그레이 CER의 가격은 톤 당 0.1유로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금의 배출권시장의 몰락을 너무 한탄하지 말자. 아무도 원망하지 말자. 운명이다.

요즘 EU의 탄소시장 활성화정책, 일명 백로딩정책이 실패하게 된다면 EUA가격은 2유로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펴는 이들도 있다. 탄소시장 활성화와 관련한 부정적인 소식과 동향들도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배출권가격이 0원이 되면서 그간 지구온난화에 대응해 왔던 인류의 노력이 이대로 무산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는 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반면 성공 시에는 당연히 가격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최근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입수한 유럽 전문기관들의 배출권 가격전망자료를 살펴보니 몇몇 기관들이 장기적으로는 EUA가격의 상승을 점치고 있었다.

그들은 2014년이 되면 10유로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CER가격도 올 중반부터 1유로선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는 기관들도 눈에 보였다. 영국의 B사 같은 경우에는 2014년 중반 이후부터 CER가격이 1유로 이상으로 치고 갈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어떻게 해서든지 백로딩이 현실화되고 말 것이라는 희망과 간절함이 반영되어서일까?

참고로, 2013년 1월 기준, 등록된 CDM프로젝트의 숫자가 6000개를 달성했다. 공급과잉의 장세에서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CDM 이사회의 피어 스티안센(Peer Stiansen) 회장은 이에 대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해내는 도구로서의 주목할 만한 이정표라며 높이 평가했다.

실은 현재까지 CDM은 215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놓았는데 CER의 가격은 지난 해 대비 90%이상 폭락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스티안센 회장은 여기저기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인류의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 CDM은 이를 위한 기능적이고 효과적인 도구로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실존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CDM을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일단은 백로딩의 성공이 필요하다.하지만, 백로딩의 한계는 시장에 공급될 배출권의 일시적 공급축소에 그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근원적인 치료법이 아닌 일시적 증상완화요법에 불과한 것이다.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증상이 재발한다는 근원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백로딩을 통해 한시적으로나마 시간을 벌어놓고 그 동안에 좀 더 근원적인 처방을 모색하자는 논의도 대두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화두에 오른 내용들이 백로딩을 통해 한시적 판매 보류되는 배출권들의 영구제거, 새로운 분야의 EU-ETS 포함을 통한 수요창출, 다양한 종류의 온실가스 저감 메커니즘 개발을 통한 탄소시장의 활성화, 최저 배출권가격 설정, EU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조정 등을 꼽을 수 있다. 참고로 EU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소원영한의사는 이름에 따른 운세를 넓거나 협작한 도로에서 운행하는 마티즈나 그랜져 등의 차량에 비유를 하였다. 도로조건이나 차량이 좋지 않더라도 운전하는 사람의 숙련여부와 정성, 그리고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비포장도로를 경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험난한 운세를 가진 이라도 운전스킬을 잘 발휘한다면 조건이 좋은 경우보다도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비록 배출권시장의 앞날이 험난하다 할지라도 우리 모두가 합심해서 지혜롭게 현안을 잘 풀어 나간다면 멀지 않아 좋은 날이 올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근간에 슬로바키아와 라트비아가 EU의 백로딩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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